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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연휴 때였다. 몬트레이 시골 떼기인 내가 샌프란시스코 도시 구경을 갔다. 몬트레이로 이사온 지 3년이 되도록 샌프란시스코 구경을 못 해 보았다고 하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매 주 예배 드리러 오는 우리 교회 자매가 놀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긴긴 시간을 매 주 운전해 내려 오면서도 예배 시간에 지각하지 않고 오는 자매의 신실함을 보면서 나는 감사함과 더불어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부담감과는 달리 이 자매는 한결 같이 묵묵히 주일 예배를 드리고 traffic 시간을 피하느라 식사 후에는 발걸음 총총 떠난다. 자연히 나는 새벽 기도에서 이 자매를 빠트릴 수 없게 된다.
‘주님! 요사이 같이 고유가 시대에 피곤한 몸을 다스려 장거리 운전해서 오는데 꼭 은혜 받고 돌아가게 해 주세요! 오가는 시간과 더불어 예배를 통해 영적인 목마름을 채우고 재충전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말 벗도 없이 혼자서 또 그 긴 시간을 운전해서 돌아갑니다. 졸음 운전이 되지 않게 하시고 무사히 안전 운전하게 도와 주세요.’ 그러나 막상 주일이 되면 이 분 저 분과 인사를 나누고, 이리 저리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그 자매와는 제대로 이야기도 못 나누고 시간이 훌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이 번에는 내가 좀 실제적으로 그 자매의 ‘몬트레이 사랑의 교회’로 향한 Pilgrim 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 나들이에 몬트레이를 떠나 곧 노르웨이로 가실 멋쟁이 이 집사님이 동행하기로 했다. 약속 전 날부터 세 여자의 여유로운 외출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어쩌다 한 번씩 가게 되는 산 호세 한국 마켓까지가 내 활동 지경의 끝이었는데, 바트도 타고 말로만 듣던 제팬 타운과 Union Square도가게 된다니 마음이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와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겨서 새벽 기도 후에 곧장 출발했다. 좋은 사람과 같이 하는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이 집사님은 몬트레이의 많고 많은 집 가운데 하필 목사님 집 앞에 집을 구하게 되었던 과정과 사랑의 교회로 인도 되었던 것, 교회 식구들에게서 받았던 사랑 등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회고록처럼 감사와 신앙의 결단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러다가 유니온 스케어에 가면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신발 중에 가장 편한 ‘페르가모’ 신발을 신고 왔다고 한다. 처음 듣는 말이라, 페르가모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멋쟁이 이 집사님은 ‘사모님, 페르가모를 모르세요? 신발이나 가방 중에 명품인데’라고 한다. 이쯤 되면 그런가 하고 눈치껏 가만 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신발은 에스콰이어가 제일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순간 튀어 나왔다.
나도 웬만하다는 명품에 그리 무식한 편은 아닌데 페르가모라는 브랜드에 그만 막혀 버린 것이다. 그러자 이 집사님은 ‘우리 사모님 너무 fresh해서 좋아요. 오늘 유니온 스케어에 가면 공부 좀 시켜 드려야겠네요’라며 깔깔 웃는다. 이 집사님 말처럼 유니온 스케어에 가서는 많이 걸었다.
도시 쥐에 이끌려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도시의 곳곳을 돌아보는 시골 쥐처럼 보는 것마다,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래졌고, 이 집사님의 말대로 색다른 교육 효과가 있었다.
집에 돌아 와서 남편이 ‘좋은 시간 보냈냐’고 묻는데, ‘여보, 나도 명품 가방 하나, 아니 하다못해 코치 가방이라도 하나 사 주면 안 되요?’라고 했으니 말이다. 가격표에 달린 영의 개수에 반감을 느꼈으면서도 묘하게 나도 하나쯤 있어 보았으면 하는 자기 모순적인 생각이 슬며시 들어 왔다 갔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저희 가정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사모님이 괜찮으면 부엌 살림이랑 몇몇 가재 도구를 좀 드리고 싶은데…’
올 여름 우리 교회 성도들을 한 가정씩, 한 가정씩 선교사 파송하듯이 그렇게 다 떠나 보냈나 했는데, 아직도 떠날 사람이 남아 있었나 보다. 몬트레이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사모님이 전화를 거셔서는 이사를 가신다고 하신다.
사모님과의 교제는 정말 하나님의 소개로 만나게 되어 이루어져 왔는데, 같은 몬트레이에 살면서도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사모님의 기도와 격려, 미소는 내게 있어서 든든한 울타리였다.
교제의 짧음에 너무도 서운하고, 헤어짐에 세련되지 못한 나는 또 다시 마음 한 쪽이 쓰리며 눈물부터 핑 돌았지만, 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더 뵈야지 싶어 사모님 댁을 방문했다. 사모님은 이사 짐을 싸시는 바쁜 와중에도 내게 주실 짐을 한 바구니 볼록 하게 싸 두셨다. 그런데 그 바구니 위에 가방이 놓여 있었다. 소위 그 유명하다는 명품 가방 두 개가. 사모님이 말씀하셨다.
‘내 친구가 나한테 선물한 건데, 나는 매고 다닐 데도 없고, 매고 다녀도 알아 주는 사람도 없어요. 쓰던 거지만 한 사모가 매고 다녀요’ 그러면서 좋은 옷도 입으라고 주신다. ‘사모님, 이렇게 좋은 것 다 주시면 사모님은 어떡하려고요?’ ‘걱정 말아요. 나는 족하게 다 있어요.’
사모님이 주신 물건과 가방을 들고 오면서 사모님의 내려 놓음을 깨달았다. 내가 힘들어 쫑알쫑알거릴 때 토닥토닥 위로 해 주시던 사모님은 내가 가져 보고 싶어했고 누려 보고 싶었던 세상 사람이 가치를 두는 것들에게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고 자유로우신 것이었다.
그 자유함으로 맘껏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계획하심에 순종 할 수 있기 위해서. 아, 나는 언제쯤이나 세상이 만들어 유혹하는 가치를 내려 놓고 주님이 귀하게 여기는 가치로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있으려나!
218. "하나님은 누구 편일까요?"
216. “함께 울고, 함께 웃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