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짧게 컨벤션동안만 다녀오려고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기 며칠 전쯤 강력하게 아프리카에 계속해서 남고 싶다는 마음을 주셔서 돌아가기 이틀 전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놀라고 걱정하시며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엄마도, 나도 좀 더 기도해 본 후 3기 전략캠프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땅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만나주시는 하나님이 좋았던 것 같다.
언어훈련을 마치고 르완다와 콩고에 가서 전공에 맞게 봉제학교 수업을 맡게 되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발로 밟아 움직이는 재봉틀을 이용해야했는데 사실 나는 발로 밟아 움직이는 재봉틀을 TV에서만 봤을 뿐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재봉틀로 교복도 만들고 옷도 만드는데, 이 작은 기술은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르완다에서 가르친 학생들은 내 또래 정도로 어린 나이에 가정생계를 책임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콩고에서는 대부분이 전쟁미망인으로 수업시간 마다 두세 살 정도 되는 아이부터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까지 하나 둘씩 데리고 와서 수업을 받았다. 수업 중에 아이가 울면 젖을 물리고 다시 잠들면 돌아와서 수업을 받는 식이었다.
봉제학교에서 수업하게 될 것 같아서 한국에서 공부하던 책을 소포로 받았지만 그 책으로도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연필을 잡아본 적이 거의 없는 학생들은 종이를 나눠주고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도 5분 이상씩 걸리곤 했다.
각자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고 그림을 그리며 디자인을 가르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한국에서 배웠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옷을 재단하고 만들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옷을 만드는 그 곳에의 방식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항상 갖추어져 있는 환경 속에서만 공부했던 나는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 생각과 계획을 다 내려놓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하나님. 영어도 잘 못하고 아직 전공공부를 1년밖에 배우지 않은 내가 이곳에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몇 날 며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업하느냐를 놓고 고민할 때, 하나님께서 르완다와 콩고에 있는 봉제학교에 쌓여있는 원단 더미를 생각나게 하셨다.
여러 곳에서 후원해서 보내준 원단들이 있었지만 니트 종류나 저지 종류의 접해보지 않은 원단들이여서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고 쌓여있던 원단들이였다. 나는 우간다에 있을 때 큰 서점들에서 샀던 잡지에서 응용할 만한 사진들을 찾아서 수업준비를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우리는 원단을 붙잡고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까를 다 같이 고민했다. 이런 수업을 처음 접해 본 학생들은 어렵다고 그냥 만드는 것을 배우는 게 낫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계속해서 수업을 하자 디자인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별로 상의한 디자인으로 원피스도 만들고 조끼도 만들었다. 결과물이 나오자 학생들은 더욱 신나했다.
신나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옷을 만들 원단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의 생활비를 쪼개서 발품을 팔고 최대한 싸게 살 수 있는 원단을 사면 그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감사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마냥 외국인이라서 신기하게만 봤던 학생들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랐고 이렇게 부족한 나를 통해서 하시는 일들이 감사하기만 했다.
하루는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최고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 눈빛은 나를 정말 부끄럽게 했다. 나는 힘들 때 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하나님께 불평불만을 했는데 학생들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 지금은 나 또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거라고 믿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7개월 동안 뭐했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하나님이 하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어 주세요.’라고 기도했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듣고 계셨다.
7개월 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며 울고, 웃고, 사랑했던 시간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축복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가 불평할 때마다 나에게 ‘내가 아프리카 땅을 너무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서 너무 사랑하시는 아프리카를 위한 기도를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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