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지난호 신문에 <유리구두 >이야기를 쓰다가, 또 다른 이메이지의 유리를 품고 사는 사람이 생각났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씨 윌리암스의 희곡, 에 나오는 주인공 Tom의 여동생 Laura이다. 한쪽 다리를 조금 절기때문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유리로 만든 동물들을 진열해 놓고 그들하고만 놀면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며 언젠가 찾아 올 백마를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어여쁜 아가씨이다.

Tom과 Laura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가난하게 살지만 언젠가는 Laura에게 훌륭한 남편감이 나타나서 Laura뿐만이 아니고, 자기가 못 다한 행복한 삶을 살게하려는 대리만족을 목표로 살고있다.

이런 두 여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물품창고에서 일하는 주인공 Tom의 독백을 통해 표현되고있는 유리동물은, Laura의 환상속에 만들어진 진열장에 갇혀 사는 영혼의 상처들을 상징하고있다.

그렇다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Laura의 유리동물이 똑 같은 유리이면서도 다른 이메이지를 주는 이유는 무었일까?

신데렐라와 Laura는 둘 다 아름답고 젊고 가난한 꿈 많은 아가씨였다.

틀린 점이라면 신데렐라는 매일 구박을 받으면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기쁘게 참으면서 했고, Laura는 오빠나 엄마가 좋은 남편감을 물어다 주기만 바라며 살고있었다.

유리구두가, 힘든 노동 속에서도 남을 의지하지 않고 신데렐라 자신이 만들어낸 구두라고 한다면, Laura의 유리동물은 남이 사다 준 선물이었다.

자신이 원해서 힘들게 만든 것과, 바라며 꿈만 꾸고 앉아있다는 사이에는 많은 단어들로 표현되는 시간이 놓여있을 것이다.

땀, 인내, 절망, 아픔, 비난, 어두움,--그 속에서 끝날 것 같지않게 다시 반복되는 시간을 껴안고 사는사람과, 다른 사람이 와서 처리 해 주기를 바라며 손을 접고 기다리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릴적에 본 만화에, 개천에 사는 이묵이 이야기가 있었다.

여의주를 찾아서 입에 물어야만 용이되어 하늘로 올라 가는데, 여의주를 찾을 때까지 이묵이가 되어 개천에서 살아야한다는 동양적인 유리구두 이야기 속의 여의주는, 모래더미가 유리구슬로 되어가는동안에 불풀무 속에서 달구어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예술가가 대롱을 통해 입김을 불어 넣어가며 만든 Mouth Blown Glass를 좋아한다.

색색갈의 유리 공예품을 창가에 얹어 두고, 햇볕이 통과할때 뿜어 내는 승리의 찬가를 나는 듣는다.

모래가 유리로 변하여 가는 과정에서 격어야하는 아픔을, 감사함으로 색갈을 더 깊게 발산하는 유리컵에 물을 담아 마시며 잘 참아왔다고 어루 만져 줄 때도 있다.

그러나 속임수는 어디에도 있다.

처음에는 보기에 예쁘면 다 Blowing Glass인줄 알고 산 것 중에는 그냥 유리에 페인트 칠을 교묘하게 해 놓은 것도있고 기계로 찍어 낸 것도 있었다.

전문가는 배꼽을 본다. 그릇이나 장식품 밑을 보면 대롱이 붙어 있던 자국, 배꼽이 있다.

그 자국이 예술가의 혼이 들어간 자국이다.

하나님이 아담을 만드신 후에 입김을 불어 넣자 아담은 살아있는 생령이 되었다는 말씀이 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틴성당 천장에 이장면을 하나님과 아담의 둘째 손가락이 서로 맞 닿는 장면으로 표현하였다.

생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불에 달구어진 유리구두에 호흡을 불어 넣는 순간이, 기나긴 과정을 원망하지않고 함께 했던 신데렐라가 공주로 변화 되는 순간이다.

Laura는 오늘도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유리의 본질 속으로 뛰어들어 가서 체험하지 못하고, 유리가 가져다 주는 환상의 세계만을 꿈 꾸며 기다리고있다.

Glass Menagerie의 연극 무대는 이렇게 끝난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Tom은 같은 직장 청년 Jim을 집으로 초대하여 여동생 Laura에게 소개시킨다.

청년의 외모나 모든 것에 마음이 흡족한 어머니는 두사람만의 시간을 위해 자리를 떠나 주고, 촛불이 켜진 거실에서 두사람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기도하지만 Jim은 이미 약혼녀가 있다고 고백한다.

실망한 어머니는 그런 사람을 소개한 Tom에게 집을 나가라고 화 풀이를하고,그 뒤로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Tom은 낯선 밤 거리의 상점 유리진열장 속에서 무지개 빛을 뿜어내는 섬세하고도 작은 유리동물을 보며, 몸은 떠나 왔지만 마음 속에 아직도 따라 다니는 Laura의 환영과, 대리만족을 위해 어머니가 떠 맡긴 허상의 무게를 떨쳐버리려고 외친다.

"지금은 온 세상이 불빛으로 밝아져 있다.

촛불을 꺼라 Laura야. -and so Good-bye."

Tom의 독백 소리와함께 무대위에서 촛불을 끄는 Laura의 모습이 보이면서 막이 내린다.

작가의 말처럼, 유리속에서는 진실의 허상을 보여주는 빛도 나오지만, 허상의 진실을 보여주는 마술적인 빛도 섞여나온다.

바로 이것이 유리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