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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 지도자를 위한 기도회가 우리 교회에서 있었다. 그런데 기도회 시작 한 한 시간 전쯤 남편이 타던 차가 길 위에서 그만 갑자기 서 버렸다.
일찍 가서 기도로 준비하겠다던 계획은 고사하고 시간 맞추어 교회 문도 못 열어 놓겠다는 생각이 들자 학교에서 일하던 나에게 남편이 SOS를 쳤다. 발이 하나 묶인 채로 나 혼자
그 날의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자니 엄청 바빠졌다. 일단 차를 견인해 놓고, 남편을 픽업해서 교회로 데려다 준 후에 아들 녀석을 태권도장에서 픽업해 왔다.
나를 보자 말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배가 고파 죽겠다는 아들에게 조금 있다가 햄버거를 사 주겠다고 살살 달래서 교회로 왔다.
오래간만에 뜨거운 기도의 열창이 교회 구석구석에 퍼져 울렸다. 우리 교회를 이렇게 기도의 처소로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 때 몬트레이 커뮤니티 병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간 딸아이가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얼른 병원으로 가서 딸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약속한 대로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식당에 들렀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당에서 먹지 않고 햄버거가 나오는 대로 아이들을 차에 태워 집에 내려 놓고는 다시 바삐 교회로 향했다.
정말 이리 저리 숨가쁘게 왔다 갔다 했지만 교회에 오니 이미 기도회는 거의 다 마친 상태였고, 하나님께 부르짖느라 출출해진 배도 채우고 교제도 나눌 겸 어느 식당을 갈까 의논 중이었다.
처음에는 마리나에 있는 중국 식당으로 갔다가, 여차여차 해서 데니스 식당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데니스 식당 문 앞에서 다들 모이기를 기다리며 수다를 떠는데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오른쪽 귀를 만지니 아니나 다를까 하고 있던 귀걸이 한 쪽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알았다.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딸아이가 사 준 것이어서 아주 아끼는 귀걸이였다. ‘분명 교회에서는 아닌 것 같은데. . . 차에서 빠졌나?’
얼른 차 있는 데로 가 보았다. 차 안에도, 차 밖 주변에도 없었다. ‘어디서 빠졌을까?’ 마음이 계속 없어진 귀걸이 한 쪽으로 쏠렸다. ‘아까 중국집 앞에서 빠졌나? 집에 가는 길에 한 번 들려서 가 볼까?’
다른 분들과 대화 중간 중간에도 내 생각은 그 귀걸이를 향해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식당 문을 나왔을 때는 이미 가랑비가 가냘프게 내리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래, 포기하자.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귀걸이가 그 것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 . ’ 스스로를 타이르며 남은 한 쪽 귀걸이를 아쉬운 마음으로 만지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마음도 잠시, 다음 날 새벽, 교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으로 주차장을 쏵 휩쓸었지만 그 곳에도 없었다. 성전 안에 들어가서도 내가 어제 앉았던 자리와 피아노 주변을 레이저 비추듯이 먼저 훑어보았다.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퇴근 하면서 어제 갔던 중국집 앞에 한 번 가 봐?’ ‘아냐, 요새 개스값이 얼만데, 귀걸이 값 몇 배는 들겠다, 그만 두자’라는 두 마음이 계속 씨름을 했다.
퇴근 후에 집에 가려고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맞아! 내가 어제 맥도널드에 갔었지? 그리고 햄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를 받았어. 오른쪽 귀에 전화기를 대고 받은 것 같은데….’ 벌써 내 차는 좌회전 신호를 받아 맥도널드로 향하고 있었다. ‘밑지는 셈치고 맥도널드 직원에게 물어나 보자. 청소하다가 혹이라도 주워 놓았을 수도 있으니까.’
맥도널드 주차장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내 시야는 이미 어제 내가 주차했던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발치에서도 주차장 아스팔트 색깔과 엇비슷한 색깔의 내 귀걸이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차 시동도 끄지 않고 내려서 주었다. 주차장에 떨어져 있던 귀걸이는 하루 내내 자동차들의 바퀴에 짓눌리고 억눌려 찌그러지고 어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을 찾은 기쁨이 너무 커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축하와 더불어 나의 집요함에 웃음을 보냈다.
그런데 전화를 끊는 순간 ‘한 혜숙, 너 지금껏 살아오면서 잃어 버린 한 영혼에 대해서 이렇게 끈기 있게, 애타게 찾아 본 적이 있니?’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쳤다. 별로 값진 것도 아닌 귀걸이 한 쪽은 이렇게 가슴 아파하며 찾았으면서, 어디에 비할 수도 없는 너무나도 값진 영혼에 대해서는 얼마나 간절함을 가졌었나. 부끄러웠다. 아! 하나님도 이런 마음이시구나. 잃어버린 한 영혼에 대해 간절하고 애타하는 마음. 이미 찌그러지고 어그러졌어도 내 귀걸이기에 다시 찾았음에 이런 희열을 느끼듯이, 우리 영혼이 하나님을 떠나 세상과 삶에 망가지고 죄 된 모습일지라도 하나님 앞에 다시 돌아왔을 때 하나님은 얼마나 기쁨의 희열을 느끼실까.
비싼 것이 아니라 내 것이기 때문에 찾고 싶었고, 새 모습 그대로의 예쁜 모습이 아니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기뻐하고 감사했듯이, 하나님이 내 것이라 지명하셨기에 비록 온전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돌아간다면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기쁨으로 파도 칠까?
216. “함께 울고, 함께 웃고”
214. “가장 기억에 남는 목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