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2월 14일은 Valentine's Day이다.

쵸코렛과 꽃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하는데, 이런 날 애인이 없는 사람들은 더욱 외롭고, 무심한 남편을 둔 아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도 그랬다. 달콤한 쵸코렛이나 혹 꽃 한송이라도 들고 올까 하여 남편의 손을 보며 실망하고는 했었다.

로맨틱하게 촛불을 키고 차려 놓은 발렌타인 저녁식탁에서,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어두우니 전기불을 키라고 하는 남편에게 절망을 느끼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보아야 했던 것은 남편의 손이 아니고 어깨를 보아야 했었는데, 그가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 예수님에게 맡기지 않은 상처 받은 짐, 맨손으로 남의 나라에 와서 남의 나라 말을 사용하면서 처자식을 벌어 먹여야 하는 이민 1세대 아버지들이 지고 가는 짐을 나는 보지 못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날 때 까지 보지 못하였다.

그저 나는 Valentine's Day에 행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심한 남편 대신, 내가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사 주기 시작하였다. 주로 시집을 샀다.

그리고 그 시집에 쓰여 있었다.

"잠시 후면 너는/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너는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너는/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너는 이제 누군가 너에게 꽃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자신의 정원에 꽃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라./ 그러면 너는 정말로 인내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강해질 것이고/ 진정한 가치를 네 안에 지니게 되리라./ 인생의 실수와 더불어/ 너는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시인의 말 데로 나는 마음의 정원에 꽃을 심기 시작하였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해마다, 벌써 십사년째다.

Valentine's Day가 오면 나는 하트 모양의 쿡키를 굽고 간단하지만, 봄냄새 물씬 나는 점심 식탁을 차려서 친구들을 초대한다.

무심한 남편을 두어서 그날이 그날인 여인들이다.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오라고 권한다. 그날만은 우리가 가정주부가 아니고 여성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즐거워한다.

가끔 남편들 흉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예수님의 아픈 사랑을 알면서도 금방 돌아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속으로 울기도한다.

그리나 무엇 보다도 우리가 아직까지도 아름답다고 서로를 칭찬하면서 이세상 모든 사랑 이야기 속에서 행복 해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뜨겁고 달콤한 사랑을 바라던 마음이 가시던 날, 사랑은 아픔이기도 하였고, 눈을 감아 주는 사소한 일상 속의 망각이기도 하였다.

말다툼 속에서도 씻겨 나가지 않고 살아 남아 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와 있었다.

언제 부터인지 Valentine's Day가 오면, 나는 남편에게 연애편지를 보낸다.

무엇을 기대하고 바라기만 했던 마음이,아무 바라는 것 없이 주고 싶은 심정으로 되었다는 것은 나에게는 상당한 발전이었다.(깨알만큼은 바란다고 해야 하나?)

Valentine's Day는 이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아니다. 해가 갈 수록, 늙어 가서일까, 내가 더 미안하고 마음이 찡 해지는 날이다.

올해도 친구들을 위한 나의 Valentine's Day 식탁은 준비 되어있다. 그리고 남편 손에 쥐어 줄 카드도 사 놓았다.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의 "순박한 아내를 원하는 기도"라는 제목의 시를 써 넣을려고 한다.

프랑시스 잠은 우리나라 시인 윤동주가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사실 남편은 프랑시스 잠이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순박한 아내를 원하는 마음만은 프랑시스 잠과 똑 같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기에 내가 그런 아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하였다.

"주여, 제 아내가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여인이게 하소서

잠잘 때 손을 맞잡고 잠들 수 있는 여인이게 하소서

그녀가 은목걸이를 가슴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걸게 하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 듯한 자두가 아니라 한결 매끄럽고 보드라우며, 금빛으로 빛나게 하소서

그녀의 마음 속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게 하시고 서로 말없이 포옹하며 미소 짓게 하소서

그녀를 건강하게 하여 잠든 꽃을 보는 꿀벌처럼 내 영혼 돌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죽는 날 그녀가 내 눈 감기고 두 손으로 침상을 부여잡고 가슴 메이도록 흐느끼며 무릎 꿇는 외의 어떤 기도도 하지 않게 하소서"

모든 순박한 사랑을 사모하는 연인들이여, HAPPY VALENTINE'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