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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의 의미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6-01-28 15:17:23   조회 : 4631

한국 교회 일부에서는 ‘영적인 원리’라는 것을 하나님과 사탄의 대립 구도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설명입니다. "모든 게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악한 영의 원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건강이 안 좋고,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 예수의 이름으로 이런 악한 영의 기운을 쫒아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영적인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아주 쉽게 선/악 이원론, 흑백논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선과 악의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숙 및 성장과는 역행하는 사유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이 즐기는 만화영화나 소설 등은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관계 설정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모든 것들에는 장단점이 있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호함 속에서 인간은 무언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원리 및 가치관을 추구하고, 갈망하게 됩니다. 사실 영적인 원리라는 건 바로 이런 차원의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하나님과 사탄의 대립구도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해버리면 여러 가지 복잡하고 모순된 것들을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심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이중성과 모순을 무시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은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정의의 용사들이 악당을 물리치는 수준에서 발생되는 쾌락을 신앙의 중심에 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영적인 승리가 문제 해결과 복을 가져온다는 개념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선한 계획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고난과 어려움이 어둠의 영 때문이며, 영적 전투에 승리해야 복이 온다’라고 설명해버리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사도 바울이 겪은 고난, 초대 교회와 교인들이 당했던 핍박과 순교가 영적 전쟁에 패배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됩니다. 논리적으로 황당한 주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모순을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의 강연을 들으면 처음엔 ‘고난과 어려움이 악한 영 때문에 왔다’라고 서두를 꺼낸 뒤에 나중에 가서는 ‘성경의 인물들을 본받아 고난 과 어려움을 당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흑백논리를 진행시켜둔 뒤에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선/악 대립 구조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악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칼로 무 베듯이 선/악이 간단히 구분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영적인 세계를 믿습니다. 분명 과학적 실험이나 논리적 증명으로 설명되지 않은 삶의 영역과 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세계는 단순하게 규정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10여 년을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해왔지만, 성경이 영적 세계를 그렇게 단순하게 취급한다는 주장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적인 원리라는 걸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자주 자신이 뭔가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 특별한 능력이라는 게 아주 마법 같은 능력입니다. 그런 모습은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사역자나 선생님이 신앙적으로 좋은 영감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은 자신이 직접 하나님 앞에 설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특정 사역자를 매개해야만 하나님께 기도가 상달되거나, 은사, 능력,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용한 점쟁이를 찾아서 부적을 써달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미신입니다.

예수는 우리를 자립시키기 위하여, 자유하게 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죽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야 합니다. 그게 기독교가 전파하는 복음입니다. 영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초능력자가 되거나 마법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의 삶속에서 예수와 함께 예수를 따라 사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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