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재앙은 언제나 손쓸 틈도 없이 무섭게 덥친다. 일본 동북쪽 해변 마을을 덥친 쓰나미의 위력을 보면서 지구의 마지막 날도 저렇게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연약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재앙 속에서 문명을 일구어 나가는 인간의 위대함도 함께 보았다. 이렇게 끔찍한 재앙을 뚫고 다시 일어 서는 인간에게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TV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일본 대지진의 참담함을 보면서 나는 톨스토이의 따뜻한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가"를 떠 올렸다.

어느 날 하나님은 천사장 미가엘에게 땅으로 내려가서 한 여자의 영혼을 데려 오라고 하신다.

미가엘이 그 여자 집에 들어 갔을 때 그 여자는 애원을 한다.

남편은 며칠 전에 죽었고 자기는 쌍둥이 딸아이를 해산하였는데 자기마저 데려가면 누가 이 아이를 기르겠는가 제발 아이들이 조금 클 때 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이 불쌍해서 미가엘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여자를 데려 가지 않았다.

하나님은 미가엘에게" 다시 가서 그 어머니의 영혼을 데려오고, 세가지 진리를 배워라.

첫째,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고, 둘째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셋째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배워라.

이것들을 배웠을 때 너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 오게 될 것이다."

땅으로 쫒겨난 미가엘은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을 만난다.

시몬은 겨울 코트도 살 돈이 없는 가난뱅이 였지만 미가엘을 자기 집으로 데려다가 같이 살게한다.

투덜대던 시몬의 아내도 결국 미가엘을 불쌍히 여기며 모자라는 빵을 나눠 먹는다.

여기서 미가엘은 첫번째의 진리, 사람에게 사랑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시몬의 집에서 미가엘은 구두 수선일을 도와 주면서 함께 살게 된다. 미가엘의 뛰어난 솜씨 덕분에 시몬의 구두 가게는 번성하게 되고 귀족들에게도 소문이 퍼져 갔다.

하루는 부자 귀족이 좋은 가죽을 가지고 와서 시몬에게 튼튼한 장화를 지어 달라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귀족의 하인이 달려 와서 귀족이 전날밤 죽어서 이제는 튼튼한 장화가 필요 없고 관 속에 들어 갈 부드러운 실내화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여기서 미가엘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를 배웠다.

사람들은 내일이 왔을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앞날을 모르고 사는 것이 사람이었다. 미가엘은 시몬의 집에서 6년을 지낸다. 시몬의 구두방은 더욱 유명해 져서 다른 도시의 사람들까지 찾아와 구두를 맞추어 갔다. 어느날 마차를 탄 귀부인이 여섯살 정도의 쌍둥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시몬의 구두방을 찾아 온다. 쌍둥이중에 한 아이는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귀부인은 특별히 그 작은발에 꼭 맞추어서 아픈 다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시몬이 어떻게해서 다리를 절게 되었느냐고 묻자 귀부인은 아이 엄마가 죽을 때 아이의 한쪽 다리를 깔고 죽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아버지 어머니가 며칠 사이로 죽어 버린 불쌍한 쌍둥이 여자 아이를 자기가 데려다 기르면서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느꼈는지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짐작했듯이 쌍둥이 여자 아이들은 6년전 미가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살려 주려고 했다가 다시 데리고 간 여자의 딸들이었다.

그 마을에 부자 여인이 살았는데 자기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죽어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쌍둥이 여자 아이의 소식을 듣고 자기 아이를 대신해서 기른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면서 미가엘은 마지막 진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하늘로 돌아 갈 때가 되었다고 시몬과 그의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위한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배웠읍니다.

천사인 제가 사람이 되었을 때 저는 지나가는 사람이 베푼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었읍니다.

쌍둥이 고아도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했던 낯선 여자의 사랑 때문에 살 수 있었읍니다.

어떤 사람도 저녁이 올 때 자신의 육신을 위한 장화가 필요할 것인지, 시신을 위한 실내화가 필요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쌍둥이의 어머니도 자기가 죽으면 아이들도 살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읍니다. 비록 사람들이 걱정 속에서 내일을 모르고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보는 사랑이 있고, 사랑에 의해서만 산다는 것을 이제 이해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신 안에 있고, 신 또한 그 사람 안에 있읍니다. 신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남기고 미가엘은 하늘로 올라갔고 시몬은 여전히 구두를 지으면서 살아 갔다는 이야기다.

쓰나미가 집어 삼킨 일본땅에도 이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그리고 다시 번성해 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비록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재앙이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는한, 그 사람이 세계의 어느나라 사람이든 재앙을 겪는 사람에대한 사랑이 있는한,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하시리라 믿는다. 행여 성급하게, 일본사람의 죄악이 이런 재앙을 가져 왔다고 말하지 말자. 욥의 친구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다만 지혜로운 열 처녀들 처럼 등잔에 기름을 채워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