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지금부터 10년 전 르완다, 키갈리의 한 교회에서 였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나 우리들의(단기 선교단) 나타남은 그들에게는 큰 구경거리였다. 우리가 전하려고 하는 복음보다 우리의 모습이 더 신기하고 볼거리였다. 일주일 간의 르완다 일정을 마치고 다른 도시로 옮기기 전날 이었다. 그 날도 여느날 같이 버스에서 내려 몇걸음 걷기도 전에 달려든 아이들로 빙 둘려싸여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손바닥을 펴서 무엇인가를 놓고 손을 접는 것이 느껴졌다. 경황없이 밀리면서도 나는 얼른 손을 빼내서 열어보았다. 손바닥에는 종이에 싸인 작은 사탕하나가 놓여있었다. 고개를 들어 얼른 둘러 보았지만 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더 몰려들고 작은 아이들은 큰 아이에게 밀려 밖으로 밀쳐지고 있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작은 여자아이였나?

지금으로 부터 10년전, 그 때만해도 지금보다 더욱 열악해서 종이에 싼 미제 사탕을 구하기는 정말 어려운 때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떻게 구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귀한 사탕을 왜 내 손에 쥐어 주었을까? 갑자기 가슴이 막 뛰기 시작했다. 알 수도 없이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 들어서서 밀려온 그 곳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그 곳의 목사님이 몇 사람에게 말씀을 하라고 했다. 내게 순서가 왔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없었다. 사탕과 그 아이 생각으로 내 머리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서서히 일어서면서 다음과 같은 말은 하는 나를 발견했다. “저 밖에서 제 손에 작은 사탕하나를 준 아이가 이자리에 있으면 제발 손을 들어 주십시요.” 아무도 나오는 아이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아무도 손을 들거나 앞으로 나오는 아이가 없었다. 나는 계속했다. “여기 이 교회에 오기 바로 전까지 내가 다시 이 아프리카 땅을 밟고 싶은지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아프리카에 온 이래로 저는 밥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제대로 잘 잘수 도 없었으며, 몸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섭니다. 저는 다시 돌아올 겁니다. 바로 제 손에 있는 이 작은 사탕이 제게 다시 돌아와야하는 이유를 주었습니다. 이 사탕은 어느 작은 아이가 앞 마당에서 제 손에 쥐어준 그 아이의 마음입니다. 그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일어서서 그 들만의 특유의 춤을 추며 좋아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 계속해서 매년 아프리카를 찾는다.

그리고 나서 9년이 지난 작년, 르완다와 콩고 사이에 있는 난민촌을 찾아갈 기회를 만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어서 좀처럼 민간 단체에게는 기회가 없는 지역이었다. 로컬 교회의 목사님의 주선으로 아주 어렵살이 들어간 그 난민촌은 정말 기억에서 지우기가 힘들것 같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산등성이 마다 에 UN이 지어 주었다는 비니루 천막들은 그냥 비니루 천막일 뿐이었다. 안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마른 황토 바닥에 아기도 노인들도 그냥 눕고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 곳으로 들어갈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얼마 있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황토로 굳어있는 언덕들은 삽시간에 빨갛게 변하며 걷는 걸음마다에 .튀는 흙들과 함께 온 주위와 산들이 황토로 철벅거렸다. 그리고 물 흐르는 골이 없으니 물은 제 멋대로 아무대로나 흘러 내려가고 미끄럽기는 얼마나 미끄러운지.

그래도 우리를 보려고 몰려드는 까만 사람들은 줄어들지가 않았다, 전도지를 들고 갔던 나는 한개를 꺼내 시험적으로 옆에 아이에게 주었다. 아차 실수였다. 갑자기 몰려드는 아이들, 어른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내 눈에 들어온 작은 아이. 두살이나 되었을까. 비에 젖은 얇은 샤츠는 그 아이가 떠는 것을 감출수가 없었다. 밀리고 미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간신히 서 있는 아이를 몸을 굽혀, 내가 하고 있던 숄로 그 아이를 싸아 안고 싶었다. 그런데 문득 전도지 하나로 이 수라장을 만들었는데, 숄을 준다면 이 상황이 어찌될까 겁이 덜컥났다. 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 아이는 어른들의 다리 밑으로 빠져나갔는지 없어져 볼 수가 없었다.

가지고 들고간 전도지를 뿌려, 그것에 몰려드는 사람들 사이로 피해가며 계속 나는 그 아이를 찾았다. 멀리서 다시 한 번 눈에 띄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은, 하고 있던 숄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은 건데. 그 아이에게 가다가 또 다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밀려 아이를 놓쳐버렸다. 비는 계속오고 그 작은 아이는 걷기도 힘든데 추워서 얼굴이 파래 있었다.

찾다가, 걸리고, 미끄러지며, 이제는 시간이 되었으니 나가라는 그 곳 관리자들의 지시에 가파른 황토 언덕길을 다 내려왔는데, 그 아이를 다시 봤다. 반가와서 빠른 걸음으로 닥아가려는데, 그 아이는 바로 언덕받이 끝자락에 있는 어느 텐트 안으로 울상이 되어 나를 피해 도망을 쳐 사라졌다.

그날 나는 많이 후회했다,

“그 숄 대신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하면 되겠네요.” 라는 전도사님의 위로를 듣기까지.

이제 곧 아프리카로 다시 떠난다. 사탕을 살포시 놓아주던 마음과 울상이 되어 도망가던 마음들을 찾아서 하나되게 할 소원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