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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12 14:46:40 조회 : 6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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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 그것이 목적이 되어 있어도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관심을 표시하며 걷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목적을 향해 가면서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관심을 표시하며 걷는 것이 믿음 생활과 산행에 같은 점 인 것 같다. 같은 목적지를 가지고 각자의 힘대로 속도를 내며 걷는다. 늦는다고 힘들어 할 필요도 없고, 빠르게 걷는다고 일찍 도착해서 특별히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길가 양쪽에 피여 있는 야생화에게 사랑을 표하기도 하고, 향을 찾아 내기도 하며, 돌멩이 하나에도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감사하며, 사랑과 감사의 대화가 발길을 옮기게 한다. 걷다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그 하늘에 비쳐지는 나뭇가지의 섬세함을 감탄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똑 같은 것이 없는 창조주 하나님의 솜씨가 경외 함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나 혼자 즐기기에 충분하고 충만하다. 젊은 처녀 시절, 산행하기에 지독히 나빳던 어느 초봄에 지리산 등반을 한 적이 있었다. 등산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행 중에 나는 남원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버스에 남았다가 남해에 가서 기다리겠다는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등산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벽에 남원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몇몇의 일행을 보면서 나도 조금 올라 갔다가 다시 버스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관광 안내원에게 내 마음을 밝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니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 공기 속에 보슬비가 나를 감싸고 나는 걷는 재미에 빠졌다. 보슬비가 진눈깨비로 바뀌는 1차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 우리 일행 중에 버스로 내려 가겠다고 등산을 포기하는 사람들 중에 내 친구 커플이 있었다. “나는 더 오르고 싶어” 그들은 자기가 갖고 있던 것을 나누어 주었다. 챙이 달린 모자와 아이젠을 주었다. 내가 신고 있었던 것은 테니스화 였는데 등산화를 벗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산을 오르니 소나무 위에 쌓인 눈이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그림 같이 아름답게 눈이 소복이 쌓여, 가지가 휘어질 듯 버겁게 보여 졌다. 너무 아름다워 혼자 감탄을 하며 걸었다. 그러나 산길에 났던 길에 눈보라가 불어 닥치면 앞에 간 사람의 발자국을 지워 버리고, 앞선 사람의 발자국이 지워지면 잠깐 사이에 나는 길을 잃게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이었으니 숨쉬기 벅차다고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멀리 바라 볼 수도 없었다. 눈보라에 시야는 막히고 나는 챙 모자가 가려주는 한 발자국 앞만 보고, 한 발자국만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젊은 커플이 손을 잡고 도와 주며 걷는 모습이 눈에 띠였다. “그래 인생이 아무리 힘들어도 저런 동반자가 있으면 살 수 있겠어” 난 젊은 커플을 보며 인생을 내다 보았다. 걷다가 너무 숨이 막혀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한계에 이르러서 나는 눈이 쌓인 곳에 벌렁 들어 누워 버렸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네 일행들이 나를 내려다 보시며 “자 일어나세요. 그렇게 누워있으면 동상에 걸려요. 일어나서 또 걸어 보세요.” 하며 채근 하시는 바람에 또 일어나 걷기 시작했었다. 나중에 남해 대교 위에서 그 어른들 일행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30년 산행에 최악의 기후였다고 말씀 하시면서 격려해 주셨다. 천왕봉이라 쓰여진 돌멩이를 보면서 이것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면서 산을 올랐나? 나는 엉뚱한 피에로처럼 빙긋이 웃음을 흘리며 그 돌을 내려다 보았다. 천왕봉 부근에 대피소가 있었다. 출입구의 문이 열리면 도미노 현상으로 안에 모든 사람들이 쓸어지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바나를 켜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냥 내려 가기로 결정하고 마른 음식으로 요기하며 걷기 시작했다. 하행 길은 쉽지만 어려웠다. 이 쪽은 눈이 녹아 진흙탕 길을 미끄러지며, 딩구르며 걸어야 했다. 한참 내려오니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을 만났고, 나는 군데 군데 씻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통째로 씻겠다는 생각에 물속으로 옷을 입은 채 들어갔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깨끗이 씻기어진 흙 대신에 가만히 있으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드디어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를 보았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숨을 쉬고 버스에 올라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부둥켜 앉고 울어 버렸다. 친구 남편이 건네주는 스카치 한잔을 마시니 온 몸에 온기가 돌고 시골 부엌 부뚜막 앞에 서서 젖은 옷을 말릴 수 있었다. 이 때 산행이 나한테 많은 가르침을 주었었다. 인생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혼자보다 둘이 걷는 것이 서로 격려하며, 서로 도와주며 걸어야 하는 길에 행복이 있다. 또 하나 아무리 먼 길을 걸어도 한 발자국이 중요하다. 너무 멀리 보려고 하지 말자. 모자 챙이 보여주는 한 발자국에만 신경을 쓰고 걷다 보면 정상은 안보여도, 나는 정상에 설 수 있게 된다. 나보다 빨리 걷는 사람과 경쟁하려 하지 말자. 나는 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로 한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는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너무 힘들게 하지 말자. 산천초목 둘러 보며 걷자. 힘에 버거우면 옆을 볼 수 없다. 작은 풀에도 생명이 있는데 그 생명 하나 하나에 애정을 표시하며 걷자. 그것이 사랑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 돌멩이 하나 하나에도 각기 다른 표정이 있고, 다른 말이 있는데 그 말의 뜻을 새기며 걸어 보자. 급히 서둘러 걸어야 할 이유도, 의미도 없다. 나보다 더 잘 걷는 사람과 나를 비교 하지 말자. 잘 하는 사람한테 양보하고 나는 그 뒤에서 걷자. 참 많은 것들을 한번의 힘든 산행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그 때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을 다녀온 조카가 내 무용담을 듣고는 “무지가 만용을 나았소.” 하고 나무람을 했다. 40년도 더 지난 지금 나는 어느 만큼 걸었을까? 인생을 산행에 비교하던 초점이, 이제는 산행을 믿음 생활과 대조 하는 만큼의 변화가 다 일까? 천지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이 나를 지으셨다는 그 자부심이 중요할까? 언제나 자연 속에 있으면 겸허해 지는 것은 그 창조주를 사랑하기 때문일까? 창조주의 원대함 때문일까?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일까? 세월은 흘렀고, 나는 변 했고, 산천은 그대로 있겠지? 다시 기회가 있으면 천왕봉을 향해 또 걸어 볼까.. 그 친구들 이제는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서 아마도 나 혼자 그 산행을 할 날이 있을 거야. 세월을 잡을 수 없었던, 그리고 산행의 동반자를 가질 수 없었던 내가 다시 그 코스를 걷는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혼자서 스스로 독려 하며 잘했어, 잘 살았어, 행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잘 걸었어 하며나와 이야기 하겠지. 나를 위로하겠지. 그날이 언제일까? 기다려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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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덕, 덕목 | |||||||
 7. 어버이 주일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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