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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저것도 버리지 말라.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5-11-12 10:18:50   조회 : 2971

성경에서 "거룩하다"라는 의미는 "구별됐다"라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름』에서 경외심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개인이, 어떤 공동체가 일반적인 것과 다를 때, 사람들은 거기서부터 거룩함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그 말씀하시는 것이 서기관과 바리새인과 같지 않고 권세가 있다"고 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것은 예수님이 그 당시 종교지도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목사님을 우러러보는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우리 목사님이 다르긴 달러" "우리 목사님은 이렇게 행동해. 대단하지?"라는 뉘앙스로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다르다는 것이야 말로 거룩함의 느낌을 제공하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르다"는 것을 다른 말로 바꿔보면 "자기 만의 규정이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친한 후배 한명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목사님은 조수석에는 사모님 외에는 태우지 않으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오해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그러신데요. 교회에서도 여자 성도님들만 많이 있으면 그냥 안태우시고, 심지어 자기 딸도 안 태우신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말을 하는 후배의 목소리에서 목사님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습니다. '이 목사님 참 대단하죠?' 라는 마음이 전달됐습니다. 이 목사님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규정 "조수석에는 사모외에는 태우지 않는다" 라는 것이 다른 목사님과의 『다름』을 유발시키고 거기서부터 거룩함, 경외심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이 일반사람들과는 『다름』을 어필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평상시에 나누는 대화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그렇잖아. 그런데 나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왜 이렇게 말합니까? 자신이 남들과 다름을 이야기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경외심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요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니야. 너만 그러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 왜 이렇게 반응할까요? 상대방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나에게 경외심을 요구하지 말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이런 『개인적은 규정』은 신앙의 형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의 본질은 아닙니다. 성경 어디에도, 조수석에 사모외에 다른 여자 태우지 말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것은 그냥 그 목사님이 스스로 정한 것입니다. 자기의 신앙의 본질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나름대로의 규칙입니다. 이러한 규정은 개인적으로는 신앙의 본질을 유지시키는 방편이 되고, 관계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거룩함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과 규칙들이 전통이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규정은 개인적인 실천에서 끝나야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공동체적인 법률로 전승되면 신앙의 본질은 상실하고, 신앙의 형식만 남게 됩니다. 처음 몇 대 정도야 본질이 잘 전해져 내려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껍데기만 남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규정들이 무엇입니까?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주일에 돈을 쓰지 않는다』 『교회 갈 때는 정복을 입는다』와 같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신앙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신앙의 형식 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규정들을 지키기에 앞서서 도대체 “이러한 신앙의 형식이 어떤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교회는 이러한 신앙의 본질은 망각하고, 형식만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본질을 상실한 『형식』 또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매우 흥미로운 성경 본문이 있습니다. 바로 바태복음 23장 23절입니다. 본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의와 인과 신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찌니라“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들, 즉 종교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한 형식, 규정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있어야 하는 본질은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꾸짖는 것이 본문의 내용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본질은 까먹고 껍데기만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마음 없이 형식적으로, 요금 지불하듯이, 세금 내듯이 헌금만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 말씀에서 우리는 형식과 본질 사이에서 가져야 할 신앙의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신앙의 형식』 과 『신앙의 본질』 그 미묘한 긴장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현상적으로 봤을 때, 형식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는 사람에겐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새롭고 다르며, 거룩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본질만을 추구하는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에겐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안정감 있고, 체계적으로 느껴집니다. 때문에 평상시에 듣던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아 이렇게 신앙생활 할 수도 있구나!" "저거야 말로 진짜 신앙생활인데"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극단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각 각의 장단점을 알고,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금 형식에 치우쳤다면, 본질에 대한 부분을 다시금 점검해나가고, 본질만 강조하고 있다면, 질서와 체계가 있어야 함을 되새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에 올 때 정장을 입어야 한다"라는 것을 가지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져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전통적인 교회 분위기에서 "예배를 드리러 올 때는 깨끗한 옷, 단정한 옷을 입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형식입니다. 하나님과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며 외부사람들이 보기에도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형식에 대해 "복장이 뭐가 중요하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옷만 이쁘게 입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집중해서 드려야지" 라고 말하며 본질의 문제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정장이 아닌 복장으로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는 목사님들도 많아졌습니다. 전통적인 교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들 앞에 설 때는 양복을 입어야 한다" 는 형식과 "복장이 뭐가 중요하냐 설교가 중요하다"는 본질이 부딪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청년들은 본질을 강조하는 것에 열광하고 직장인들을 비롯한 장년층은 형식을 중요시 여기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깁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경은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라고"말씀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서 그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장을 입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저런 옷을 입고 설교를 해? 저런 옷을 입고 예배를 드려? 저게 무슨 성도야, 저게 무슨 목사야"라고 생각하거나 정장을 입는 사람들을 향해 "답답하네, 옷을 왜 저렇게 입나. 앞뒤 꽉 막혔군"와 같은 시선으로 대하면 안 됩니다.

정장을 입는 사람들은 "그래 예배 때에 깔끔한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복장이 저래도 은혜 받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라고 생각해주고 정장을 입지 않는 사람들은 "은혜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름대로 옷에 대해 신경쓰는 것도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성경이 가르쳐 주는 답입니다.

우리들의 믿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신앙의 본질과 신앙의 형식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아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쪽만을 너무 강조한다는 사실입니다. 본질을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질서와 권위를 깨뜨립니다. 형식을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본질을 망각합니다. 안됩니다. 그런 식으로는 본질도 잃어버리고, 형식도 깨져버립니다. 이 두 가지는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신앙은 어떻습니까? 혹시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다가 본질을 잊고 있진 않습니까? 아니면 본질적인 것을 강조하다가 형식이 주는 거룩함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두 가지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바른 믿음을 갖게 되길 소망합니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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