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처음 이 곳에 이사를 와서는 이런 긍정적인 자세로 바라보지 못하였다.

습기 하나 없어보이는 고갈 된 산등성이에 메마른 풀들이 쌓였다가 바람 한 번 불면 날아다니며세 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느라고 평소보다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되었다.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를 조금 벗어나서 보는 외곽지대의 모습은 현대 문명의 발전이나 개발과는 무관하게 자연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북 가주의 전형적인 기후로 인해 여름 내내 비를 맞지 못한 산등성이가 누렇게 말라있는 모습이다. 창조주가 목적하신대로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순응하고 있다. 지형적인 환경에 충실하고 있다. 대기를 어지럽힐 것 같았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답답해오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마치 에스겔 골짜기에 쌓인 마른 뼈들 같았기 때문이다. 창조력 있고 생산력 있는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가 아니라 죽음의 밸리(Death Valley)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늦 가을이 되고 초 겨울이 되면 프르르게 소성함을 입는 생명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잠시 침묵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게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시적인 한 순간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오늘 따라 그 모습이 마치 노다지처럼 보였다. 온 산에 황금이 밖으로까지 흘러 넘쳐 나온 것 같았다. 아! 이래서 서부 개척 시에 수 많은 사람들이 금광을 찾아 이 곳에 오게 된 것이구나? 광활하게 펼쳐지는 노다지 땅의 주인을 알리는 경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지게 표처럼 군데 군데 몇 그루의 상록수들을 세워둔 것 같았다. 달리는 차 창 밖의 영상에 상상의 날개를 펼치느라 속도 제한을 한 창 넘어선 것을 보고 옆에 앉아있는 딸아이가 주지를 시킨다.

GPS를 보고 길 안내도 하며 어린 티를 벗어버리고 있다. 아이들 셋 중에 막내라서 응석받이로만 자랐다. 이제서야 빨래기계 사용법을 배웠다. 겨우 라면 물만 끓여 만들 줄 아는 아이가 기숙사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생활을 함께 하며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빨래나 설거지나 청소하는 것들을 가르치지 못하였다. 사실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워서 아껴주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이 번에 집을 떠나는 아이가 여러 가지로 많이 경험 하기를 바란다. 전혀 다른 환경에 있으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법과 홀로서는 법을 터득하기를 바란다.

나의 지난 날을 반추해보면 모든 면에 섬김만 받았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였다.

집안 어르신들의 모든 관심과 사랑으로 나만이 최고인 줄로 착각했었다. 그런데 방학이 되어 사촌들이 오면 그 날부터 몸살이 났다.

나에게만 쏟아지던 관심과 사랑이 나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이런 나의 경험이 있기에 막내 아이가 홀로 있음도 그리고 공동체 속에 있음도 다 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울 담즙질인 딸아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유아기 때 아이를 유아실에 단 한 번도 떼어놓고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에 대하여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아이었다. 특히 예방주사를 맞을 때 자기기 원하지 않는 것을 강제로 주사했다 하여서 경기를 하듯이 자지러지곤 하였다. 그런 아이를 보고 간호사가 겁이 나서 주사를 주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또 기억되는 것은 그 아이가 5, 6살 때 수영 레슨을 받게 되었다. 처음 접하는 수영 지도 교사에게 적응하지 못하였고 또한 수영장이란 물리적 환경을 수용하지 못하였다. 8주 동안 수영장가에서 한 번도 손을 놓지 않고 물만 담그고 한 여름을 보내었다. 그 다음 해에도 마찬가지 였다. 위로 아이 둘을 양육하면서 깨달은 지혜라고 할까 그 아이를 그대로 받아드리게 되었다. 어떤 학점을 받아와도 '와, 기대 이상이다.

참 자랑스럽다.' 등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만 보았다. 그런 그 아이가 기대 이상의 대학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 아이는 Music과 Communication, 두 가지를 전공하려고 한다. 집착이 강한 것이 때로는 약점이 되기는 하지만 한 번 목표한 것은 절대로 포기치 않고 철저하게 최선을 다하여 연습과 준비를 한다.

운전을 하고 가는 동안 창 밖의 대 자연과 또 하나의 인간 자연인 막내 아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하심 대로 독특한 자신의 모습으로 드러내며 반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육신의 어미인 나보다도 아이의 생명의 주인인 하나님께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계심을 확신한다.

그 아이를 이 땅에 보내신 목적과 뜻을 펼치시기 위해 앞서 가셔서 예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안일하기만 한 삶만을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필요한 대로 훈련시키셔서 사용하시길 기도한다. 내가 운전하는 차보다 더 빨리 달려가시는 하나님의 옷자락이 차창을 힘차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 분의 거룩한 옷 자락이 초 가을 바람에 곡선을 그리며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