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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이야기9: 개신교 정통주의
홍삼열 목사  
2019-01-03 05:23:00   조회 : 8075

사람들은 개신교의 16세기와 17/18세기를 대개 이렇게 구분합니다. 잘못되어가고 있는 교회를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바로잡으려 시도했던 시기가 16세기였다면, 그 다음 세기는 그런 종교적 열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 개혁운동을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교리와 조직을 체계화는 시기였다고요. 그래서 그들은 17/18세기 유럽의 개신교를 가리켜 “개신교 정통주의”(protestant orthodoxy) 혹은 “개신교 스콜라주의”(protestant scholasticism)라고 불렀습니다. 개신교 교파들이 가톨릭으로부터 그리고 서로에게서 분명히 구분되는 자체의 교리로 무장했다는 의미에서 “정통주의”란 표현을 사용하였고, 중세 스콜라주의의 경우에서와 같이 학교를 배경으로 어려운 철학 논리에 기초하여 교리체계를 세웠다는 점에서 “개신교 스콜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죠.

당시 유럽의 개신교는 크게 봐서 루터의 사상을 따르는 루터파와 칼빈의 사상을 따르는 개혁파(장로교회)로 구분됩니다.

1) 루터교 정통주의: 루터는 1세대 개혁가로서의 자신의 임무와 2세대 조직가로서의 멜랑크톤의 임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의 일은 들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큰 돌들을 제거하는 것이고, 멜랑크톤의 일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이다." 사실 루터는 성격이 급하고 선동적인 어투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개혁가였지만 멜랑크톤은 될 수 있으면 싸움을 피하는 차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루터가 죽은 후 개혁의 바통이 멜랑크톤에게 넘겨졌을 때 그는 온건한 정책을 폈습니다. 칼비니스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고 심지어 가톨릭교회와도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루터교 내의 강경파 사람들은 멜랑크톤이 루터를 배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루터가 그토록 반대했던 철학적 이성(理性)을 다시 교회로 끌어들여서 신앙을 설명하려고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가톨릭교회와 대화하기 위해 루터의 성만찬이론이나 “오직 믿음으로만”의 교리까지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비판에 대해 멜랑크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성경에는 본질적인 것(the essential)과 비본질적인 것(the peripheral)이 있는데 이 둘을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본질적인 것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지만 비본질적인 것은 때에 따라서는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강경파 사람들은 그런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성경에는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구분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한창 가톨릭과 개신교가 대립하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에 그런 식으로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때에는 그 둘을 구분하지 말고 가톨릭에 대해 개신교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주장이 다수의 호응을 얻게 되어서 1577년 루터란들이 모여서 자체의 신앙고백(Formula of concord)을 작성했을 때, 성경에는 비본질적인 것들이 들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박해의 상황에서는 그것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예를 들어, 루터의 성만찬 이론이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와 같은 수준의 본질적인 가르침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철저히 루터의 사상만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터의 성만찬 이론은 공재설[共在設, consubstantiation theory]로 불리는데, 이는 목사가 제단 위에 놓인 떡과 포도주를 놓고 성별의 기도를 할 때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와 함께 계시기 위해 실재로 내려오셔서 그것들과 함께 계시고, 그것들이 신자들에게 전해질 때 예수님도 함께 전해진다는 이론입니다.)

다음 세대에도 비슷한 논쟁이 지속되었는데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지 칼릭스투스(George Calixtus)는 본질적인 것(구원에 필수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구원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본질적인 것만을 사람들에게 강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편의상 5세기 이전의 초대교회에서 만들어낸 신조들을 본질적인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그 외의 것들은 권고사항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구원에 꼭 필요한 것들 중 초대교회에서 빼먹고 강조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논리이지요. 이런 신념 하에 칼릭스투스는 루터의 성만찬 교리나 “오직 믿음으로”의 교리는 구원에 필수적인 가르침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그도 개인적으로는 루터의 주장이 옳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을 근거로 다른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서 그들과 관계를 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본질적인 교리를 부정하는 이단(heresy)과 비본질적인 데서 잘못을 저지르는 오류(error)를 구분했고, 가톨릭이나 칼비니스트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이단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루터란들은 그런 생각에 반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텐베르크의 아브라함 칼로프(Abraham Calov) 교수는 “성경에서 가르치는 교리 중 비본질적인 것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고 의문을 던지면서,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은 구원에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초대교회에서 신조를 만들었던 이유는 당시 이단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는데, 현재 루터란들이 만든 신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초대교회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루터란들도 가톨릭과 칼빈주의 이단을 바로잡기 위해 신조를 통해 성경의 진리를 명확하게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터교의 신조는 단순한 권고사항이 아니라 본질적인 진리를 정리한 신앙고백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2) 개혁교회 정통주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개혁교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칼빈주의를 가르치던 알미니우스(Arminius) 교수가 칼빈의 예정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을 때, 다른 칼빈주의자들은 그를 반박하며 예정론을 더욱 강경하게 표현했습니다. 알미니우스는 이중예정론(어떤 사람은 천국 가기로 예정되었고 어떤 사람은 지옥 가기로 예정되었다는 이론)이 성서에서 가르치는 하나님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사랑의 하나님, 공의의 하나님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내시기로 예정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가 죽은 후 1610년에 그를 지지하던 46명의 목사들이 모여서 항의서(Remonstrance)를 작성했는데 그 중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1) 하나님은 사람의 행위와 무관하게 누군가를 구원하기로 선택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를 미리 아시고(foreknowledge) 그것에 기초하여 예정하시는 것이다; 2)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을 거부할 수 있고 은총을 받았더라도 잘 못하면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 3) 그리스도는 구원받기로 예정된 사람을 위해서만 죽으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셨다.

이 문서가 발표된 후 칼비니스트들은 1618년 네덜란드 도르트(Dort)에 총집합을 해서 이 문제를 놓고 토의를 벌인 결과 다음의 5가지 사항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후대 사람들은 그것을 TULIP이란 용어로 설명합니다: 1) Total depravity(전적 타락: 인간은 완전히 타락해서 절대 스스로 선한 것을 선택할 능력이 없다); 2) Unconditional election(무조건적인 선택: 하나님은 사람의 행위나 믿음에 상관없이 어떤 사람들 구원받기로 선택하신다); 3) Limited atonement(제한된 구속: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신 것이 아니라 구원받기로 예정된 사람들만을 위해 죽으셨다); 4) Irresistible grace(불가항력적인 은총: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구원시키기로 예정하시고 그 사람에게 구원의 은총을 주시려 할 때 그 사람은 그것을 절대 거부할 수 없다); 5) Perseverance of the saints(성도의 보전: 하나님이 어떤 사람에게 구원의 은총을 주셨다면 그 사람은 절대 그 은총을 잃어버릴 수 없다. 반드시 구원받는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1647년 영국에서 확대/정리되어 다시 신조로 발표되는데, 그것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the Westminster Confession)입니다.

3) 개신교 정통주의의 특징: 17/18세기 개신교 정통주의는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다음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① 첫째로 개신교 정통주의는 자체의 명확한 신앙고백을 만들어서 그것을 교인들에게 강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루터교인들은 아욱스부르크 신앙고백을 받아들여야 했고, 개혁교회 교인들은 도르트회의의 신앙고백이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또한 개신교 교파들끼리 서로 대화를 피하고 심지어 자기들 신앙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른 교파 사람들을 이단시하는 풍조까지 생겼습니다. 루터란들은 칼빈주의자들이 루터의 공재설을 부인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불신앙으로 공격하면서 칼비니스트들의 잘못과 가톨릭의 잘못을 비교하면 칼비니스트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고, 칼비니스트들은 루터란들이 교황제도의 나쁜 잔재들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② 둘째로 개신교 정통주의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철학방법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방법론을 이용하여 16세기 개혁가들의 사상을 조직/체계화했습니다. 루터는 신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먼저 버려야 한다고 공언하였지만 (성경말씀을 그대로 믿지 못하고 이상한 철학논리로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 16세기 말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대부분 개신교 신학자들은 그의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이용하여 루터와 칼빈의 신학을 정리했습니다. 결국 내용은 가톨릭 신학과 다르지만 방법론은 아주 비슷하게 되어 버린 셈이죠.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당시 개신교 신학자들은 중세의 스콜라 신학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로 학교를 기반으로 신학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방대한 양의 책들을 저술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 예나대학의 교수였던 요한 게르하르트는 Loci Theologici라는 9권의 조직신학 책을 썼는데 나중에는 그것을 23권으로 확대하여 출판하였습니다. 

③ 셋째로 개신교 정통주의는 축자영감설을 만들어냈습니다. 초기 개혁가들은 성경이 당연히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이라고 믿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고, 단지 성령의 영감을 문자 자체가 아닌 “문자 속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후대 사람들은 성경이 성령의 영감으로 쓰였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성경의 한 글자 한 글자, 더 나아가 일점일획까지도 성령이 모두 지시하신 것이기 때문에 성경에는 인간적 요소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받아쓰게 하는 것처럼 성령이 사람의 손을 빌어서 성경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 저술과정에 사람의 생각이 전혀 끼어 들 틈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각 저자마다 독특한 문체나 신학사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개신교 정통주의의 대답은, 그것은 성령이 미리 개인의 문체나 인성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글을 받아 적게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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