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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설명으로 채워지지 않는 지점이 있음을 기억하기.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5-09-10 15:05:18   조회 : 2109

연대에서 개설되는 강의 중 두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하나는 공대쪽에서 개설된 창조과학의 내용이 포함된 세미나이고, 다른 하나는 신과대에서 개설된 세월호 이후의 신학의 과제에 대한 세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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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세월호 이후 신학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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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창조론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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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에 대한 세미나는 많은 비판을 받는 반면, 세월호 이후 신학에 대한 세미나는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경은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사유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창조 과학은 교회 현장, 즉 수련회나 부흥회, 교회에서 진행되는 세미나 등에서 심심치 않게 활용되는 소스이긴 하지만, 학문적 영역에선 그다지 거론되지 않는 대상입니다. 정규 신학 코스에 전공필수과목으로 창조과학을 배우는 신학교는 없습니다.

교회 현장과 학계 사이의 이러한 간극과 차이가 아마도 위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둘을 분리시켜버리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교회라는 공동체의 온도와 학교라는 공동체의 온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신앙은 자신의 체험이나 깨달음, 감수성, 결단, 의문과 질문을 반드시 동반합니다. 이것이 없는 신앙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없다면, 그것은 취미활동 내지는 문화 활동일 뿐입니다. 즉 신앙은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뭔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바로 이 지점, "신앙"이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그 지점에서 창조과학 등과 같은 사유들이 발동하게 됩니다. "신앙"과 "실생활" 사이에는 쉽게 설명될 수 없는 묘한 괴리 및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신앙"이 "실생활"에서 적용, 실천, 활용될 때, 뭔가 보충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보충설명을 하려고 하는 것" 자체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앎의 욕구이기도 합니다. 보충설명을 하려는 자세를 통해 우리들은 상당히 많은 깨달음과 통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보충설명"이 절대적인 어떤 것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때 발생합니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딱 딱 들어맞는 뭔가를 만들어서 그것을 신봉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명백히 우상숭배 혹은 불신앙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이란 보충 설명을 한 뒤, 그것을 버려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날마다 죽는다는 바울의 고백이며, 아침마다 새롭고 늘 새롭다는 시편의 고백입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과 쓰고 난 뒤에 지운 것은 분명 다릅니다. 아무 것도 쓰지 않고 빈 공간으로 두는 것과 "없음" 이라고 써두는 것은 분명 같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애시 당초 보충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믿음이 없는 것이지만, 보충설명을 한 뒤에 그것을 버려버리는 것은 진정한 믿음인 것입니다.

창조과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보충설명"을 절대화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며, 세월호 이후 신학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은 그동안의 "보충설명"들을 과감히 내어던지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서는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고 말합니다. 기자는 이를 보충설명으로 채워지지 않는 지점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성서가 위대한 점은 뭔가 엉성하고 듬성한 표현과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동양적 표현으로 성서는 많은 여백의 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주석, 해석, 자료, 설교 등은 이 여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뭔가 아름다운 작품 혹은 잘 조리된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들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합니다. 이주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고 버려야 할 보충설명입니다.

보충설명 자체를 포기하지는 마십시오. 그러나 보충설명에 사로잡히지도 마십시오. 그것이 믿음의 길을 걷는 방법입니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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