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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23 08:19:40 조회 : 2262 | |||||||
한혜숙 사모.jpg) 요사이 우리 집에 시부모님이 와 계신다. 은퇴도 하셨고, 모시고 살던 증조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제서야 여유가 생기셔서 아들 목회하는 모습도 볼 겸, 손주들 얼굴도 볼 겸 한국에서 오셨다. 6년 전에 잠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지막으로 뵙고 처음 뵙는 것이다. 그 동안은 일주일에 한 두 번 드리는 전화를 통해 목소리로만 시부모님의 근황을 알고 지냈다. 길지 않은 국제 통화 끝에 전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나름 시부모님의 마음을 읽는다. ‘오늘은 어머님 무릎이 많이 아프신가 보다,’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보니 감기 끝에 아직 완전히 회복이 안 되셨나 봐.’ ‘시내에 장을 보고 오셨다더니 피곤하신 것 같아도 기분은 좋으신 것 같네.’ 일전에 어머님 생신이셔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오늘 생신인데 미역국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응~, 미역국 끓여서 아버지 하고 같이 먹었다. 애들이 다들 바쁘고 멀리 있어서 말야” 라며 말 끝을 흘릴 실 때는 죄송함에 괜한 질문을 했구나 자책을 했다. 난 우리 어머님한테 늘 죄송하다. 결혼 이후 어머님은 맏며느리인 내게 뭘 바라시기 보다는 나에게 뭐라도 챙겨 주시려고 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우리 어머님은 올 해 초까지 90이 넘으신 증조 할머님을 모시며 하루 세 끼 밥을 따뜻하게 새로 하셔서 시어머님을 섬기셨다. 그래서 난 우리 어머님 보고 샌드위치 시어머님이라고 한다. 당신은 맏며느리 도리를 일흔이 넘어서도 다 하시면서, 셋이나 되는 며느리한테 생신상도 제대로 못 받으시는 어정쩡한 시대의 어머니라고. 우리 시어머님도 나와 같은 ‘사모’이다. 사모로서 당신과 똑 같은 길을 가야 하는 당신의 맏며느리인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이 돼서인지 우리 어머님은 부족한 나를 아껴 주시고 철부지인 나를 넉넉하게 이해 해 주신다. 시어머님의 친정은 믿는 집안인데 시아버님 집안은 믿지 않는 집안이었다. 그 당시 고향 마을에서 키 크고 잘 생긴 대학생 시아버님을 흠모하는 여자들이 많았다고 하셨다. 게다가 시아버님이 교회를 다니는 분이셨기 때문에 같은 신앙인과 결혼 할 수 있었던 어머님은 참 감사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시아버님의 집안이 믿지 않는 집안이어서 꼿꼿하신 증조 할아버님의 핍박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시아버님이 대학을 졸업하신 후에 주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신학교를 가셨기 때문에, 시아버님이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셨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던 남편을 비롯해 두 살 간격으로 자녀들이 올망졸망 입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들 같았다고 한다. 1960, 70년대에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태가 열악하기도 했지만, 그 때만 해도 목회의 길은 가난의 길, 고난의 길과 동일시 되던 때였다. 우리 시동생이 해 준 이야기이다. 어느 주일 교회에 갔는데 어떤 성도님이 인사차 ‘밥 먹었니?’라고 물으셨단다. 장남이었던 남편은 그래도 눈치가 있어서 “네”하고 얼버무렸다는데, 바로 밑의 시동생은 ‘아뇨, 밥 못 먹고 또 수제비 먹었는데요.’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지금도 밀가루 음식은 잘 먹지 않으려 한다. 한창 자라고 있는 네 명의 입을 수제비로 근근이 때워 나가야 하는 가난 앞에서도 장남이셨던 우리 아버님은 매달 먼저 하나님께 십일조, 그리고 부모님께 용돈을 빠지지 않고 드렸으니 살림을 꾸리시는 우리 어머님의 고충이야 다 표현 할 수가 없었으리라. 주말이 되면 따로 마땅한 공간도 없이 설교 준비를 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고만 고만한 아이를 등에 업고 손에 쥐고 하염없이 동네를 돌고 또 돌고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자식 네 명을 다 길러 결혼 시키고, 섬기시던 사역지마다 성전 건축하느라 고전 분투 하시던 아버님 옆에서 잘 인내 하셔서 사모의 자리에서, 그리고 맏며느리의 자리에서 은퇴를 하신 것이다. 일흔을 넘기시기까지 그간의 세월은 맏며느리로서의 길고 긴 섬김과 인내의 세월이자, 사모로서 쉽지 않은 자리 지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래간 만에 뵙는 어머님의 얼굴에는 안식과 휴식의 평안함이 베어 있었다. “어머님, 여전하시네요!”라고 첫 인사를 나누는데 “아이고, 너도 이제는 늙는구나” 하시며 눈에 눈물을 글썽이신다. 저녁을 먹고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다. 어머님이 증조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 해 주셨다. 치매에 걸리신 분 같지 않게 너무나 깨끗하게 평화롭게 눈을 감으셔서 모든 사람들이 호상이라고 했다며 전해 주셨다. 예전에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는 졸업식에 오셨을 때는 한국에 두고 온 증조 할머님 때문에 어머님 마음 한 구석이 늘 불편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고 하신다. 이야기 하다 말고 남편이 낮 동안 소일거리로 어머님이 읽으실 만한 책을 몇 권 들고 나왔다. 어머님이 워낙 독서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나도 최근에 읽은 어떤 사모님이 쓰신 책을 내 놓으며 읽어 보시라고 말씀 드렸다. 어머님이 그 책 표지를 한참 보시더니 혼자 말로 중얼거리셨다. “나는 다 했다.” 들릴 듯 말 듯한 미세한 소리였지만 나는 알 것 같았다. 그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의 지난 반 세기의 삶을. 그리고 충성을 다 한 종에게 주실 하늘 나라 상급에 대한 소망이 아니면 견뎌 낼 수 없었을 수도 있을 고난과 고통의 깊이들을. 이 다음 나도 가야 할 길 다 달려 간 후, ‘다 했다’라며 완주의 안식과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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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 친구 열 명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기 | |||||||
 218. "하나님은 누구 편일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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