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국유학시절 아주 작은 교회의 전도사로 사역할 때의 일을 소개했습니다.
"교회 헌금 다 모아봐야 목사님 사례비도 드리기 어려운 교회였지요. 어느 날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전도사님. 사례비예요" 하시면서 봉투를 건네시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 목사님도 사례를 받지 못하시는 상황인데 "목사님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서둘러 집으로 와버렸지요.
몇 시간 후, 딩동 소리가 나서 문을 였었더니, 장을 거하게 보셔서 집 앞에 두시고 목사님은 도망을 가버리신 것 아닌가. 대략난감. 그런데 묘한 승부욕이 발동이 되더군요. 찢어지게 가난한 영국 유학생 생활이었지만 "여보. 돈 꼬불쳐 놓은 것 다 주라" 그 돈을 들고 테스코로 달려가서 두배로 장을 봐서 목사님 댁 문 앞에 두고 도망을 쳐버렸지요. "내가 이겼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우리 집의 초인종 소리가 울려서 나가보니, 이번에는 각종 과일이… 목사님은 다시 도망을 가셨고요. 내 수중에는 더이상 돈은 없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고, 고민이 참 많이 되었습니다. 그 때 하늘의 지혜가… 목사님께서 사주신 과일과 장꾸러미를 들고 다시 목사님 댁으로 갔지요. 아뿔싸. 대문 앞에 서 계시는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도사님 마음 다 아니까… 이제 그만합시다."
가난했던 그 시절, 목사님과 부등켜 안고 집 앞에서 참 많이 울었지요. 가난한 처지의 두 사람이었지만 사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게 느껴지니 더 눈물이 났습니다. 목사님 댁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그 길과 그 시간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목사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알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버지라 알고 지내왔습니다. 딸이 집을 떠나 대학생활을 하면서, 딸이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통해 딸과 제가 관계가 질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로서 딸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저의 방식이었습니다. 딸이 어떤 내면의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아내하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날 아내는 저에게 제 자신이 발산하는 화에 대해 아픔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내의 아픔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20주년이 지나고 나서야 저는 아내의 아픔을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어린시절에 경험한 화에 대한 공포가 아내의 내면에 상흔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아픔이 저에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아내와 딸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많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하고, 성숙하지 못함을 아내와 딸에게 고백했습니다. 그와같은 시간이 2년정도 지난 후에 아내와 딸에게서 조금씩 이전과 다른 친밀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친밀함이 형성하는데 초석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초석 위에 정직한 감정을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에 친밀함의 깊이가 채워짐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함도 마찬가지라 사려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깊이를 공감하는 것 만큼 하나님과 친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죄인도 하나님께서 용서하여 주셨다는 그 감격이 깊어질 때에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다가옵니다.
하나님과의 친밀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맡기면 맡길수록 깊어져 갑니다. 저의 내면의 주장을 내려놓고 침묵으로 그분 앞에 기도할 때에 하나님의 친밀함이 다가옵니다.
398. 용서와 화해
396. 하나님께 의존하는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