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사람처럼 추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독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불쌍한 것이 없고, 그리고 사람처럼 예쁜 것이 없다. 모든게 영원하다면 무엇이 예쁘고 무엇이 또 눈물겹겠는가."

오늘 아침에 받아 본 편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나는 가끔 상상을 해 보았다.

최 첨단 MRI같은 기계가 발명되어, 우리의 마음 상태를 이메지로 바꾸어 비춰 볼 수 있다면,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어느 부분에 상처가 있어 아파하는지 알아 볼 수 있을 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참 쉬울텐데 하고 말이다.

은사를 받으신 분이라면 번거롭게 이런 기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도 한 눈에 척 알아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 자신을 알라"는 말에서부터 고개가 숙여진다.

인간은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재주를 물려 받았고 그 재주는 크리스챤이라 말하는 나에게도 끈질기게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을까, 하나님께서는 소원데로,내 마음의 사진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비유로 펼쳐 놓으시고, 비밀을 아는 것을 나에게 허락 하시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녀 온 옐로스톤 여행은 내 마음을 바라 보고 온 여행이 된 셈이다.

Yellowstone 국립공원은 1872년에 세계 최초로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이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공원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

1988년 공원의 3분의1을 태워 버린 산불이 났을 때에도 불을 끄는 작업만 하고 타버린 나무를 베어 내거나 새로운 나무를 심거나 하지 않고 자연이 치유하는 시간을 기다렸다.

또, 그곳을 관리하는 일도 와이오밍 주정부가 아니고 연방정부에서 하고 있기에 만약 어떤 사건이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에서 발생하면, State Police가 아니고 FBI가 조사를 한다고 하였다.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옐로스톤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지구표면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그래서 이곳에서는 지구가 숨을 쉬며 뿜어내는 콧김이 군데군데 솟아 나오고 있었고, 진흙이 팟죽처럼 끓어 오르면서, 지구의 가슴 속에 있는 열정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무저갱, Abyss라는 이름이 붙은 웅덩이에는 아직도 그 깊이를 모른다는 검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물 속에 잠겨 있었다.

식물이 아직 생겨나기 전의 지구 모습이 이랬을까, 풀 한포기 없이 부글거리는 땅을 보며 나는 창세의 둘째날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을 알 것 같았다.

마그마(Magma)라고하는 지구 깊숙한 곳에 녹아있는 광물질에 덥혀진 지하수가, 파이프같은 좁은 지하 틈새를 타고 올라 와서 땅 위에 고인 것이 Hot spring이나 Mud pot 이고, 파이프 중간에 항아리 처럼 고이는 공간을 만나게 되면 항아리 물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압력에 의해서 하늘로 뿜어 내는 것이 Geyser라고 하였다.

항아리의 크기에 따라 뿜어 내는 시간이 정해지는데, 가장 높게 뿜어 내는 Old Faithful 은 90분마다 그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관광버스는 시간에 맞추어 우리를 Old Faithful 앞에 내려 놓았다. 산불이 꺼지고 난 자리처럼 셀 수도 없는 구멍에서 수증기가 피어 오르다가 시간에 맞추어 몇개의 Geyser 가 먼저 물을 뿜어 내더니만 Old Faithful이 드디어 터지면서 물을 쏘아 올리기 시작하였다.

사진에서 보던 장면이 살아나서 소리까지 내며 뿜어 오르는 물보라의 장관이었다.

이때, 왜 나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화를 내며 싸우는 나와 남편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속 항아리에 담긴 쓰레기를 한번씩 뿜어 내는 부부싸움도 자연의 섭리와 비유해 보니, 싸운다는 것이 그렇게 흉칙한 것도 아니라고 여겨졌다.

우리에게도 분노의 Geyser가 있고, 버리지 못한 욕망이 틈을 타고 올라와 Mud pot에서 끓고 있고 아직까지도 그 깊이를 모른다는 설명과 함께, Abyss라고 이름을 적어 놓은 Hot Spring 같은 것이 우리 마음 속에도 있기에 싸우게 된다는 이치를 깨우치면, 싸우더라도 예쁜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지구의 가장 약한 표면을, 옐로스톤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국립공원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의 가장 약한 곳을 나는 약점이라고 부르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국립공원을 만들어서 하늘정부에게 맡겨 보호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내가 관리하는 곳이 아니고 하늘의 천사가 관리하는 마음의 국립공원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내가 아니고, 하나님의 사자 미가엘이 해결 해 줄것이 아니겠는가.

부부싸움이라는 것은, 대개 상대방의 약한 곳을 고쳐 주고 싶어서 시작될 때가 많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남편의 가슴 속에, 나는 이유도 모르게 죽어 나자빠지는 나무를 심어 주려고 속을 태웠다.

나에게도 인간의 역사만큼 깊은 죄의 Abyss 웅덩이가 있는 것을 감추어 보려고, 나무를 심어 가리는 수고를 하였다.

우리의 약한 부분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약한 표면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도 자연이 치료 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서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 속 가장 약한 구역에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사랑하고 보호해야하는 구역이다. 옐로스톤을 떠나 올 때, 계속 나를 따라 오는 것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바위절벽 깊은 계곡으로 흐르는 강물과 함께 맴도는 성경말씀 한 구절이었다.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을 드러내리라"

사람처럼 두려운 것이 없고, 사람처럼 약한 것이 없고, 그리고, 사람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없다. 무엇이 이보다 더 영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