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검푸르른 옷을 입었다. 살아 움직이는 옷으로 말이다.

최고의 환상적 재단사이신 하나님께서 계절의 유행에 맞추어 옷을 갈아 입힌 것이다.

이처럼 만물이 계절이라는 유행의 옷으로 갈아 입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유행이 지나서 버려야 할 옷이 있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버릴 것을 쉽게 정리하여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10년이 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으면서 그냥 옷장에 걸어두는 사람이 있다.

특히 내가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옷 걸이 위 쪽에 허연 먼지가 앉을 정도로 입지 않고 진열해 놓은 것이 너무 많다.

막상 버리자니 아깝고 언젠가 다시 유행이 돌아오면 입어야 한다고 그냥 지니고 있다.

유행이 지난 옷이든 아니든 사람이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르겠다.

마치 겨울 옷을 벗어버리고 봄의 옷을 입은 마른 나뭇가지들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에덴 동산에서의 삶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어쨌든 옷을 입어서 부끄러운 것들을 가릴 수 있으니 축복이란 이야기다.

유행에 따라서는 아니지만 성경에 벗었던 옷이 있고 입었던 옷을 말씀하고 있다. 아담과 하와가 입었던 무화과 잎 파리를 엮어서 입었던 옷은 벗어야 했다.

옷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최초의 재단사가 되시어 가죽 옷을 지어 입혀주셨다.

글쎄! 어떤 스타일로 재단을 하셨는지….무슨 색깔이었는지…..그리고 몇 벌이나 주셨는지 등은 모르겠다.

이 다음에 천국에 가면 그 때의 디자인을 잘 진열해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가죽은 바로 한 생명의 희생으로부터 나온 재료였다. 그래서 이미 예수님의 오심과 그의 죽으심을 예시한 것이라고 배워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일시적인 무화과 잎의 옷을 벗게 하시고 하나님께서는 영구적인 가죽 옷을 입히신 것이다. 죄의 옷을 벗기시고 구원의 옷을 입히셨다.

옷을 벗은 이야기가 마가복음 10장 46절에서 52절에도 있다. 소경 바디메오가 예수님께 나아와 고침을 받는 이야기다. 한 가지 특이할 만한 것은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실 때 겉 옷을 벗어 내어 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님께 나아왔다. 영어로 보면 ‘던져버렸다(threw)’라고 되어있다. 그러니까 그냥 ‘벗어버린 것’이 아니고 ‘벗어 던져 버렸다’는 것이다. 왜 그는 겉 옷을 벗어버리고 예수님께 나아왔을까. 소경인 형편에 별로 생활이 넉넉하지도 않았을 터인데…..그 당시의 생활로 보아서는 소경이 아니더라도 겉옷의 가치가 전 재산일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급할 때 저당 잡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디베오가 취한 행동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디메오의 입장이 되어본다. 육신의 장애로 가난한 형편이었을 것이다. 제대로 세탁도 하지 않은 옷은 얼룩 투성이었을 지도 모른다. 앞을 보지 못하여 이리 저리 부딪치며 입은 상처로 인하여 피의 얼룩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늘 안내를 받아야 했다. 어쩌면 늘 받기만 하는 섬김에 스스로도 지쳤을 것이다.

때로는 마지 못해 섬겨주는 사람들을 느낌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다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평생 한 번이라도 섬김을 받기보다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을까 하는 절망만 있었다.

그래서 그 만이 알고 있는 외딴 곳에서 손톱을 물어 뜯으며 자신의 삶에 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자신의 아픔과 갈등을 들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늘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느냐고 귀찮아 하는 소릴 들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그 때나 지금이나 누구나 다 나름대로 고민과 염려가 있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는 각박하지 않은가.

그런데 소문으로 알고있던 예수님께서 그가 사는 동네에 지나간다고 들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죽을 힘을 다해서 불렀다.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느 누가 제지한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당신들이 나의 설움을 어떻게 알아! 정말 이런 삶은 지긋 지긋해! 차라리 부르다가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 였다. 그의 음성에는 타들어가버릴 듯한 애절함!이 있었다. 그 음성을 들은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셨다.

그 때 늘 섬김을 받고만 살아왔던 겉옷을 벗어 던졌다. 그가 치유되는 꿈을 얼마나 많이 꾸었을까? 얼마나 상상을 하였을까? 자기를 부르는 예수님의 음성만 듣고도 이미 그는 자신의 치유되었음을 믿음으로 받아드렸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니라.(히11:1)라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하신다.

치유를 받은 앞으로의 삶은 더 이상 섬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아니 안내자가 되겠다라는 결단의 표시로 겉옷을 벗어 던졌다. 선포였다. 그리고 예수님을 쫓았다.

그렇다! 어두웠던 내 영혼의 눈을 뜨게 하신 주님께 지금이라도 영혼의 옷장 깊숙한 곳에 걸어두었던 구원의 옷을 꺼내 입고 주님을 쫓아야 겠다.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