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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19 10:47:20 조회 : 2288 | |||||||
김정옥.jpg) 젊었을 때 나는 가끔 자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늙어 갈 까 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입가에는 늘 자상한 웃음을 띄고 인자하게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며 소리 없이 주변의 필요를 챙겨 줄줄 아는 부드럽고 마음이 열려있는 여유로운 할머니’의 모습으로. 아무리 꿈은 어느 정도 허황된 모순이 있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찌 이리도 다른 모습일 수가 있을까. 내가 자각한 현재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마음속은 차고 남의 일엔 별 관심도 없고 삐치기는 빠르고 풀기는 어럽고. 어디 그 뿐인가. 겉으론 웃고 속으론 비웃고, 남을 돕는척하며 자신만 내세우고 싶어하는 위선적인 고집쟁이. 겉으론 더 할 나위 없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나만이 자각하는 문제들이 하나 둘 불거지기 시작하는 것은 감출 수는 없다. 사람과의 관계가 하나 둘 어그러지기 시작하면서 싫은 사람이 생겨나고 마음속엔 불평 불만이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나고.... 그러다 보니 산다는 것에 점점 맥이 빠지며 외롭고 서글프다는 생각만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드는 것이 아닌가. 정말 갈 때까지 갔나 부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손해 보시기를 싫어하시는 분이 나를 잡으셔서 4시간 이상을 운전하고 가야하는 낯선 곳으로 데려다 앉혀 놓으셨다. 2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이스트베이와 산타클라라에서 열리는 피스메이커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제는 왜 하필이면 ‘피스메이커’(?). 그것도 속이 푹푹 썩고 있는 나를! 어설프고 썰렁하게 시작이 되었다. 촌사람이 서울구경 가듯이 가슴속에 바람을 잔뜩 넣고 기 죽을 각오를 팍팍하고 왔는데, 사정은 달랐다. 강사로 초청이 되어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이관희 목사님과 콜로라도에서 오신 피스메이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에릭 폴리 목사님 내외분께 오히려 시골 구석에서 얼떨결에 오게 된 평신도 참석자인 나 마저 송구스런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참석자가 열 두어명. 세련된 프로그램과 많은 인원수에 습관처럼 길들여진 내 속의 종교행사적 교만이 스르르 꼬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 갈등이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고 갈등이 있기에 하나님이 우리를 넘어지게 해서 우리가 장님임을 일깨워 준다는 말씀으로부터 시작된 세미나는 갈등을 쫒아 가다 보면 그곳이 바로 십자가 위이고 십자가에서만이 우리의 갈등과 깨어진 관계가 회복된다는 말씀으로 진행 될 즈음에는 이미 세미나가 무르익어 있었다. 내세우고 싶은 대형화 교회성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온갖 프로그램과 방법을 동원하며 많은 시간과 재정을 쏟기보다는 이제는 관계회복에 초점을 맞출 때임을 말하는 피스메이커 운동. 평온해 보이는 그 속에 있는 성도들 한사람 한사람의 깨어진 관계회복에 교회가 진정으로 앞장서는 것이 성경적이고 더 멀리 바라보는 탄탄한 교회성장의 길이라는 말씀, 나아가서는 갈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핑계로 교회나 개인이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하나님의 목적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까지 말씀하셨다. 먼저 말씀과 기도 안에서 치유를 받아 용서와 화해의 길목으로 나아 가야함은 개인이나 교회가 다 마찬가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드리는 예배와 헌금은 모두 거짓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내 목젖을 콱 눌러 버렸다. 마태복음5장 23,24절, 요한1서 4장 20,21절, 그리고 창세기 4장의 말씀으로 화해가 예배나 헌금보다 우선되어야 하나님이 기뻐 받으심을 일러주셨다. 아, 바로 이 말씀을 나에게 일깨워 주시려고 보내셨음을 알았다. 숱하게 잘못되어 있는 깨어진 나의 관계들. 가족 안에서, 친구 사이에, 교회생활에서, 그리고 사회생활에서까지. 하나님의 영광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했기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바로 나에게 주신 은혜였다. 못난이. 믿는다고 하면서 나는 교묘하게 나를 기준으로 살았다. 작은 일에 정직해야만 한다. 잘못을 인정할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갚을건 갚아야만 한다. 금이 간 마음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해결할 생각은 않고 모르는 척 넘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금을 제련하는 사람들은 좋은 금을 뽑기 위해서 금이 녹은 물에서 끝없이 찌꺼기를 걷어내며 자신의 얼굴을 그 물에 비춰 본단다. 그러다 보면 금물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이 더 이상 일그러지지 않고 바르게 보여지는 때가 오는데 그때에야 비로소 정금이 되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란다. 정금. 주님은 우리에게 그 정금이 되라 하셨다. 정금 같이 되라 하신 주님의 말씀. 그 말씀은 우리 한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주신 명령인 것 같다. 목사, 장로, 집사, 권사. 그기에 평신도라는 명칭과 직분이 문제가 아니다. 주님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시는 모습으로 이미 우리에게 보여 주셨다. 큰 성전의 건축이나 주보에 실린 보기 좋은 갖가지의 행적도 좋지만, 마음이 상한 한 성도를 위로하고 그 관게를 회복시키는 일이 얼마나 주님이 바라시는 일인가를. 에릭 폴리 목사님이 예화로 든 한 영화이야기가 잊을 수 없어 언급하고 싶다. ＇End of the spear'라고 아프리카 인디언 마을로 선교를 간 백인 목사님의 이야기이다. 인디언들의 집중을 모으기 위해 허공을 향해 공포를 쏘는 장총을 한 자루 가지고 계신 목사님의 선교는 쉽지가 않았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는 죽을힘이 드는 일인 것은 다 안다. 인디언들에겐 복음이라는 것이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것으로도 생각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니까. 결국 이들 인디언들이 선교하려는 백인 목사님을 죽이기 위해 창을 들고 빙 둘러서게 되었다. 아버지의 위험을 직감한 선교사의 아들이 소리친다. “아버지 위험해요. 손에 든 총으로 인디언을 먼저 쏘세요.” “쏘세요!” 허지만 아들의 애원에도 총을 쏘지 않은 아버지는 인디언의 창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아들의 귀에 속삭인다. “아들아, 저들은 아직 주님을 영접하지 못했단다. 그러니 내가 먼저 가야하잖니!” 선교사는 창에 찔려 갔지만 인디언들은 남아있는 선교사의 사모로부터 복음을 계속 받아 주님을 영접하게 된다. 선교는 믿음과 희생의 아름다운 결실임에 틀림없다. 내 자신이 화평을 이루어 가는 하나의 작은 등불이 된다면, 그리고 그 빛을 꺼뜨리지 않고 지켜 가기만 한다면, 분명 주님은 우리를 선교의 일꾼으로도 쓰실 것이다. 이번의 피스메이커 세미나는 두꺼운 껍질 속에 갇혀있던 나를 그 껍질을 깨고 나오게 만들었다. 바라기는 지금은 비록 여기저기 석연찮은 관계가 많지만 하나하나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아는가. 어느덧 인생은 확실히 살 맛 나는 것이라며 웃음을 사방으로 날리며 다니게 될지. 내가 꿈꾸던 할머니. 그래, 아마도 나는 바로 내가 바라던 그 할머니의 모습으로 정말로 되어있을지도 모를 테니까. 아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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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 새해 결심 | |||||||
 203. 목사님을 하나님 곁으로 보내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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