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한 젊은 남자의 흑백 사진이 나를 쳐다 보면서 서 있었다. 사진은 실물 크기여서 그의 갈비뼈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머리카락은 밀려 나갔고, 아랫도리만 겨우 걸레같은 천으로 감싸고 있으며 팔 다리는 뼈만 앙상하게 살 한점도 붙어 있지 않았다. 젊은이는 그래도 웃으려고 입술 끝은 올려 보이는데 퀭한 눈이 따라가 주지를 못한다.

그러나 그 눈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 아직 살아 있다"

Yad Vashem Holocaust 기념관 에서였다. Yad Vashem이란 이름은 이사야서 56: 5절 "내가 내집에서, 내성 안 에 서, 아들이나 딸보다 나은 기념물과 이름을 그들에게 주며 영원한 이름 을 주어 끊어지지 아니하게 할 것이 라"는 성경구절 에서 따왔다고 한다.

히틀러와 나찌당원에 의해 희생된 6백만 유대인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 워진 이기념관에는, 히틀러가 유럽 에서 세력을 넓혀 가면서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주거지를 한 곳으 로 제한한 Ghetto에서 집단 생활을 하게 하다가 결국에는 강제 수용소, Holocaust로까지 보내지고, 그 곳에서 학살되는 과정을, 사진으로, 유물로, 기 록된 편지나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었 다.

처음에는 그들에게도 가족과 함께 살 면서 가방 하나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은 허용되었다. 그때까 지만 해도 그들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어디를 가 더라도 허가증이 있어야 했 지만 적어 도 그 속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그들이 가야하는 곳은 집단 수용소였다. 힘들지만 그 곳 수용 소에서 젊은이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 도 낳고, 언젠가는 자유롭게 살 그날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 간 흔적 을 남겨 놓았다.

그 흔적은 기념관 벽에 편지로 걸려 있고 그림으로 걸려있다. 그러나 점점 어두어 가는 그들의 앞날을 예견하듯 이 죽음을 예감하는 글도 있었다.

" 어떤 때는 2-30분 걸리는 거리를 평생 걸어 갈 때도 있다. 죽을 때까지."

동화와 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도 적혀 있었다.

Tommy Fritta는 수용소에서 태어 난다. 그가 3살 되던 생일날, Tommy 아버지는 생일 선물로 자기가 직접 그린 화첩을 아들에게 선물한다.

그 속에는 Tommy가 아직 보지 못한 수용소 밖에서의 삶을 보여 주는, 나무 나 꽃, 산과 들과 예쁜집, 바다와 배, 물고기와 동물들, 비행기 타는 아이, 그리고 인디안도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밑의 설명문에는 Tommy와 화첩 은 살아 남았으나 Tommy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수용소에서 살해 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림을 그린 아버지는 죽었지만 아들 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꿈은 살아 남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생각 보다 많은 그림들이 살아 남아 걸려 있었다.

한 곳 벽에는 아버지가 Gas 실로 끌려가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난 뒤, 수용소에서 함께 살고 있던 아들이 그린 그림이었는데, 건물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고, 굴뚝 연기 속에서 피어 나는 아버지의 얼굴이 연필 스켓치로 그려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린 Yehuda Bacon은 13살 때 수용소로 들어 갔고, 살아 남 아 나중에 화가가 되었다.

이런 그림들은 글자보다 그때의 상 황을 더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개인 물품은 압수 되고, 유대인을 상징하는 회색 줄무늬의 수 용소 의복이 입혀지고,이름대신 번호 가 붙여지고, 머리카락은 잘려 지고 굶주림과 강제노동에 영혼이 먼저 죽 고, 결국에는 Gas Chamber에서 몸마 저 죽어 나간 사람이 더 많았다. 사진 속의 시체 무더기는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에도,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이라고 하기에도, 둘다 생각하기조 차 힘들었다.

그들에게 이름은 없었다. 오직 번호 만 이 그들이 누구인가를 말 해 주고 있었다. 나라가 없었고, 이름도 잃어버린 유 대인들의 마지막 절규는 무엇이 었 을까, "엘리엘리라마 사박다니" 였을까?

지금 나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은 무 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사진 앞에 나 는 무엇을 바쳐야 하는지---.

이 기념관에는 마지막 방 하나의 벽에는 희생된 유대인의 이름을 찾아, 하나 하나 적어서 선반에 보관하고 있 다. 아직도 찾지 못한 이름을 위해서는 빈 선반을 남겨 놓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때 희생된 유대인 의 이름을 찾아 주려고 지금도 노력 하고 있다고 한다. 이름이 생명만큼 중요하다고 Yad Vashem은 말하고 있었다.

이름 없이 번호로만 구별되어 죽어 간 이들에게 생명을 다시 주기 위해 그방 의 중앙 바닥에는 바위를 파서 만든 깊은 우물이 있다.

유대인들에게 물은 생명을 상징하 기에 몸은 죽었지만 6백만 그들의 영 혼은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했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길 좌 우에는 유대인은 아니면서도 유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쉰들러의 리스트> 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이름 이 익숙한 쉰들러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도 가운데 서 있었다.

기념관 을 나올 때는 누구나 울고 나온다.

기록된 사진이 너무나 비침해서 울기 도 하지만, 인간의 잘못된 생각이 하나 의 권력과 손 잡을 때 무더기로 희생 되는 역사의 반복을 보면서, 오늘도 진리 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의해 소수 가 희생되고 있는 세상의 아픔을 느끼 면서 울게 된다.

형제에게 미련한 놈이라 하는자는 지옥불에 들어간다는 예수님의 말씀 이 번개처럼 이해가 되었다.

미련한 놈이라고 부르는 것이 지옥불에 들어 갈 만큼 큰 죄는 아닐 것 같은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구절이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신다. 하나님도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시며 우리를 알고 사랑하신다.

절대로 번호를 매겨서 하나의 집단으로 바라 보지 않으셨다.

유대인, 흑인, 이슬람교인---- 일본인, 공산당--우리 입맛에 맛지 않으면 미련한 놈이라고 싸 잡아 말하는 것도 큰 죄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본 사진 속의 젊은 청년에게는 이름은 물론 번호를 붙인 옷도 없었다. 사진을 찍은후 얼마나 더 살다가 죽어 갔는지도 기록에 없었다. 하나의 미련한 놈으로 세어져서 Gas 실로 걸어 들어 갔을 것이다. 절대적인 억압 속에서 꿈은 죽는다.

나는 그의 비참하게 뒤틀린 앙상한 뼈대 보다도, 웃음도 아니고 울음도 아닌 미소 속에서 죽어 가는 그의 꿈을 보며 통곡했다. 아도나이 엘로하임! 그의 꿈을 기억하소서.

Yad Vashem의 마지막 방을 나오면서 벽에 쓰여진 아래의 글귀가 나의 눈물 속에서 보였다. "6백만의 유대인이 살해되었다기 보다는, 그 때, 그 곳에는 6백만의 살인자가 있었다.

한사람의 유대인이 죽을 때 마다 한사람의 살인자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