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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5-05-08 15:42:56   조회 : 3901

  한국 기독교는 침체상태입니다. 이건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문제는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그렇다더라』하고는 끝나버린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 아닙니까? 그런데, 분석에만 그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한국교회의 침체에 대한 집회나 세미나 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 추상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면 점증적인 개선에 그치는 대안들 뿐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지적되온 것이 "강대상의 타락"과 "기독교인들의 세속적인 행태"입니다.

"강대상의 타락"이란 목회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목회자가 복음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이나 정치를 강단에서 이야기해서 문제가 된다고 주장이고, "기독교인들의 세속적인 행태"란 교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한 행실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둘 다 타당한 분석입니다. 그런데, 아직 부족합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습니까? 왜 목회자들이 타락했고, 왜 교인들이 타락했습니까? "은혜를 못받아서"라고 말하면 끝이긴 합니다만 그걸론 설명이 부족합니다. "기도하고 성령받자" 라는 식의 대안은 너무나 막연합니다.

"말씀 묵상"과 "기도"는 개인의 경건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는데, 교회는 여전히 낡은 것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지속적으로 부흥 성장해왔던 이유는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화기 때, 문물 수용에 앞장 섰고, 일제시대 때, 항일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독재정권 때, 민주화 운동에 한 축을 담당했고, 경제성장기때, 문화적인 활동의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는 세상보다 뒤쳐져서 끌려가고 있습니다. 개교회 중심적으로 매몰돼 자기 교회 생존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복음은 세상 속에서 숨쉬고 꿈틀거릴 때 확산됐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의 활동을 보십시오.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리의 활동을 보십시오. 미국에서 일어났던 부흥운동들을 보십시오. 그것들은 모두 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이끄는 것들이었습니다. 당시 시대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깨뜨리고 성서적으로 보다 정의롭고, 올바른 패러다임을 세워나갈 때 기독교는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들의 실태를 보면 처참합니다. 물론 다일공동체나 광염교회의 재난구조팀 등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교회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상당히 대부분의 교회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존의 패러다임일까요? 첫번째는 목회자의 생계가 교회에 의존돼 있는 것이고, 두번째는 성도의 영성이 목회자에 의존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패러다임이 깨지기 전까지는 "강대상의 타락"과 "성도의 세속적인 행태"가 끊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목회자의 생계가 교회에 의존돼 있는 구조는 변화돼야 합니다. 목회자도 별도의 직업을 가져야 합니다. 이미 미국에선 대부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구약시대의 레위지파를 운운한다면, 성경의 흐름을 잘못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번듯한 사무실에서, 양복 빼입고, 책을 읽고 있는 이런 이미지를 깨버려야 합니다. 삶의 현장에 앞장 서 뛰지 않는 영성을 어찌 진짜라 할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울도 평일엔 천막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사도행전 18장 3절) 그건 "선교사"니까 그런거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일하면서 사역해야 합니다. 한국이 마치 뭐라도 된거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닙니까? "한국교회"가 가진 허세, 보여주기 의식에 속지 마십시오. "한국"에도 안 믿는 사람이 깔렸습니다. 한국도 선교지입니다. 그러니까 일하면서 사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된 재단을 형성하고, 시골의 작은 교회든, 서울의 대형 교회든 연급에 따라 동일한 생활비를 지급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역지는 몇 년에 한번씩 공평하게 로테이션을 시키면 됩니다. 사실 이게 초기 감리교회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내가 어떻게 키운 교회인데』라는 비성서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재철 목사님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나마 가능한 개혁방법은 새롭게 자라나는 목회자들이 "제2의 바울"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나가십시오. 일을 하면서 충분히 사역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성도들은 "목회자에 의존된 영성생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목회자의 학력은 일반인들에 비해 높았습니다. 때문에 교회는 목회자의 성서해석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으로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목사님 말씀에 무조건 아멘 순종이란 페러다임은 상대적 적절성이 떨어집니다. 이젠 대부분 일정수준의 교육을 받은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성서를 읽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신앙적인 물음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고 성서적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자율적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왜 목회자를 통해서만 말씀을 들어야 하고 목회자를 통해서만 기도응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목회자를 신내림 받은 무당 같은 걸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목회자는 신앙에 대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신앙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이리 목회자에게 의존합니까? 목회자에게 의존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게으른 학생이 쪽집게 학원 강사에게 의존하는 모습처럼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공부를 해서 실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학원 강사가 시험에 나오는 문제만 골라주기를 기대하는 황당한 광경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몇 백만원짜리 쪽집게 강사에게 공부를 배워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입시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혹여 입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공부가 아닙니다.

진정한 공부를 위해선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는 게 우선입니다. 강사에게 도움을 받을 순 있어도, 강사가 대신 시험을 치뤄줄 순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목회자가 신앙생활에 대한 지침을 알려주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세워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 대신 하나님을 만나줄 순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중년 목사님들이 "목회지가 없다" 라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삽니다. 물론 젊은 목회자 지망생에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열심히 해야지" 라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왜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앞에서는 "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열심히 기도하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목회지가 없는게 내 탓인가요? 왜 목회지를 없게 만들어서 후배들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셨습니까?" 라는 마음이 듭니다.(기자는 신학을 전공했고, 여러 교회에서 사역을 했었습니다.)

"목회지가 없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데, 너희가 힘들게 됐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목사님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은 "세상이 많이 어려워져서...시대가 변해서..." 등의 이야기만 할뿐입니다. 성도들을 향해선 ‘원망하지 말아라, 누구 탓하지 말아라’ 하면서 목사님들은 세상 탓, 시대 탓 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세태 속에서 진정으로 복음이 살아나기 위해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일하는 목회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영적으로 자립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절대로 받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참으로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자립의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바울처럼 사십시오. 예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예수처럼 사십시오.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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