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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신데렐라와 왕자님을 만나게하는 아주 중요한 역활을했다.

나에게도 이런 유리구두가 있으니, 40년전의 한국 땅에서 시작된 일이다.

꽃장사 아주머니는 일주일에 한번씩 우리 집에 꽃을 광주리에 이고 찾아왔다.

그 시절에는 많은 장사꾼이 대문을 두드리며 물건을 팔러 다니던 때라서, 말씨가 점잖고 깨끗한 옷 매무새의 아주머니가 단골로 드나들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있게되면서 아주머니는 금새 내 취향을 알아차리고 우리집 오는 날이면 안개꽃이나 잘 팔리지 않는 들꽃들과, 연밥, 버들 강아지, 갯보리도 구해다 주고는 했다.

힘든 다리를 쉬어가라고 커피를 타 주기도하고, 좀 길게 앉아있는 날이면 점심도 먹여 보내고하는 우리집 인심에 마음이 움직였던지 하루는 자기가 다니는 또 다른 단골집에 이집 딸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 청년이 있다고 중매를 서도 되겠냐고 엄마에게 물었다 한다.

엄마는 별 생각 없이 좋은 청년이라면 중매 한번 서 보라고 했는데 정말 그 다음 주일에 꽃을 가지고 오면서 청년의 사진도 한장 가지고 왔다.

긴 이야기를 짧게 한다면 나는 꽃장사 아주머니가 가져온 사진 속의 그 청년과 결혼하였다.

그리고 동화책 이야기처럼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읍니다"로 끝 맺는다면 얼마나 밥 맛 없는 가증스러운 이야기가 될까.

여기서 나의 유리구두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리 공예는 모래 속에 섞여있는 규석, 규사를 불에 달구어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의 유리 반죽을 만든 후에 긴 대롱을 통해 입김을 불어 넣으면서 숙련된 장인의 손으로 두드리고 불과 물속을 옮겨 가며 형체를 만들어 간다.

중세 로마제국에서는 이 비밀이 세어 나가지 못하게 숙련된 장인들을 섬에 가두어 놓고 만들게하여, 시장을 독점하였다고도 한다.

유리 반죽에 섞는 금속의 성분과 불의 온도에 따라 유리의 여러가지 색이 나오는데 교회나 성당의 창문에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 Art를 보면 햇빛이 통과하면서 뿜어내는 유리의 색갈이 천국의 찬양 소리와 같이 웅장하다.

이렇게 찬란한 빛깔을 내 뿜는 유리가 처음에는 모래였다는 것을 생각하며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신데렐라도 유리구두를 얻기 전에는 모래같은 천덕꾸러기였다.

이와 같이, 나의 결혼 생활도 처음에는 모래밭에서 시작되었다.

풀무질하는 불속에서 견뎌야 했고,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사이에서 하나님의 입김을 대롱을 통해 부여 받으면서 40년동안 형체를 만들어져 갔다.

또한 유리는 그 성질이 깨지기가 쉽다.

그러나 얼마든지 재생이 된다.

불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전설의 새처럼 유리는 불속에서 다시 태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장인들은 마음에 드는 예술품이 나올 때까지 유리를 불속에 달구어 내고 식히면서 두둘기고를 반복하며 "바로 이것이야" 할 때까지 서둘르지 않고 인내한다.

나와 남편도 깨지고 달궈지기를 거듭하면서 이렇게 한짝 한짝의 유리구두로 만들어졌다.

한짝만 있으면 소용이 없고, 이세상에서 꼭 한사람에게만 맞는다는 유리구두의 환상곡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왕자님이라 춤을 못 추기는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나도 할머니이고 내 관절도 신데렐라 관절이 아닌 것을.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이요, 못하면 뺨이 석대라는 속담이 있는데, 나에게 유리구두를 가져다 준 꽃장사 아주머니를 만난다면 좋은 옷이나 한벌 사드리고 손등을 살짝 때려드리고 싶다.

나 너무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엄살 부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