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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제 넷 중에 맞이다. 바로 밑의 남동생과는 터울이 4년이 나기 때문에 어릴 때는 철부지 남동생으로 인해 속 상한 일이 참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남동생과 곧잘 다투곤 했는데, 그 때마다 부모님이 잘못한 남동생을 꾸중하시기 보다는 항상 나를 나무라셨다.
내가 생각하기에 동생이 잘못한 것이 분명한데, 부모님이 동생 편을 드시니 속상함에 섭섭함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눈깔사탕 한 봉지를 사 들고 오셔서 나랑 동생에게 똑같이 몇 개씩 나눠 주셨다.
그 때만 해도 과자나 군것질거리가 아주 귀한 시절이었는데 내 입보다도 더 큰 사탕을 입에 넣으니 세상이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나는 사탕이 입 안에서 녹아지며 점점 작아지는 것을 아까와 하며 조금씩 오래 오래 빨아 먹었다.
그 한 개의 사탕을 먹은 후 사탕이 줄 수 있는 달콤한 행복을 되도록이면 오래 음미하려고 나머지 사탕은 내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 두었다.
한참 후에 또 한 번의 달콤한 행복을 잔뜩 기대하고 서랍을 열었는데 사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의 생각도 필요 없었다.
남동생을 찾아서 다그쳤다. 아까 사탕을 받아 든 남동생은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 몇 번 빨고는 우자작 우자작 금방 깨어 먹었으니 남동생에게 더 이상 사탕이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진작 아껴 먹을 것이지. 자기 것도 모자라 내가 아까와 감히 먹지 못하고 숨겨둔 것까지 다 먹어버리다니!’ 괘심 그 자체로 나는 온 몸을 떨었다.
그러나 입 안에서 누나의 사탕을 깨어 꼴깍 삼키고 있는 남동생은 미안한 표정은 커녕 마냥 행복한 표정 그 자체였다. 동생의 손에 사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동생을 확 밀어 쓰러트렸다.
넘어지면서 동생의 머리가 서랍장에 부딪쳤고 집안이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달려 오신 엄마는 혹이 난 동생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나를 꾸중하셨다.
사탕을 더 달라고 하면 될 것이지 그만 일로 동생을 울리냐는 것이었다. 그날 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정말 많이 울었다.
‘어릴 때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하더니 정말 난 주워 온 자식인가 보구나. 내가 이렇게 설움 받는 것도 모르고 우리 친 엄마는 어디 계시는 걸까.
동생과의 다툼에서 번번히 나를 꾸중하셨던 부모님은 지금까지 변함없는 나의 가장 든든한 기도 중보자이시다.
미국에 와서 처음 풀러 기숙사에 살 때 나를 주워 온 자식처럼 편애 하시는 것 같은 하나님에게 속상해 한 적이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신 A사모님이 그 때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셨는데 수업이나 레슨이 있을 때 곧잘 나에게 A사모님 아이들을 맡기셨다.
물론 막내 딸과 우리 딸이 동갑이어서 둘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가끔씩 같이 놀기는 했지만 위로 오빠만 둘인 이 막내딸은 완전히 tomboy였다.
당연히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응석을 피우며 자란 우리 딸은 걸핏하면 얻어 맞고 울며 집에 오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아이 셋을 한꺼번에 맡기면서 미안해 하기는커녕 너무 당당히 맡기셨다. ‘사모님, 요사이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애 좀 봐 줄 수 있지? 우리 집 애들은 착해서 사모님 말 잘 들을 거야. 다음에 그 집 딸 한 번 봐 줄게.’
우리 딸까지 합쳐 아이 4명이 놀고 간 아파트는 난장판으로 바뀌고, 아무리 못 하게 해도 침대 위에서 남자 아이 둘이 붕붕 뛰더니 밤에 보니 전기 장판이 고장이 나 있었다.
수업 후 아이를 찾아 가면서 고맙다고 한다는 인사말에 나는 더 부화가 났다.
‘사모님, 수고 하셨어. 우리 집 애들은 자기들끼리 잘 노니까 사모님이 별로 힘든 일이 없었을 거야.’
몇 주를 그렇게 보낸 후 사모님이 수업을 가는 날에 나도 일찌감치 딸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와 버렸다.
내가 없으면 우리 집 앞 집 B사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수업을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후에 수업을 마치신 A사모님이 앞 집에서 아이들을 찾아 가는 소리가 들렸다. ‘딩동’ 우리 집 벨 소리가 울렸다.
나가보니 아이 세 명에 둘려 서 있는 A사모님이 ‘아침에 사모님 집에 안 계시데?’라고 하신다.
순간 ‘나라고 항상 집에 있으라는 법이 있나요? 내가 사모님 애 봐 주는 사람인가요?’라는 소리가 막 튀어 나오려고 했다.
그 A사모님이 가고 나서도 속상함이 가라 앉지가 않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불평과 분노와 험담의 불똥을 막 쏟아 대었다. 그렇게 좀 후련해지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녘에 옆에서 자던 딸아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열에 들뜬 얼굴에 손을 대니 입술이 열기로 인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병원에 갈 형편도 안 되고 겁부터 더럭 났다. 그 당시 나는 마주 보는 앞 집 B사모님과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주중에 같이 예배도 드리면서 기도 제목을 나누곤 했다.
그 때 앞 집 B사모님의 친정 어머님이 한국에서 방문 중이셨다.
B사모님의 어머님 권사님이 오시고 나서는 세 사람이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어머님 권사님이 여러 은사가 있으신 분이었다. 딸이 아프다는 얘기를 하자 권사님이 급히 우리 집에 오셔서 기도를 해 주셨다. 권사님이 기도하시면서 방언 통역을 하시는데 아이를 맡기시는 그 A사모님에 대한 나의 마음을 책망하시는 내용이었다. 기도를 듣고 있는 나는 억울함과 서러움으로 주체를 할 수 없었다. 기도가 끝나고 나서 나는 엉엉 울며 권사님께 따져 물었다. 권사님도 알다시피, 분명 잘 못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하나님은 왜 나를 책망하는 거냐고. 권사님이 말씀하셨다. ‘원래 하나님은 준비된 자를 먼저 회개 시키시고 사랑하게 하셔요.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 불편함이 있어 봐요, 누구를 먼저 회개 시키는가. 하나님은 목회자가 먼저 용납하고 사랑하기를 바라시지요. 힘들어도 순종하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 상대방을 또 변화 시키시지요’
마음은 매우 섭섭했지만, 그 날 배운 따끔한 교훈으로 하나님이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에게 기대하는 ‘지는 법’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을 한다.
219. "나는 다했다"
217. “페르가모vs 에스콰이어 그리고 내려놓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