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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의 기분이 요 며칠 째 계속 좋지 않더니만 오늘은 내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리며 속삭인다.
“엄마, 나 이번에 친구 열 명 정도를 한꺼번에 잃어버렸어요.”이럴 땐 어떻게 말 해 줘야 하는 걸까? 딸아이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 일단 나는 가슴부터 덜커덩 내려 앉는다. 목회자인 아빠 탓에 딸 아이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학교를 여러 번 옮겨야 했다.
남편이 공부를 마치기까지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감사하게도 한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졸업을 하고 베이크스필드에서 사역을 시작 하면서부터 딸 아이는 그 동안 같이 정들었던 친구들과 작별을 해야 했고, 전혀 연고가 없는 도시로 이사를 가서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딸 아이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처음 내가 받은 느낌은 딸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그 규모나 분위기가 무척 다르다는 것이었다.
딸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남편이 공부했던 풀러 신학교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세계 곳곳에서 오신 선교사님 자녀들이나 목회자 가정의 자녀가 많았고, 여러 문화와 다양성이 공존하며 존중 되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전학 간 학교에서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유명 상표가 아닌 옷을 입고 있던 딸 아이는 한 동안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그 때부터 딸 아이는 가정과 교회에서 교육 받아 왔던 가치관에 혼돈을 일으키며 힘들어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그렇게 원하던 Hollister 재킷이 몇 개 생기고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가 생길 즈음해서 딸 아이는 아빠의 목회지를 따라 또 이사를 해야 했고 적응이라는 도가니에서 다시금 성숙해야 했다.
이번에는 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남편이 몰고 간 차 뒷 범퍼에 부쳐져 있는 노란 스티커, ‘Yes on 8’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미국에서 성장하는 한인 2세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물질주의와 파풀럴리즘이 팽배하는 또래 집단에서 잘 정립해 나가기란 쉽지 않음을 지난 몇 주간 딸아이가 한 마디씩 던지는 말로서 짐작은 하고 있었다.
남편의 차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를 본 학교 친구들과 동성 연애와 동성 결혼에 대해서 토론이 벌어졌고, 그 때부터 딸 아이는 일 대 다수로 성경에서 명시한 결혼관을 번번히 피력해야 했다.
놀라운 것은 날이 갈수록 딸아이가 모르는 아이들까지 합세해서 “평등”을 운운하며 딸 아이를 둘러싸고 끝 없는 논쟁을 벌였고, 그 논쟁은 점점 홀로서기의 외로운 투쟁으로 변해 갔다.
딸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교회를 다니는 같은 한인 학생들이었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모델로 말씀하신 결혼과 가정에 대해서 얘기할 때, 분명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한인 친구들의 침묵이었다.
어느 날 저녁은 크리스챤이라면서 어떻게 그렇게도 침묵할 수 있냐며 딸 아이는 열을 내어 나에게 호소했다. 그런데 급기야는 그 한인 아이들이 “왜 그리 골치 아프게 시끄럽게 떠들어대냐”고 딸 아이에게 질시를 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주민 발의안 8’에 대한 투표 결과가 아주 아슬아슬 하게 52%로 통과가 되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딸 아이의 전투는 끝난 게 아니었다. 동성 연애임을 공표하는 학교 아이들이 딸 아이에게 찾아와‘get out of my business’라고 외치고 갔다는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친구 열 명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한숨을 쉬는 딸 아이는 4년 뒤의 일을 걱정했다.
만약 다시 한 번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 발의안이 투표에 부쳐진다면 전통적인 기독교 결혼관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몰리게 될 거라고 했다.
2000년도에 보여 줬던 61%의 지지율이 52%으로 줄어 들었고, 이제 자기 학교의 학생들이 18세가 되어서 투표권을 가지고 투표하게 된다면 아슬 하게 통과 된 이 결과가 4년 후에는 번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다’라고 했다. 성경 속의 하나님의 사람들은 세상에서는 언제나 소수였지만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세상에 영향을 끼쳤다.
족장 아브라함은 가는 곳마다 하나님을 예배했으나 세상은 그를 깔보다가 마침내 아브라함과 함께하신 능력의 하나님을 알고 아브라함의 축복기도를 기대했다.
이삭은 우물을 팔 때마다 그 곳 사람들은 이삭의 우물을 빼앗아갔지만 결국은 이삭의 하나님을 인정하며 화친을 청했다.
요셉은 애굽의 이방신을 섬기는 문화 속에서 바로의 꿈을 해석하면서 세상의 주관자는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드러냈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영향력 차원에서 ‘세상을 뒤엎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오늘날도 하나님은 강한 신앙을 소유하고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우리 자녀들이 바른 신앙교육을 통하여, 세상 속에 살아가는 하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므로,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기대해본다.
221. 증인의 기쁨
219. "나는 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