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매일 맞이하는 아침인 데도 아침은 늘 새롭다! 포근하게 덮어져 있던 까아만 이불을 젖혀내며 드러내는 아침은 기대할 만하다. 그래서 이른 아침은 소란스럽다. 만물이 수런 수런 하며 속닥거리기 때문이다. 꽃들이, 나무들이, 새들이, 풀벌레들이 설레임 가득찬 호흡을 조절하느라 깊은 숨을 들이쉬다 내쉰다.

그래서 분꽃도 아침에 활짝 입을 벌리다 저녁이 되면 다 무려 버린다. .살아 있는 것들이 기지개를 치기에 대기가 한 두 번쯤은 진동한다. 파아란 커튼 사이에서 나오는 아침 해에게 윙크하는 4월의 나무 잎들이 서로 잘 보이려고 반짝거리며 야단들이다. 아침 해가 마치 미인 경연대회장에 있는 심사위원인 줄로 착각하나보다.

4월의 시냇물 소릴 들어 보았는가? 조잘거리며 달려가는 것을.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재미에 취해 얼마나 먼 거릴 달려가야 하는지도 상관없다. 어쩜 4월은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 설레 이도록 어지럽히다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빨리 달아나 버린다.

글쎄~ 시간 즉 세월이란 것이 때를 따라 그 속도를 늦추거나 빠르게 재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마음에 미터기를 달아놓고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10대는 10마일로 20대는 20마일로 ….50대는 50마일로 나이가 들수록 가속도가 붙는다고 느낀다. 내가 어려서 세월의 속도가 나이가 들수록 빨리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의미가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내 스스로 되

뇌이면서 막차마저 놓칠세라 뛰어가는 발걸음으로 식은 땀이 난다.

사람들마다 다르기도 하겠지만 나이의 스테이지에 따라서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도 다양해진다. 예를 들자면 내가 청년기 때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언 댄스'를 들으면서 가졌던 생각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때에는 이 클라식 음악이 단지 무도회에서 화려한 예복을 차려 입은 특수 층의 귀족들이 추는 춤곡으로만 생각했었다. 눈부신 샨데리아 불 빛 아래서 그 빠른 템포에 맞추어 축제의 춤을 즐기며 누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년이 된 지금은 같은 곡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춤곡인데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축축하게 배어있다고 생각된다. 마치 소리 없는 안개비로 뚜렷한 표시 없이 젖은 것처럼 말이다. 삶의 뒤 안 길에서 혼자만 안고 있는 생의 애환들을 담고 있음이 느껴진다. 누구든 나름대로 젊은 날의 목표를 세워두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막상 도달해서 보아도 결국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던 것이었나 하는 허탈감, 또한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자포자기한 허무감, 그리고 아예 그렇다 할 목표를 한 번 세워보지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버린 낭패감 등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또한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바닷물과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오히려 마실수록 목이 더 타들어 가게만 한다고 말이다. 이런 저런 것들이 울컥 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의지적으로 가라앉히고 씻어내려는 몸부림을 표현하는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에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깨달아 짐이 판이하게 다른 말씀들이 있다.

물론, 영적인 연륜에 의한 것이지만 어쨌든 요즈음 묵상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바로 요한 복음 5장에 나오는 38년 된 병자가 고침을 받은 말씀이다. 그 전에 그 말씀을 읽을 때는 그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행하셨던 주된 사역 중의 하나가 병 고침이었기에 병자가 고침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예수님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기에 능치 못함이 없으신 분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병자 중에 유독 이 그 병자가 예수님이 눈에 뜨인 것은 일방적이고 주권적인 하나님의 선택, 즉 예정이요 섭리라고 말이다.

그러데 지금은 그 병자가 바로 내 자신인 것이다. 38년이란 숫자의 개념보다 오랫동안 나는 할 수 없다고 묶어두고 내 스스로에 갖혀서 누가 해주기만을 바라던 것 말이다. .

마치 '물이 동할 때에 나를 들어서 못에다 넣어주는 사람이 없다'(요5:7)고 말하는 병자와 같았던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병자가 고침을 받은 날이 안식일이었다는 점이다. 오늘 날로 말하면 주일 곧 예배와 연관된다. 과연 나는 예배를 통하여 내가 할 수 없다고 변명하였던 것들을 내려놓고 일어날 수 있는가?. 마치 38년 된 병자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일어나서 자리들 들고 걸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진정으로 주님과 교제하는 예배를 통하여, 말씀을 통하여 이런 진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형식적인 모양만 갖추고 본질을 잃어버린 예배를 드리고 있지는 않는가?

어쩌면 흐르는 시냇물보다 더 속도를 가하여 달아날 4월, 그리고 시간, 세월을 잡을 수는 없지만 나를 스스로 묶어 매고 할 수 없다고 주저 앉아 있던 것들로부터 일어나야 한다.

비록 감히 속도를 따라 잡을 수는 없지만 뒤 떨어지더라도 뛰어보는 것이다. 얼마만큼 떨어지느냐 보다 과연 내가 일어나서 자릴 들고 걸어 가는가(요 5:8)가 순종의 삶임을 믿는다.

그래서 나의 노년에 '헝가리언 댄스'를 들을 때는 평안한 미소로 감사의 춤을 추는 곡이라고 느끼고 싶다. 최선을 다한 후에 밀려오는 뿌듯함이란 희열로 축제의 춤을 추는 춤이라고 말이다.

주님! 시간이 나의 것이라고 잠시라도 착각하지 말게 하소서! 나에게 빌려주신 시간의 주인과 회계할 때를 위해 깨어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