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여보! 아버지 날이 있는 6월을 맞이하면서 우리 네 아이의 아버지인 당신을 잠시 생각해 보게 되네.

그리고 보니 우리가 결혼한지도 거의 30여년에 이르네. 그 긴 세월동안 나는 늘 받기만 하고 사는 것이 모든 여자들의 삶이 거니 하고 타성에 젖어 살아왔네.

더욱 당신에게 선물은 커녕 한 번도 생일이나 절기가 되어도 카드 한 장 전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그리고 늘 글 쓰는 것을 기쁨으로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일 카드나 편지를 잘 보내면서 당신에게는 한 번도 속에 있는 것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지 않고 살아왔네.

물론 우리가 구지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면 되는 거지 하는 문화나 풍습에 젖어 살아왔다 하더라도 나는 좀 다른 부부들보다 지나쳤지?

이렇게 철 딱서니 없는 나를 그래도 아내라고 품고 받아주고 살아주는 당신에게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정말 마음이 찌~잉 해 오네. 아버지 날을 맞이하는 당신에게 생전 처음으로 남편으로서의 소중함을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고귀함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은데…

사역한다는 이유를 내세운 날 위해 가장 귀중한 시간을 다 배려해주고 늘 남은 찌꺼기만 갖고 살아온 당신!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며 나의 분위기를 맞추어주는 것이 사명인 양 살아온 당신!

그저 한 가족을 돌보는 것이 하나님께로 받은 소명이며 또한 가장 기쁨과 즐거움으로 알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내려 놓았던 당신! 어쩌면 우리 네 명의 아이들의 눈에 아빠가 답답해 보일 만큼 한결 같은 신실함으로 살아온 당신!

오늘이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가정도 선교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여 살아온 당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도 때로는 바보처럼 허연 이를 들어내며 허~ 허~ 웃어버리는 당신!

어쩌다가 당신이 외출하면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데 나갔다가 들어오는 당신의 손엔 집안 청소도구와 세제가 들려있어서 어이없다고 깔깔거리며 아이들이 당신을 놀려대곤 했었지.

집안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빠가 가장 즐기는 취미생활인 줄로 알도록 아이들을 착각하게 했었지.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세상에 다른 남자들이 아빠와 같이 자상하다고 생각하고 결혼 상대자를 찾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어.

지금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분별력이 있어서 아빠만이 그렇고 다른 남자 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철이 들었는가 하면 때로는 형편없어 보이는 엄마만을 사랑하고 사는 당신을 존경하고 있지.

왜냐하면 주위의 친구들의 부모들을 보면서 깨닫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엄마인 나보다도 당신을 더욱 신뢰하고 있지.

어느 정도로 신뢰하냐 하면 한국 영락교회에서 '젊은 선교회'를 세우시고 이끌어오신 이흥구목사님께서 한 번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큰 아이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멘토가 되는 분이 누구냐고?”하고 물었더니, 큰 애가 한 마디로 “우리 아빠에요.

우리 아빠가 제게 가장 영향력을 주는 멘토에요!” 했다고 해서, 그 목사님이 보통 아이들이 쉽게 인정하지 않는 일이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아이들이 한 집안의 가장은 아빠이고 아빠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나이들이 된 것 같아.

글쎄~ 나 역시 이제야 이렇게라도 당신에게 내 안에 있는 것을 펼쳐내 보이며 마음을 전하게 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든다고 하던데…

아마도 내가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지금이라도 당신의 가치를 그리고 당신의 큐알리티 있는 사랑을 깨닫는 것은 우리의 중심에 계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네.

지난 5월 21일, 당신이 한국에서는 부부의 날이라고 하면서 설명했지. 그 이야기를 신문을 통하여 읽으면서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말해준다고 .

가정의 달인 5월에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은 '2'인 둘이 '1'인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정했다고 말해주었지.

그러면서 나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며 했던 말이 생각나네.

우리가 결혼할 때 주례사를 통하여 하나님 앞에 서약했던 말을 당신이 다시 말하던 것에 나도 다시 서약한다고 했지.

'죽음이 우릴 갈라 놓기 전에는 결단코 나뉠 수 없는 한 몸이라고.

이 것은 당신하고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맺은 피의 언약이며 서약이라고….' 그래서 우리 서로 허그(hug)하며 하나님을 witness(증인)로 세우고 다시 재헌신 하는 식을 가졌었지.

물론, 꼭 그렇게 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을 통하여 나의 삶에 물씬, 물씬하게 차지하고 있는 당신의 의미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어.

그 시간을 통해 내 인생의 전 영역 사이 사이마다 배어있고 물들어있는 당신을 다시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었어.

그 마음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그만 흐느끼고 말았네. 한 가지는 일년 열 두 달 365일이 다 부부의 날일 수도 있지.

(25페이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