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푸른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어보아요, 가만히 들어보아요. 거기 하나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꽃 잎을 스치우는 바람소릴 들어보아요, 가만히 들어봐요. 거기 하나님의 손길이 실려있어요…..” 내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계시는 P 권사님의 노래 말 중의 일부이다. 60이 넘으신 권사님이 초등학교 때 주일 학교에서 배운 노래인데 아직도 다 기억하신다는 것이다.

동심의 세계에서 천진난만하게 부르시는 P 권사님의 노랠 들으며 봄철을 맞이하고 있는 주위를 돌아본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가지, 가지마다 하나님의 이야길 꽃잎으로 빽빽하게 펼쳐놓고 있다. 주님의 마음을 물들여 놓고 있다. 그렇다! 봄은 어디를 보아도 주님을 볼 수 있게 한다.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새 생명의 실체로 부활의 능력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하나님은 태초에도, 혼돈하고 공허하고 깊었던 어두움에 생명력을 불어넣으셨다. 변화를 창조하셨다! 그리고 좋아하셨다! 그 생명력을 기뻐하셨다! 그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의 마음이 들지 않으신 것이 없으셨다! 모두 다 창조주 하나님 생각의 결정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하나님의 마음에 드신 것은 인간이었다. 그 어느 자연도 인간만큼 변화하는 생명력을 소유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것은 영혼 구원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독특함 이요 유일함인 것이다.

노랠 다 마치신 권사님은 가사 하나 하나에 복음이 담겨 있는 '시'라고 쉬지 않으시고 말씀하신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우리 나라 속담처럼 어릴 때 아이들이 무엇을 접하며 무슨 말을 듣고 성장하였느냐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덫 부치신다.

평소에 P 권사님과 이런 토요일 낮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은 주일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을 가게 되었다. 권사님께서 주일 학교 선생님들과 더불어 아이들을 돌보고 안내할 보호자로 함께 하시게 된 것이다. 우리의 내일인 아이들이 신앙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도록 감싸주는 흙과 같은 분이다. 늘 기도도 해 주시지만 실제적인 나의 후원자요 동역자이시다.

P 권 사님의 노래와 이야길 들으면서 봄을 묵상해 본다. 봄이 채움이란 계절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비움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신을 비워버린 겨울이 있었던 것이다. 오늘 날 우리가 교회 이민사에 이 만큼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 벙어리, 반 귀머거리, 냉가슴을 앓던 이민의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우리의 자신을 비워내었다. 더욱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기회(opportunities)들을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자녀들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기업이요 최고의 선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부여해 놓으신 무한한 생명력을 드러내게 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그 능력들을 전혀 깨닫지도 못하고 그냥 묻어버리고 말았을 터인데 말이다. 더불어 하나님께서는 자녀들을 통하여 우리의 아픔을 감싸주시기도 하며 조율도 받게 하셨다. 자식 사랑이 투철한 민족적 정서로 어떤 희생도 이겨내게 하셨다. 마침내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이룩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맺혀놓은 결실과 열매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찬사와 감사를 들려도 충분하지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일구어 놓게 하신 이민 교회사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생명을 소유한 변화의 역사이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초지일관 자녀들을 위해 피워내게 하신 신앙의 꽃들은 한 겨울의 눈밭에서 피워낸 눈꽃들이다!

그러나 이민 교회사 속에서 자녀들을 위해 우리가 감당할 일이 아직도 많지만 여기까지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였던 모세가 광야 40년 여정 동안 그렇게도 목마르게 기대했던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 들어갈 수 있기를 구하였다. 그러나 그 곳까지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신의 몫이었다. 즉시, 여호수아를 가나안에 들어갈 후계자로 세웠다.(신3:25~28)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를 통해 이어가신 하나님의 구원 설계도를 우리는 이미 보았다. 우리가 결실할 수 있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자녀들이 맺힐 결실을 기대해 볼 수 있게 하셨다. 겉으로는 여리게 보이지만 우리의 자녀들 안에 부여해 놓으신 하나님의 생명력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몫으로 생명력 넘치는 구원사를 이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후계자 여호수아를 세우며 모세처럼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 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핵심적인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주일 예배에 우리가 사용하고 나서 배려했던 본 당을 자녀들에게 우선적으로 내어주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광야와 같은 우리의 이민 여정이 처음에 미약하였지만 창대 하도록 오늘을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 자녀들을 위한 우리의 기대와 관점과 동기를 올려드리는 것이다.

주님! 봄의 서정은 나무가 단단하게 굳어진 자신을 찢어내는 데서 시작되었지요? 구원 서정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데서 이루어졌지요? 이 진리를 적용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생각이나 주장에 묶이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고집이나 관념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게 하소서! 비우소서, 옛 것을! 채우소서, 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