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코끼리보다 더 무섭다? 하필이면 지난 고국 설 연휴 기간에 말라리아에 걸려 드러누웠었다. 일년에 서너 번씩 말라리아에 걸리니 이제 지인들에게 빨리 회복되도록 기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민망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찬물을 끼얹을까봐 차마 말도 못하고 페북과 SNS에 고향 부모형제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많은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을 접하면서 그저 부러움을 안고 그리움에 젖어 들었다. 이국에서 느끼는 선교사의 소외감과 설움은 이렇게 풍토병이나 질병에 걸려 몸과 마음이 아프고 허약할 때 또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시련을 겪을때 찾아온다. 이렇게 말라리아 병은 아프리카 선교사의 열정을 흐트러 놓는데 한 몫을 하는 셈이다.
케냐에서는 사파리가 유명할 정도로 야생동물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원주민들에게 동물의 왕인 사자와 코끼리와 악어를 무서워하기보다 모기를 더 무서워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종종 말해준다. 사자나 야생동물에 물려 죽었다는 사람은 일년에 몇번 뉴스에 나올까 말까 하지만 모기에 물려서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죽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기 때문에 이미 더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없는 소식으로 뉴스에도 안 나온다. 원주민들이 말라리아를 감기 몸살처럼 소홀히 생각하다가 말라리아 원충이 뇌로 들어가서 죽는 사람도 더러 있고 말 못하는 어린 아기들과 영양부족의 노약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아주 작은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에 걸리면 힘센 장사도 소용없다. 오한과 두통과 구토와 뼈저린 고통으로 신음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른다. 그러기에 아프리카에서는 덩치가 어마어마하고 힘센 코끼리보다 모기를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그렇다. 코끼리가 눈 앞에 나타난 것처럼 큰 문제가 우리 앞을 가로막거나 사자가 눈 앞에 나타난 것처럼 위급한 상황이 우리 앞에 닥쳐 올 때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크고 무서운 것들이 우리의 가정과 교회를 무너뜨리고 인생을 망쳐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해 보이고 하찮은 일들에서 비롯된다. 지극히 작은 모기의 입 침샘에서 나온 원충이 사람의 혈액을 통해 간에 들어가서 잠복했다가 몸살 기운이 있을때 말라리아 병을 일으켜서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듯이 작은 혀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행복을 빼앗아가고 가정을 허물고 이웃을 죽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작다고 쉽게 생각하다가 우리 인생이 파멸과 죽음의 계곡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 우리 삶 속에 작다고 무시해 온 것들이 무엇인가? 주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아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아가서 2정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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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눈물 흘리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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