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옷 할머니
동네 구경을 나갔다가, 벽돌 굽는 가마 옆에서 사진을 찍는데 웬 할머니가 소리도 없이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훔칫 놀라 하마터면 소리지르고 뒤로 나자빠질 뻔 하였다.
애써 태연하고 할머니를 주시한다. 할머니를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라 반가우면서도
너무 화려한 할머니의 때때옷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지만 할머니의 앙다문 입가에 희미하게 맺힌 미소를 보면서 일순간 긴장과 견제가 풀린다. 전에도 다른 곳에서 허락 없이 사진찍는다고 돌멩이질을 당한 기억이 있기에 허리 뒷춤에 돌멩이 하나 쥐었다가 '무중구 이 노옴~여기는 모하러 왔니이~'하면서 난데없이 돌팔매질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어깨뼈가 앙상히 튀어 나온대로 마르고 힘없는 모습에 이 곳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이 당연히 맨발이었다. "이 풀밭 둘레에서 할머니 뭐 하능게? 어디 사능게? 할머니-" 하고 물어보았자
할머니는 대답 대신 손만 내젓는다. "몰러~젊은 양반." 그러나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잘 아시다시피 이런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살아온 세월은 무슨 질곡과 순종의 나날이었던감요?
할머니를 오늘의 할머니이게 하신 할머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아시는감요?
어디 한번 꼭 물어보고 싶었고 들어보고 싶었다. 보란듯이 어제는 지나갔고 오늘 하루가 담긴 할머니의 눈물과 한숨을 다 듣기도 전에 지금 당장에 저 천사들의 호령 나팔소리 우렁찬 기쁜 소식을 내어 밀어야 했다. 듣고나서 비로서 깨닫게 될 존재의 이유 및 할머니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과 계획을 어서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 다음의 내일은, 오늘과 같은 내일이 아닌 새로운 날의 시작이므로.
그러나 나는 오늘도 할머니의 사진만 찍고는 할머니 손에 껌 한 통과 사탕 몇 알 들려주고는 할머니, 빠이빠이~ 하였다.
이름도 모르는 할머니. 내년까지 살아계실 수 있다면...내가 내년에 또 다시 갈 수 있다면...
그 때는 스와힐리어로 된 성경책과 함께 할머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껌이나 사탕보다 더 달고 오묘한 말씀의 맛이 무언지 가르쳐 줄 수 있으련만... 껌과 사탕을 꼬옥 움켜 쥐고 잘 가게~돌아서던 때때옷 할머니- 그래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음을 아시는감요?
26살, 땅끝에 사는 여인
굳이 먼 옛날을 떠올리지 않는다. 사는 날들은 머리가 쪼개어지는 아픔의 나날이었고 살은 날들은 눈동자에 빨간 핏발이 도지는 나날이었다. 이제 살아질 날들은 또 무엇으로 후벼파는 나날들일까
한 줌의 꿈도, 한 뼘의 쉼도 못 가지고 스스로 이룬 일도, 스스로 가로 막은 일도 하나 없다.
마당으로 나와 흙담에 게우 기대 앉으면 먼지 일으키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들릴까 머리 속에서 팔랑개비 돌아가는 윙윙 소리 들릴까 내 숨소리 마저 힘들도록 내게 들려 올까 보이는 것으로 다 말하지 않는다. 보는 것으로 다 생각하고 잠들지 않는다. 마땅히 지키고 돌보아야 할 것이 없는 삶-
따라서 남길 것도 없는 맨발의 이 한(恨)스런 땅- 우간다 Nsangi(응상기) 온 동네가 떠들썩 하더니
이 여름에 낯선 동양 사람들이 우리 집에도 왔다 갔다. 까매 삐쩍 마른 내 손을 붙잡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에워쌌다. 26살 꽃다운 한 여름. 아프리카에 웬 뇌암이라니.. 글쎄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대. 죽는 일보다 사는 일에 더 힘쓰고 애쓰며 살고 싶어. 내 이름은 Aka, 아까도 말했지만 멀리 땅 끝자락에 산다.
나의 고백, 나의 기도
김평육 선교사의 오늘이 있도록 동행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오, 하나님- 나를 왜 이 곳에 세우셨습니까 세상의 안락과 편안한 곳으로부터 미움과 시기, 불의와 우상이 난무하는 이 곳에 왜 나를 세우셨습니까 내 계획과 꿈과 야망을 모두 접어두게 하시고 왜 나를 이 곳에 세우셨습니까 하나님이 세운 이 곳에서 바로 서 있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며 흔들리기도 하였는데 지난 십 여년 넘는 세월 동안 끌어 내리지 않고 왜 그대로 세워 두셨습니까
숱한 좌절 속에서도 최선을 다 한다고 매달려 보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몸부림에 불과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세워주신 이 곳에서 죽으면 죽으리란 다짐으로 서 있었습니다
이 곳에 서 있다보니 하나님께서 지금도 하시고 계신 일들을 통하여 이제 나를 이 곳에 세워두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세상의 때를 씻지 못하고 육신의 생각을 훌훌 털어 버리지 못했는데
나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쓰시겠다니요 사람들은 세상의 유익과 자기의 앞길만을 생각하지만
나를 이 곳에 세워 두셨기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합니다. 나에게 축복이 있다면, 나에게 보람이 있다면 이 아프리카에 서서 하나님 나라의 푸른 계절을 위해 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동역자들을 많이 만나도록 한 것입니다. 그들의 기도와 헌신이 오늘의 아름다운 열매들을 맺게 되었음을 감사합니다. 어떤 핍박과 폭풍우가 몰아쳐도 그들과 함께 이 곳을 떠나지 않으며 이 곳에서 나의 가진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쏟아붓기를 원합니다.
나의 생각도 나의 육신도 나의 지식도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유용한 도구로 쓰여지길 원합니다. 그때에 진정으로 소명을 깨달을 것이며, 그때에야 비로소 나를 여기에 부르신 의문에서 벗어나 언제나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오, 나의 하나님-
하나님이 세워두신 이 곳에 굳건히 서서 하나님의 나라를 더욱 넓혀 가게 하소서. 마귀로부터 빼앗긴 영혼들을 되찾아, 한 영혼이라도 더 하나님께 돌려드리게 하소서. 모든 열방과 민족 가운데 성령과 부흥의 뜨거운 바람이 불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흰 옷입은 하나님의 백성들로 수 년내에 가득차게 하소서.
Untitled-9.jpg)
10.jpg)
18. 2007년 7월 아프리카 5개국에서 개최
16. 누가 우리의 진정한 이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