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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구조와 인식론적 폭력을 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6-05-04 16:35:20   조회 : 1988

대립구조는 인간이 무언가를 학습할 때 유용한 툴 중에 하나다. 두 가지를 비교 및 대조하는 방법으로 학습하는 것은 이해와 암기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악, 외부-내부, 민주주의-전체주의, 자본주의-사회주의, 하나님-인간, 객관-주관, 사실-가치판단 등이다.

하지만 "대립구조"라는 것 자체가 세계관이며 관점이라는 사실을 놓치게 되면, 대립 구조가 담아내지 못하는 수많은 영역들을 잘못 이해하게 된다. 이론의 영역과 삶의 영역의 괴리가 심화되는 것이다.따라서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 대립구조를 세운 뒤, 그 후엔 다시 대립구조를 무너뜨려버려야 사유가 완성된다. 그렇다면 결국 없애야 하는 것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든 뒤에 무너뜨려 아무것도 없는 것은 현상적으론 동일하지만,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숙함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해 속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영역은 객관적-주관적 이라는 개념이다. 우리는 "객관적"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세계, 그리고 다양한 사건들과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중립적이고, 타당하고, 정확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어투와 어조를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객관적이라는 것은 개념적으로만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관점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판단과 분석에는 그 사람의 욕망, 의도,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항상 타당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타당한 것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는 항상 “동일한 논리로 뭔가를 옹호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예민하게 깨어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히틀러 나치 정권 때 인체실험을 통해 유전학이 크게 발전했고, 유전학을 통해 "인종은 유전이다"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통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고 주장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치 정권 때는 이 데이터를 통해 “인종에는 바뀔 수 없는 우열과 열등이 있고, 때문에 열등한 인종은 제거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사용됐다. 논리가 관점이라는 사실을 놓쳤을 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상에서 "제3자의 관점으로 보자"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등과 같은 말로 뭔가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한 태도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을 제3자로 선정하느냐의 문제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정당하고 건강한 대화 방법은 자기의 관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제시한 뒤, 거기서부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제시하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상대방의 관점 자체를 무시하는 인식론적 폭력이다. "니 생각은 다 파악됐어. 너는 이런 관점에서 보고 있잖아. 그거 자체가 문제야;" 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방법은 "왜 그러한 관점을 갖고 있는지," "그러한 관점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지," 그리고 "그러한 관점과 나의 관점이 어떤 식으로 대화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자기의 관점 또한 고정적이고 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늘 현재적으로 "지금의 내 관점"일 뿐이다. 이는 변덕스러움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은 변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은총, 그리고 그 은총에 대한 반응인 회개는 이러한 변화가 계속 일어나게 한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주장할 관점과 수정하고 바꿀 관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과, 그 선택에도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 또한 단순하게 정리될 수 없는 것이긴 하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기도하면 묵상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님의 뜻은 이렇게 예민하게 깨어 있는 태도와 자세 속에서만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어있음이야말로 기독교와 성경이 말하는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일 것이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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