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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뒤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다.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6-02-27 20:47:39 조회 : 1940

명절 등과 같이 연휴가 있고 난 뒤의 주일은 예배 인도하기가 이상하게 더 힘이 듭니다. 전반적인 교회의 분위기와 예배 시간 성도들의 모습 속에서 뭔가 침체되고 가라앉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제가 사역해왔던 모든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며칠 푹 쉬었으면 더 활력이 넘쳐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상식적인 답변은 "명절 증후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명절은 달력상으로는 휴일이었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 노동을 해야 하는 날이었음으로 쉬었다고 볼 수 없다. 혹 푹 쉬었다고 한다면, 쉬었던 관성이 교회 활동에도 영향을 끼친다.]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제법 적절한 것이긴 합니다. 컨디션 및 바이오리듬의 영향력을 분명히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교회라고 하는 신앙 공동체의 특성은 반영하지 않는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사회 기능론적 관점에서 교회는 회사나 학교와 비슷한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예수에 대한 체험이 있는 신앙인이라면 그런 구분으로 신앙공동체를 정의내리는 것은 불충분하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명절증후군으로 설명이 끝나면, 뭔가 석연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신비주의적인 차원의 영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가능하기도 합니다. [제사나 차례 등 세상적이고 비기독교적인 요소들 때문에 오는 어떤 악한 기운이 기독교 신앙을 방해한다.] 라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설명이 별로 타당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상당히 많은 기독교인들, 특히 부흥회 영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나, 신비한 현상 위주의 신앙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이런 관점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설명의 한계는 이분법적인 세계관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논쟁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세상과의 단절" 또는 "특정 입장으로의 강요"로 귀결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다른 입장은 이런 침체는 상대적이며 상황적인 것이지 연휴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침체는 연휴 때에만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배 인도를 몇 년 만 해보십시오. 그리고 관찰해보십시오. 연휴 이후에 찾아오는 침체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현상 자체가 분명히 있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역을 안 해봤거나, 사역을 했어도 제대로 안했거나, 혹은 알고 있으면서도 직면하지 않으려는 것이 될 뿐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입장은 사유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별로 바람직한 접근법은 아닙니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세상 모든 것은 다 그때 그때 다른 것이 돼버립니다.

저는 이런 연휴 뒤의 침체가 [신앙의 현주소] 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 침체는 예외적이고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 했던 본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라캉 및 지젝의 정신분석학적 사유를 빌려와 표현 하자면, 연휴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각종 교리와 제도로 묶어두고 규정하려고 했던 "믿음 있음"이라는 상징계를 균열시키는 사건입니다.

때문에 [연휴 뒤의 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이 진정한 신앙상태] 가 됩니다. 쉽게 말해 연휴 이후 교회 활동에 침체를 겪는 다면 그 신앙은 아직 미숙한 것이고, 연휴가 있든 말든 꾸준히 성실한 활동을 유지한다면 그 신앙은 성숙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연휴는 우리의 신앙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다림줄 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지금 나의 신앙상태는 어떠합니까? 그럴듯해보였지만, 사실 미숙한 것은 아닙니까? 자신의 겉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이 믿음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부지런히 연단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245. 시선과 신앙

243. 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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