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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하는 엄마와 Guide 하는 엄마”
몇 달 전부터 우리 교회에 웃는 모습이 아주 해맑은 여자 고등학생 아이가 나온다. 부모님이 몇 년 전 교환 교수로 샌 디에고에 오셨다가 이 아이만 몬트레이에 있는 고등학교에 남겨 두고 다시 한국으로 가셨다.
물론 아이 자신이 미국에 남아 있기를 원해서 그런 큰 결정을 하시고 한국에 돌아가셨지만, 한국에 가서도 마음은 늘 딸 아이 있는 곳에 머물렀다. 특히 딸아이가 홀로서기와 더불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신앙의 흔들림을 간지한 부모님은 한국에서 가슴이 타셨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학생 부모님과 남편이 연결이 되면서 이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다. 몇 차례 보내주신 그 이메일에는 딸아이를 향한 간절한 기도의 내음이 진하게 베어 있어서, 부모님의 부탁대로 밤이 늦었지만 아이가 다닌다는 학교 기숙사를 찾아 갔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움직여지는 학교에서 낯선 이방인이 밤늦게 여학생을 만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 힘든 과정을 다 거치고 아이와 딱 5분간의 면허를 허락 받았는데, 아이의 태도는 영 시큰둥 했다. 주일이 되어서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차에 타자 마자‘목사님, 하나님이 정말로 살아 계세요?’라며 질문을 했다.
우리 딸과 그 아이는 동갑내기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한국에서 보내고 온 그 학생에게 우리 딸이 반갑다는 표시로 커다란 초콜릿을 예쁘게 포장해서 들고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주일 내내 그 큰 초콜릿을 한 입씩 베어먹는 천진한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다.
그 학생이 바이올린으로 예배 시간에‘Raise me up’이라는 복음 송을 특별 연주 하는데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오면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영광 받으시려고 이 아이에게 이런 재능을 주셨구나! 부모님이 이 자리에서 같이 들으셨다면 얼마나 감사하셨을까….’
몇 주 전에 학생의 부모님이 몬트레이에 오셔서 만나 뵙게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방학이기도 했지만, 영적인 guardian인 우리 부부를 만나보고 싶어 미국 방문을 몇 달 앞당겼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 학생의 엄마는 아이에 대한 자신의 결정에 사뭇 갈등을 보이셨다.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했을 때 가지는 플라스적 기대감이, 전화 해도 잘 받지도 않고, 무엇보다 신앙에 회의를 보일 때 먼 곳 한국 땅에서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적 불안감에 늘 밀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아이와 한 지붕 밑에 같이 살고 있는 나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불안 해 하며 고민해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총기사건도 빈번히 일어나고 마약도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번 들었다. 딸이 신체적으로 성숙해지자 미성년자의 출산 문제도 남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다가왔다. 특히 큰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자주‘AP’과목이니‘자원봉사’니 하며 종종 진로 문제에 대해 의논 할 때마다 딸 아이는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으면서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서는 데, 딸 아이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내용인즉, 자기 친구 엄마들은 잘 알아서 미리 조언도 해 주고, 앞 길에 대한 방향을 잘 잡아 준다는 것이다. 딸아이 눈에는 그저 ‘라이드’ 해 줄 수 있는 시간대 내에서만 ‘yes’, ‘no’라고 답하는 엄마와 달리, 자녀의 장래를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엄마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나 보다.
딸아이의 말대로 난 미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큰 딸이 자라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한 만큼만 알고 있다. 학교 문제에 관해서는 딸아이의 학년 학기만큼만 알지 한 단계 다음은 현실적으로 더 아는 것이 없다.
유학 초기에 딸아이의 pre-school에서 conference 한다고 학교에 오라고 했을 때는, 그 conference가 무슨 바자회나 세미나인 줄 알고 갔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성적표를 받아 왔을 때는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도 한참 걸렸다.
짓궂은 남학생이 던진 뾰족한 연필 때문에 딸아이의 얼굴에 상처를 입고 왔을 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 고생만 했었다. 딸아이가 “엄마, 난 언제 내 머리 색이 금발로 변해요?” 라고 불쑥불쑥 물은 것도, 시간이 지나서야 아이가 학교에서 아시아인이라고 놀림을 당하면서 나름대로의 정체성 고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비고비를 건널 때마다 엄마이지만 내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럴 때마다 아이 인생의 가이드를 하나님께 맡기게 되었다. 지금 막연하게나마 대학진학을 걱정하는 딸아이는 그나마 몇 년 뒤면 내 곁에서도 떠나게 될 것이다. 옆에 끼고 있을 때야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라도 할 수 있지만, 내 시야에서 벗어난 후에는 어떻게 세상의 거친 파도를 지혜롭게 타도록 할 수 있을까?
‘하나님, 제가 이 아이의 엄마지만, 자신의 인생 전방에서 매 순간 결정하고 전투를 감당해야 하는 이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어요. 점점 치열해지는 대학 경쟁에서도 어떻게 준비하고 도와주어야 할지 잘 몰라요. 내 품을 떠날 때까지 신앙의 기초 위에 단단히 세워 말씀과 기도로 칠전팔기의 근력을 키워 주는 것 밖에는 해 줄 있는 게 없어요. 그러니 필요할 때마다 당신이 예비하신 사람들을 만나도록 가이드 해 주셔서 크고 무한한 당신의 축복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209. 예수님 마음
207. "나, 점 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