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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회자 아내로서 하나님께 제일 겁내는 것이 하나 있다.
삯꾼 목자’이다. 하나님께 좀 찝찝한 일을 했다 싶으면,‘하나님, 그렇다고, 제가 삯꾼 목자인 것은 아니지요?’라며 애교 섞인 확인을 하곤 한다.
기도를 할 때도 삯꾼 목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요사이 힘이 빠진다.
유월이 되면서 우리 교회에 출석하던 유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한 가정씩 속속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작은 교회에서는 한 가정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내가 힘들어 불평 할 때마다, 남편은‘우리 교회는 작지만 세계 곳곳에 우리의 교인을 파송하는 영향력 있는 교회’라며 크게 보라고 한다. 작년 이 맘 때도 그랬다. 몬트레이에 와서 처음 우리 교회에 발 디딜 때만 해도 평생에 교회라곤 한 번도 다녀 본 적이 없다던 그 가정이 한국으로 갈 때는‘몬트레이 사랑의 교회’에 더 출석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아쉽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떠났다.
떠난 후의 그 빈 자리가 얼마나 컸었는지, 예배 시작 전에 찬양 할 때면 찬양으로 섬기시던 그 부부의 모습이, 점심 교제 때면 그 집 아이들의 씩씩하게 잘 먹는 모습이 기억에 오버랩 되곤 해서 교인들과 자주 입담을 나누곤 했다.
한국에 가서 우리 교회를 직장 동료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그 가정이 끈이 되어 작년에 한 가정이 우리 교회로 인도되었다. 남편 분이 MIIS의 석사 과정으로 먼저 오셨고, 부인과 식구들이 육 개월쯤 뒤에 오셔서 합류하셨다.
또 다시, 새로운 열정으로 주 안에서의 교제와 말씀 양육의 과정이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이 시작은 항상 폭발적인 에너지와 사랑과 기도를 필요로 한다.
우리 교인들의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남편 분은 벅찬 학교 공부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것도 시간이 아까운 분이었고, 부인은 어릴 때 어슴프레 교회를 다니다가 조금 커서는 천주 교회도 띄엄띄엄 다녔고, 결혼 후에 시어머님 때문에 교회를 몇 번 가는 척 했다는 분이었다.
두 분다 외적으로나 세상적으로 부족한 점이 없는 아주 엘리트 중의 엘리트셨다. 특히 부인 되시는 분은 아주 차분하고 이지적이었다.
남편 때문에 눈 앞에 놓인 승진과 유학을 포기하고 당분간 남편이 있는 미국 땅에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남편을 향한 원망이 컸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몬트레이의 경치를 느끼기 보다는 안개 낀 몬트레이의 으슬슬함만 서러워했다. 처음엔 자주 움직여야 하는 천주교 미사와 달리, 계속 가만히 앉아서 들어야 하는 설교 시간에 졸지 않으면 갖은 공상만 하다가 예배를 마쳤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목사님이 권하는 경건 서적을 차분차분이 다 읽고, 공상하지 않고 가슴으로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의논도 하고, 목사님께 순종하여 평생에 처음으로 일주일간의 신년 새벽 기도회도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다.
또 교회 안의 다른 또래 집사님들과 교제도 나누면서 올 1월에는 서리 집사 직분도 받았다.
남편과는 여전히 아옹다옹 한다지만, 평생 처음 해 본 새벽 기도 후에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주신 생명이 배 속에서 건강히 자라고 있다.
목회자에게는 기도하고 축복하는 영혼이 조금씩 성숙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또 있으랴!
그런데 주의 사랑으로 가슴에 품고, 기도와 말씀으로 양육했을 때, 쑥쑥 자라주면 기쁨과 더불어 교회를 위한 든든한 기대감이 생기게 마련인데, 남편과 우리 교회는 키우기만 하고 열매 맺을 때가 되는가 싶으면 또 다시 파송을-남편의 말에 의하면-해야 하니 사모도 인간인지라 힘이 빠진다.
하나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가 보다. 그 가정이 한국으로 떠날 날짜가 정해지고 우리 집에서 식사를 같이했다. 식사 준비를 옆에서 돕던 여자 집사님이,“사모님, 정말 미안해요!”란다.
지금껏 자신의 가정과 다른 유학생 가정을 양육하느라 목사님이 수고 많이 하셨는데, 교회를 섬기지도 못하고 받기만 하고 모두들 떠나니 정말 미안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몬트레이 생활을 하면서 인생에서 아주 값지고 귀한 것을 얻고 간다고 한다.
무엇보다 참으로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신앙을 찾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님은 정말로 잊지 못할 기억에 남을 분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가서도 아무리 바쁘더라도 주일 예배만은 온 가족이 다 드릴 작정이라고 한다.
콧등이 시큰둥 해져 왔다. 그 집사님이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하나님은 아시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 목사님이 힘드시죠?’
교회 빈자리 걱정하며 힘 빠져 하는 나의 연약한 모습을 하나님은 이렇게 위로 하셨다.‘그래, 하나님만 알아 주면 되지요, 뭐.’
215.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을 찾으며”
213. “하나님의 법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