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교사들의 모임으로 담소 중에 어느 싱글 여 선교사님께서 자신은 옷과 가방 모두 선물받은 명품들인데 아무도 명품처럼 안 본다고 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 선교사님이 난 아무거나 걸쳤는데도 명품처럼 본다고 했다. 모두 다 한 바탕 웃었다. 그래서 난 아무리 싸구려를 입어도 보이 시골에 사는 유일한 외국인이라서 제일 잘 입는 것처럼 본다고 했다. 사실 우리는 시골 시장에 나오는 구호물품에서 괜찮은 옷을 골라 사 입기도 하고 단기 선교팀들이 입다가 두고 가는 옷을 입기도 한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 그냥 몸에 맞고 실용적이고 심플한 것이면 만족한다.
그런데 한국에만 가면 유행에 뒤처지는 것처럼 화사한 사람들의 물결에 주눅들어 초라해보이는 자신을 느낀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오래 산 흔적이 군데 군데 찌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뜨거운 태양에 검게 그을린 피부, 기미가 다 가라앉은 얼굴에 고단한 선교지의 삶이 고스란이 묻어나는 것 같은 왠지 푸석한 몰골. 선교사의 인생도 혹시 건조해 보이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폼생폼사가 필요할까?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볼때는 겉으로 보이는 고급스러운 차와 주택, 쌓아 온 스펙과 겉으로 보이는 멋있는 자태가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믿음의 군사로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누군가의 시선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코람데오의 신앙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으며 날마다 연단되어지는 정금같은 믿음으로 험악한 세상에 넘어질까 두려워하며 주 앞에 바로 서기 위해 몸부림 치는 생활. 우아하고 고급스런 옷과 반짝이는 하이힐을 신지않고 명품 백을 들지 않아도 그저 주 안에서 마음이 부요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주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이 우리 안에 살아 숨쉬면 된다.
고국에 나오면 늘 느끼는 선교사들만의 왠지 모르는 초라함. 그러나 조바심 내지도 말고 기 죽지 말자. 우리 속 사람이 강건하고 튼실하게 외유내강의 알짜배기 믿음으로 선교지에서 주의 이름으로 승리하며 살면 된다. 주 앞에서 짝퉁이 아닌 오리지널의 사역과 복음에 살고 복음에 죽는 삶. 선교지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섬기는 선교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예수님의 이름만 높여 드리는 겸손한 선교사가 진실로 멋있는 선교사 라고 감히 말해본다.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마태복음 6;25)
301. 지금은 사랑할 때...
298. 선교지에서 살아 남을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