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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은혜의 통로가 됩니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5-12-03 12:03:47 조회 : 2205

여러 시상식에서 종 종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라는 말입니다. 이런 표현이 나오면, 교회에선 그 사람의 신앙과 간증은 설교나 교육, 나눔의 아주 좋은 소스가 됩니다. 결론은 거의 동일합니다. “우리도 이런 사람이 되자.”

물론 믿음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신앙적인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순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남에게 의존된 신앙, 인간을 숭배하는 감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른 한편, 이런 표현 자체가 또 다른 명예와 성공의 욕망을 추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종교적 명예욕에 빠져들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돌리는 장면을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은혜”와 “믿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적합한 생각인지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바로 “은혜”(은총, grace)라는 개념입니다. 사실 이 말은 교회 안에서 인사말처럼 사용되는 어휘이기도 합니다. “은혜 받았다”라고 말 안에는 “좋았다” “감동적이었다” “인상 깊었다” “깨달음이 있었다” “믿음이 생겼다” “변화되었다” 등의 긍정적인 것들을 모두 포괄되어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은혜는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은혜에 대한 감각은 신앙의 원동력이 됩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은혜가 느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다”라는 말은 “은혜를 체험하며 은혜 가운데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과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것들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물이라는 감각이 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이 “은혜”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주셨다”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라고 말할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신앙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우선 이 말은 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하나님께서 무조건 주셨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즉 기독교 신앙이 “게으름”이나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이해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노력한 것만큼 해주셨다는 것처럼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즉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인 것처럼 은혜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은혜의 감각을 가지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할 때는 다음과 같이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조건적으로 주어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된 것도 있고, 크게 노력하지 않았지만 잘 풀린 것도 있는 것입니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마음에 포기하거나 게을러선 안 됩니다. 그렇다고 노력한 것이 다 효과가 있고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신봉해서도 안 됩니다. 이는 투입-산출 구조, 원인-결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모호합니다. 그리고 애매합니다. 계획대로 다 이뤄지는 삶도 없지만, 무조건 다 빗나가기만 하는 삶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이유와 원인을 찾아내거나,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가능할 순 있지만, 그렇다면 세상에 발생하는 모든 현상과 사건 속에서 필연적이고 논리적인 어떤 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삶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불확실성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번개처럼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은혜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은혜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우리들의 믿음을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변증법적인 관계 속에서 설명했습니다. 이 땅에서의 우리들의 삶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한 것이면서도, 아직 임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적으로 나아가는 힘. 그것이 바로 "은혜" 입니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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