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그 동안은 사용하던 압력 밥솥이 고장 나서 압력 밥솥을 하나 구입해야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밥솥 상품들의 가격이 다양했다.

상품의 성능과 또한 에프터 써비스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이리 저리 비교해 보았지만 예전에 구입해서 사용했던 가장 고급품도 얼마되지 않아서 본사에 보내어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 성능에 별 만족도가 없었다. 그래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소형 밥솥을 보게 되었다. 그 것은 아무런 개런티가 없다는 것이었다.. 약간 망서려 지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 것을 구입하였다. 지금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만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밥솥을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선택이 있다. 고압으로 하게 되면 밥이 빨리 되는 대신에 뜸이 제대로 들지 않아서 깔깔하고 입안에서 밥알이 겉 돈다. 마치 패스트 푸드(Fast Food)를 먹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저압으로 하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신에 윤기가 흐르고 밥이 쫄깃 쫄깃 하다. 이 압력 밥솥을 사용하면서 밥을 하는 기쁨이 있다. 현미와 현미 찹쌀과 흑미, 강낭콩, 완두콩, 검은콩, 동두콩, 통보리와 다른 잡곡들을 넣고 저압으로 저녁에 앉혀놓으면 아침에 아주 멋지게 뜸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어려서 시골에 살 때 어머니가 가마 솥에다 군불 집혀서 해준 밥 맛 같다 고나 할까?. 이렇게 잘 된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은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그래서 밥 상에 젖 가락 숱 가락 놓으면서 잔잔한 기쁨도 나란히 배열해 놓는다.

이렇게 맛있는 밥짓기의 즐거움은 마치 말씀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다른 많은 분들에 비해 내가 말씀 사역을 한지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의 표현이다. 성경공부나 설교를 위해서 말씀이란 양식의 알곡들을 묵상이란 가마 솥, 또는 저압의 압력 솥에 넣는다.

그리고 기도의 물을 부어 성령으로 푹! 뜸들이는 것이다. 맛있게 지어진 밥을 나누어 먹는 것보다 잘 준비된 말씀을 나누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씀을 잘 준비하였다거나 잘 전하였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다. 늘 떨리는 마음으로 성령님의 조명 아래 놓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나의 몫을 담당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나에게 고민이 생겼다. 내가 준비해오던 식의 요리를 나누어줄 대상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인이 아닌 바로 주일학교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어린이들에게 성인들에게 드리던 양식을 줄 수가 없다. 같은 재료로 양식을 만든다고 하여도 이제는 좀더 소화하기 쉽도록 기도의 물을 더 부어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그릇에 담아서 그들의 예배의 식탁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부담이다.

이 사역은 익숙해진 일들에 안주하려던 나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프로젝트요 새로운 선교지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평소에 전혀 예상치 않았던 사역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마치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네 친척과 네 아버지의 집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나의 입장을 과대평가해서 하나님께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아브라함의 부르심을 묵상하며 나의 부르심을 점검해 본다.

아브라함의 입장과 시대는 어떠했을까? 부족들끼리 모여 살던 족장시대다. 그때는 인터넷으로 하나님께서 지시하실 땅을 미리 검색할 수 없었다. 기후나 환경, 다른 위험이나 주의 사항들에 대한 대책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다가 길을 잃으면 GPS나 아이폰도 없었다. 물론 아브람은 오늘 날의 편리해진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센스 없는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의 전 생애를 건 개혁이요 혁명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아브라함의 시대에 살게 하지 않고 이 시대에 살게 하심에 감사해야 겠다 감히 아브라함과 비교했던 것도 하나님께 미안하다. 누구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플랜(plan)은 나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시는 것과는 다르다.

플랜 매스터(plan master)이신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비교할 수 없는 나의 능력의 한계를 아신다.. 이 시대는 내가 조금만 노력하고 클릭하면 모든 자료들이 충만한 시대가 아닌가?

더욱 지혜가 부족하여 구할 때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든든한 나의 백이시다.(약1:5)

지혜의 원천이신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면 아이들의 입에 감칠맛 나는 양식을 지어내지 않을까! 비록 빠르지는 않아도 가마 솥에 지어지는 밥처럼 서서히 그러나 섭취하기 쉬운 그런 별미를 지어내지 않을까! 아마도 하나님의 이름 때문에 성능을 발하게 하시지 않을까!

하나님! 에프터 서비스가 없는 소형 압력 밥솥 같은 저를 지명하신 주님! 하늘에서 추수하여 내려주신 말씀의 양식에 주님께서 제게 주신 사랑의 비타민을 듬뿍 첨가하여 아이들이 먹기 쉬운 밥을 짓게 하소서!. 그렇게 저를 천국제 상품으로 사용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