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하이디는 나의 큰 며느리의 이름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흠 잡을대가 없고 성숙함을 느끼게하는 아이이다. 이 성숙함이 아마도 파란 눈의 며느리를 맞아 들이면서도 반대할 수 없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는 어머니의 눈은 날카롭기 마련인데, 나 또한 하이디를 처음 만나던 날 이 아이에게 어떤 부족함이 있는가부터 살펴 보았다고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집을 떠날 때 ,내가 당부한 것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여자가 좋은 여자인지를 설명하면서 될 수만 있다면 크리스챤,한국여자를 찾아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만약,정말로 만약 크리스챤 한국여자를 만날 수가 없다면 믿음이 좋은 미국 여자가 믿음 없는 한국 여자보다는 좋겠다는 나의 생각을 말 해주었다.

확신하는데 남자에게는 좋은 아내가 꼭 필요하다.

머리 좋은 남자, 잘 생긴 남자, 모든 것을 가진 남자라도 여자 하나 잘 못 만나서 끝장 본 남자를 나는 가끔 만나기 때문이다.

좋은 아내는 누가 뭐래도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여자이다.

이 가치관이 부부의 살아가는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기에 만약 성경이 하나의 가치 기준이 된다면 두 사람은 물론이고 시어머니인 나도 슆게 그들과 조화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어느해, 방학이 되어 집에 온 아들은, 하이디라는 믿음이 좋은 미국 여자 아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nice 하다고, 그것도 눈까지 가늘게 뜨고 nice 한 아이라고 말했다.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아들에게 생겼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얼마 후 하이디를 만나 본 다음에는,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하이디를 소개하면서 참 nice한 아이라고, 아들처럼 눈까지 가늘게 뜨고 얘기하게 되어버렸다.

하이디는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점이 계속 발견되는 샘물같은 여인이다.

한꺼번에 자기를 쏟아내지 않고 조금씩 절제하며 자신을 내 보이는 여인, 자기의 주장이 강하면서도 양보할 줄 아는 너그러운 여인, 나를 한국 말로 '어머님'이라고 어색하지 않게 부를 줄 아는 여인, 목적을 향해 노력하는 부지런한 여인, 자연을 사랑하고, 날아 다니는 새의 이름을 다 알고있으며,커텐을 손수 만들어 달고, 틈틈이 털실로 조각 이불을 짜며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인,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불루베리 파이를 만들 줄 아는 여인, 생일 선물로 책을 받고 싶어하고,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여인, 또 나의 아들에게 발전할 수 있는 동기와 힘을 주는 여인...

하이디의 생일이 되면 나는 하이디의 좋은 점을 하나씩 적어 넣는다.

"알고 보니 너에게는 이런 이런 좋은점이 있더구나" 벌써 15년째 계속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주는 카드가 아니고 내가 너에게 주는 카드라고 하며 준다.

시어머니의 눈은 아들을 가운데 두고 며느리를 보기 때문에 변덕이 심하고 간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며느리를 하이디라는 여인으로 계속 바라 보고 있다.

나이를 떠나서 아들과의 관계를 떠나서 하이디를 보면서, 다음 생일에 적어 줄 그녀의 장점을 찾아 내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하이디를 아는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아직도 처음 처럼 하이디가 좋은 아이냐고, 나의 대답? 아니야, 나는 그때 하이디의 반도 몰랐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40 나이를 넘긴 하이디는 지금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Green Energy에 관심을 갖고, 학대 받는 여성을 위하는 단체에서 봉사하며, 잡지사에 원고를 쓰기 위해 그 지방, 보스톤 근처의 건축가나 예술가, 그리고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다닌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만 일 하겠다는 그 마음도 기특하다.

이제 하이디는 좋은 아이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변하여 내가 많은 것을 그 아이로 부터 배운다.

얼마 전 그들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아들과 하이디는 주인에게서 버림 받은 개를 가져다 기르고 있는데 그것도 두마리나 되니 개 털이 빠져서 마루 구석에 쌓이는게 눈에 보여서 개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의 건강도 중요하지 않을까 못 마땅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이디는 빗자루로 개 털을 쓸면서 옆에 따라 다니는 개들과 이야기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너희들이 내 인생을 조금 힘들게 하는구나" 하이디는 개에게도 온유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 같으면 "이놈들아 너희들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뭐 이런 종류의 말이 나올 것 같은데, You guys makes my life little harder 라는 표현을 개에게 말하는 하이디를 보며, 나의 아들과 나의 손자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구나 안심이 되고 다음 생일 카드에는 이 말을 적어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이디에게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향기가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이다.

이런 하이디와 살고 있는 내 아들 내 손자 그리고 두마리 개는 행복한 사람이고 나에게 이런 가정을 아무때나 방문 해서 그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게 축복하신 하나님은 참 좋으신 하나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