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카 Judy는 네 아이의 엄마다. 중학생부터 5살의 막내까지 아들, 딸, 아들, 딸을 둔 다복한 엄마이다. 밝고 명랑하고 언제나 활기가 차 있는 행복한 엄마이다. 응급치료를 공부하고 병원에서 일하다가 도미해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에서는 반주를 했던 다재다능하며 늘 종달새처럼 조잘대며 예쁜 손으로 각가지 일들을 거침 없이 잘한다. 같은 교회의 전도사님의 청혼을 받아 가정을 이루어 사역자의 길로 들어섰다.
전도사님은 훌러 신학을 졸업하던 해에 자기가 소속되어 있던 교회가 PCUSA안에 있었고, 동성결혼을 인정하자 그 교회에서 안수 받기를 거부하고 그 교단을 떠났다. 자기 사역의 본거지 California 를 떠나 Seattle 부근의 작은 도시로 사 남매를 데리고 이사를 한 것이 4년 전. 이 작은 도시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1세 목사님으로부터 상처 받고 나왔다. 대개 1세 담임 목사님들과 동역이 힘든 우리 1.5세나 2세 목사님들과 같이 우리 전도사님도 여러 번 어려운 고비들을 넘겼다. 교회의 재정이 모자라면 제일 먼저 감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 교육 전도사. 파트 타임으로 채용하고는 하나 하나 일을 늘려가서 훌 타임처럼 일을 시키는 1세 목사님들.
이제는 네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다른 교회의 부사역자의 자리를 넘겨보지 않고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린다. 온 가족이 함께 예배 드리는 것을 원해서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린다. 예배에 오는 사람들마다 다 국적이 다르고, 대개가 자기들의 섬기는 교회를 따로 갖고 있으면서, 다니는 교회에 교육부가 없으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에 오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헌금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으니까 내 조카와 전도사님이 세상 속의 가정처럼 밖에 나가 일을 해서 사 남매와 교인들의 식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조카가 한 가지 일로 이 일을 감당하기 힘이 드니까 두 번째 일을 시작하니깐 전도사님이 질세라 트럭 운전을 배워 더 돈을 벌겠다고 학교를 다닌다. 살림은 내 동생인 친정 엄마가 돌보고 이 부부는 돈 벌러 나간다.
아이들이 부모를 같이 만나는 것은 일요일뿐. 아빠와 함께 하는 아침 식사에는 애들마다 해야 할 말이 많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난 뒤 내 동생은 부지런히 한국 음식을 만든다.
가까운 TACOMA에 8만 미국 군인이 상주하고 있는데, 그 중에 많은 군인들이 한국 여인들과 결혼하고 교제한 인연으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서 요리해서 갖다 주는 식구들. 아이들의 담임이 나는 김치 좋아해 하면 김치 담가 보내고. 어느 백인이 김치찌개 먹고 싶다면 끓여서 보낸다. 한국 엄마와 이혼하고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백인 아이들, 친 아버지의 집을 찾아 오지 않는 이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놓고 갈비, 김치찌개, 잡채를 해다 저녁상을 차려주는 내 조카. 아버지의 집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남매가 감격하여 식사하더라고 전하는 조카. “병든 아빠를 찾아오지 않아서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보았어.” 조카가 기쁜 듯이 말한다.
매일 이야기 거리가 풍성한 사역자의 가정이다.
Los Angeles 에 비해 비싼 식료품을 사다가 갖가지 요리를 해서 이 집 저 집 보내면서 주일이면 예배 후에 식사 대접을 한단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영어로 예배를 드린다. 4남매는 중학생으로부터 5살, 아직 유치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까지 기도를 잘 한다. 일하기 바쁜 부모가 아이들 교육에도 철저 하다. 어린 아이들이 도고 기도하는 모습은 정말 대견하다. 병들고 힘든 혼자 사는 할아버지 댁을 온 식구가 찾아가 청소 해 드리고, 페인트 해 드리고, 전도사님은 가베지 디스포설 바꿔 드리고 하루 종일 온 식구가 남을 위해 일을 해 드리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고 살던 할아버지가 아이들의 그 모습을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굳히시며 주일이면 가정 교회에 참석하고 계신다.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다 큰 아이 같은 할아버지 성도이다.
대개 개척교회 성도들은 헌신 하지 않는다. 헌금 할 줄도 모른다. 조카 부부는 섬기는 것만 하지 헌금을 가리키지 않는다. 언젠가 깨달아 지면 하겠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난 마음이 무겁다. 성도를 가리키고 깨우치게 하는 게 사역자의 의무가 아닐까? “자고 깨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엄마가 돌보아야지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아. 곧 클 거야.” 4년만에 만나러 갔던 나는 조카에게 이 말만 하고 돌아 왔다. 고생하는 조카 부부가 불쌍했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아 위로를 받는다. 내 동생은 자기 딸 내외를 도와 4남매 손주들을 살피는 것을 사역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뒷바라지를 기쁘게 하고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아름답다.
19. 늙은 충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