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목회 십 년의 사역에 하나님께서 쉼표를 찍어 주셨다. 햇수로 십 년간 두 교회를 섬기면서 나름대로의 열정과 힘을 다해 목회해 왔지만 과연 온전한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한 심부름은 얼마나 했는지 돌이켜 볼 때 하늘 향해 얼굴들 수 없는 부끄러움들이 더 많이 밀려온다. 이제 새로운 사역을 위한 재 충전의 기회가 절실히 필요함을 절감하고 섬기던 교회를 사임 하던 날 저녁, 아내와 부임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몬트레이 바닷가 백사장을 맨발로 걸어 보았다. 근 삼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무엇에 매달려 집 앞에 있는 바닷가 한번 편히 걸어볼 여유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우리 부부뿐이었겠는가 교우들의 삶도 무엇엔가 늘 찌들려 바닷가를 운전하며 지나다니면서도 그 짠 내에 먼지 묻은 가슴을 닦아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 왔으리라. 조국을 등지고 살아가는 외로움, 꿈 꾸었던 이상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괴감, 돈으로든, 힘으로든, 정 없으면 입심으로라도 자기를 좀더 부각시키려는 열등감의 소산물들이 대인관계의 틀을 더 헝클어트리고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까지 상처를 주며 비뚤어진 삶으로 아귀다툼하며 살아가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가해자는 없고 자칭 피해자만 속출하는 세상과 교회에서 목회자가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깨닫는 날이 하나님께서 내게 다음 사역을 맡기시는 날이기를 기도드릴뿐이다.
교회를 사임하고 2개월여가 지났다. 지난 십 년 목회의 사역들 속에 필설로는 다 표현 못할 귀한 교우들과의 만남이 그저 감사 또 감사 할 뿐이다. 변변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양떼들에게 기쁨 보다는 아픔을 더 많이 준 목회자라는 자괴감이 시시로 내 자신을 많이 학대케 하지만, 부족한 목사를 목자로 인정하고 따르며 협력해 주었던 그 고마운 이들의 사랑의 흔적으로 인해 스스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좋은 동역자들과의 만남 또한 천하를 얻은 것보다 더 감사한 일이다. 교단이 다르지만 서로의 눈빛만 봐도 생각을 알만큼 가까워진 동료 목회자들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결코 지난 십 년의 목회가 외로웠다고만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김평육 선교사와의 만남이 내 지난 십 년 목회에 튼튼한 지렛대가 되어 주었다. 평신도 집사로 십삼 년 전에 크리스챤 라이프를 창간하고 공교롭게도 내가 개척을 시작하던 해, 그는 달랑 카메라 가방 하나 들고 지구상에서 가장 후미진 곳 전쟁의 충격으로 검은 아이들이 숫덩이 되어 검붉은 피를 흘리며 나뒹구는 르완다로 떠나갔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김 선교사의 얼굴에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처절한 상흔이 담겨져 있었고, 그의 사역의 시작은 불안하리만치 비장함이 넘치고 있었다. 내가 이민 목회의 맨땅을 무릎으로 갈기 시작할 때, 김평육 선교사는 르완다의 붉은 진흙 땅을 몸을 던져 파헤쳐가기 시작했다. 자기 교회 이름과 목사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으면 선교라는 이름 앞에 얼음장처럼 식어가는 교계의 문을 두드리며 자신과 가족의 안정적인 삶은 포기한듯한 김선교사의 삶은 메마른 목회 현장에서 허덕이는 내게 늘 타오르는 용광로였고, 새로운 시작의 푯대가 되어주었다. ‘웃기시는 성령님’이라는 책으로 진짜 하나님까지 웃게 만든 그 열정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지쳐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선교라는 사명 앞에 오뚜기 같이 일어서는 김 선교사를 하나님은 왜 내 앞에 지난 십 년간 세워 두셨는가 깨닫게 하심도 내게 주신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만나는 분들마다 내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걱정하시고, 기도의 후원자가 되주시마 약속하신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목회의 길이 내 뜻과 생각대로 되어지는 게 아니기에 그저 주님의 음성을 기다리며 무릎 끓을 뿐이다. 나의 부족한 목회를 염려하시던 교우가 금식기도하고 있는 나를 기도원으로 찾아와“차라리 김평육 선교사님 처럼 아프리카 선교나 하시지요”라고 말씀하고 내려 가셨다. “선교나?” 그 말이 참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선교나, 목회나 하나님의 일이다. 이민의 고단함과 상처와 외로움들이 선교나 목회를 판단하고 비하는 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료 목회자가 김 선교사를 향해 몇 교단이 합쳐서도 이룰 수 없는 대 사역을 혼자 해냈다고 격려하는 말씀을 하셨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김 선교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아프리카를 복음으로 일구어 주셨다. 그에 비해 내 놓을 것 없는 나의 목회 성적표에 주님은 몇 점을 주실까 하는 송구스러움과 아픔들이 오늘 이 밤도 하얗게 지새우며 무릎 끓게 한다. 김 선교사의 선교 십 년, 우 목사의 목회 십 년, 하나님 앞에 가서 받을 상급은 달라도 함께 나란히 칭찬 받고 격려 받는 부끄럼 없는 종으로 살아가고픈 소망으로 어둠이 벗겨지는 하늘을 향해 조용히 찬양을 불러본다. 내 이름, 내 생각까지도 아시고 사역에 지쳐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시며 언제나 동행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이 있기에 김 선교사의 어이어지는 선교의 장도, 우목사에게 허락하시는 새로운 사역의 장도 임마누엘의 은혜로 펼쳐 질 수 있리라 확신한다 |
voem.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