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마무리하면서 기도원에서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함께 읽고 묵상과 기도한 후에 침묵을 통해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함께 읽고 나누면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차원으로 바로본 복음서 기자의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양하다는 것을 성경묵상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성경의 변하지 않은 본질을 그대로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에게 말씀을 적용하는 것 자체로 커다란 감동이 되었다. 복음서가 쓰여지던 그 시대, 예수님이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그대로를 상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다가선 묵상은 성경을 생동감있게 현재화시킬 수 있었다. 묵상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하나로 묶어지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경험했다.
말씀을 읽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예수님을 통해 치유와 회복를 경험한 복음서의 사건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로 다가서는 우리들에게 그대로 현현하는 것을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복음서의 가장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속죄와 구원의 복음이 가장 감명깊게 다가왔다.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복음서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기도원에서 2박 3일을 지내면서 가져갔던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편하게 지냈다. 기도원에서 2박을 하고 밤늦게 내려오면서 가져갔던 구두를 기도원에 놓고 왔다. 사랑하는 아내로부터의 받은 선물이라 평소에 소중하게 간직했던 구두였다. 평소에도 중요한 일에 참여할 때 신었던 구두였다. 아쉬운 마음에 해가 바뀌어서 새해 벽두부터 기도원을 찾았다. 2017년은 1월 1일이 주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기도원을 찾았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구두는 없었다. 고가의 구두도 아니고 평범한 구두였기에 버려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도원에서 구두를 분실한 후에 지역에서 목회하던 목사님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소천했다. 목사님의 쓰던 대부분의 물품을 아프리카 신학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했다. 10년은 더 목회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목사님이였기에,
목사님이 보던 책들은 미래지향적인 책들로 가득했다. 목회 20년의 원숙한 영성이, 목사님이 보던 책들에 스며져 있었다. 소천한 목사님의 물품 중에는 목사님이 신던 신발들이 모여진 박스가 있었다. 운동화와 구두가 그대로 박스에 담어져 있었다. 그중에서 유난이 깨끗하게 보관되어진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목사님이 살아있었을 때에 소중하게 여겼던 구두임이 분명해 보였다. 구두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나에게 사모님이 말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셨으니 목사님이 이 구두를 신으세요. 하늘에서 목사님이 기뻐하실 겁니다. “ 사모님의 따듯한 말에 그자리에서 구두를 신었다. 마치 오랫동안 신어오던 구두처럼 신기에 편했다. 잃어버린 구두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어 나에게 다가온 것처럼 마음에 다가왔다.
아프리카 신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는 일을 돕고 있다. 물품을 기증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신앙심이 물품에 스며져 있음을 수집된 물품을 보면서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물품을 보내거나, 새 물품을 구입해서 보내시는 분들의 정성에 깊은 감동이 올라온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물품에 자신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자기의 뜻과 다르게 기증되어 질 수 있다. 때로는 산자의 정성이 죽은 자의 정성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다. 자신이 쓰다가 버리게 될 물품을 생각없이 기증하는 마음들이 있다. 아프리카로 보내기 전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물품들을 보면서 상대방을 소중하게 섬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마태복음22:37-39)
388. 영혼의 병 중독
386. 공감과 동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