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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아닌 사랑을 따라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5-05-15 16:44:50 조회 : 2674

만일 누구든지 무엇을 아는 줄로 생각하면 아직도 마땅히 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또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 사람은 하나님도 알아 주시느니라

<고린도전서 8장 2-3절>

고린도전서 8장의 중요한 주제는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을 먹어도 되는가?』입니다. 이 주제는 당시 성도들의 일상에서 겪었던 삶의 영역에서 발생했던 문제에서 출발된 논제라는 점에서 실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한편 “그리스도인의 삶과 자유”라는 근본 원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성경의 위대함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결론은『지식적』으로는 먹어도 상관없으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먹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해 8장의 앞부분에서 핵심을 요약적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8장 2-3절입니다.

성경은 이 부분에서 지식과 사랑을 대조하며, 신앙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식과 사랑을 반대말처럼 서술한 것은 언뜻 생각하면 말이 이상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지식의 반대말은 무지이고,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이 이야기 하려고 하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면, 지식과 사랑의 대조는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문에서 사용된 "아는 것"이 뜻하는 바를 쉽게 풀어보면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논리"입니다. 사람에겐 묘한 속성이 있는데, 바로 자신의 기호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논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냥 하고 싶어서 했으면서, 마치 그것이 타당한 것처럼 만들려고 이런저런 지식을 붙입니다. 사실은 그냥 하기 싫어서 안했으면서, 마치 그것이 정당한 것처럼 만들기 위해 아는 것을 총동원합니다.

교회에서 지식적인 논리를 가만히 들어보십시오. 자신의 아는 것을 늘어놓으면서 하는 결론을 보십시오. 결국 자기 개인적인 선호나 기호를 강조하며 끝이 납니다.

"다같이 한다고 꼭 해야 하냐? 사람마다 다른 은사가 있는 거지. 나는 못하겠다"

"다른 사람들은 수련회를 참석한다고, 나도 그래야 하나?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거지 나는 참석 안하겠다."

"사람들이 다 돌아가면서 역할을 맡는다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나? 나는 안하겠다"

이런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죄를 짓고 타락하더라도, 나는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겠다" 로 적용해야 할 자유를 자신의 기호를 정당화 시키는 방향으로 잘못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로 하나님에 대한 체험이 없거나, 말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이런 논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이런 "아는 것" 위에 기초를 두는 신앙 생활은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자기 자신의 만족과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을 뿐 자신의 행동이 교회 공동체에 미칠 영향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 "나"만 있는 "신앙생활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런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향해("나는 내가 뭘 잘하는 지, 못하는 지 잘 알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타당한 거야" 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너는 네가 다 아는 것 같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넌 진짜 중요한 걸 모르고 있는 거야!"

반면, 본문에서 사용된 "사랑"이 뜻하는 바는 "공동체를 배려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논리적으론 다소 맞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합니다. 공동체의 덕을 쌓기 위해서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이 그렇습니다. 세상 사람들이나, 신앙생활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희생"입니다. 자신의 하고 싶은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감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특별한 고등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과 개인 사정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으로 믿고, 열심히 노력하며 몇 십 년을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해온 성도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을까요?

"배운 것도 없이 무슨 교사를 해, 개인 사정도 많은데 무슨 봉사를 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논리적이지 않을까요? 특별한 재능이나 은사가 없지만, 교회에서 맡은 역할을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준비하고 애쓰는 모습을 보십시오.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습니까? "못하는 걸 왜 해." 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논리적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논리적 모순이 되는 그런 모습이야 말로 신앙의 본질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설프고, 부족하더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이 전해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신앙 공동체의 일은 하려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하나님이 감당할 능력을 주시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고, "사랑"의 속성은 논리를 뛰어넘는 역설입니다. 기독교의 진리가 역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는 것" 위에 서있는 사람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 위에 서서 보게 되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지만, 본문에선 이런 공동체를 향한 배려와 희생을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 위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하나님도 그것을 알아주신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날 개인의 자유와 개성에 대한 강조 속에 공동체의 덕을 세우기 위한 희생이라는 가치가 조금씩 상실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의 물결 속에 교회라는 지체의식이 점점 박약해져 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취업과 사업, 자기 자신의 결혼, 자기 가족의 건강에만 집중해서 교회의 덕을 쌓기 위한 모습을 시나브로 놓쳐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희생을 깨달은 사람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따라 삽니다. 하나님 편에 선 사람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따라 삽니다. 구원받은 사람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따라 갑니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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