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국 사회에서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정교과서 문제입니다. 정부가 정한 단일한 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역사의 다원성과 모호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역사학자들 및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시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사왜곡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여론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 정부가 국정교과서 이슈를 터트린 것은 다음에 있을 선거를 겨냥한 것입니다. 미리부터 정당 내에서 편 가르기 및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국정교과서 이슈에 대해 “기독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입니다. 일부 교단들 및 교수들은 “역사교과서에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더 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국정 교과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췄습니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 정신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의 기본이 되는 성서를 살펴봅시다. 구약성서는 곳곳에서 중복되는 역사서술을 반복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사무엘상하 & 열왕기상하 와 역대상하입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같은 역사 서술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 꼼꼼히 대조하면서 읽어보면 왕들에 대한 서술에서 내용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약성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기록을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4가지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해보면 복음서들마다 같은 사건을 조금씩 다르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의 중요한 원리를 깨닫게 해줍니다. 역사적 사건이란 다양한 관점의 기록이 있을 때에 풍성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은 복잡합니다. 때문에 간단해 보이는 사건일지라도 매우 많은 것들이 얽혀있습니다. 당연히 역사에는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의 관점이 스며들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가 마음대로 역사를 조작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것이지, 사건 자체를 거짓되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주장하는 국정교과서는 기독교인이라면 수용할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양한 역사관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건 자체를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신앙은 국정교과서에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권력에 기생하여 국사 교과서에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몇 줄 더 넣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는 복음이 제대로 전파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억압하는 권력에 대항하고, 진리와 정의를 외칠 때 하나님의 복음을 온전히 전파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과 결탁할 때 기독교는 타락하고 변질됐습니다. 이번 국정교과서 문제는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지는 믿음의 시험입니다. 진정한 믿음으로 하나님 편에 설 것인지, 거짓된 믿음으로 권력 편에 설 것인지 크리스찬들은 결단해야 할 것입니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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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기독교 신앙은 <내가 죽는 것>입니다.
232. 상처가 논리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