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어머니 날은 어머니가 살아있거나돌아가셨거나 아무 상관 없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보내는 날인가 보다.

생각해 보면 나는 효녀가 아니었다.

엄마처럼 살지않겠다고 마음 먹은것도 여러번 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친척들의 말을 빌린다면 고집 불통에 기가 센여자였다.

625 전쟁피난시절, 대포 소리가 나는데도 어머니는 떡시루가 익을때까지 기다린 다음 떡을 싸들고 떠나겠다고 꿈적도 안해서 같이 있던친척들이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떡이 피난길의 허기를채워주었다고 가끔 이야기 했다.

내가 보기에, 어머니는 욕심이 많으시고 남에게 자랑하는걸 좋아하셨다.

새로운 물품이 시장에 나오면 제일 먼저 사오신다.

아버지가 말려도 소용이 없고 자식들이말려도소용이없다.

그때 세상에는 외상이 통하던 시절이라 외상으로라도 사오신다.

한번은 집판돈으로 피아노를 사오셨는데 우리 집에서 피아노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때 였다.

피아노를 팔아서 집을 산다는 말은들었어도 집팔아서 피아노 샀다는 말은 처음듣는 다고 아버지는 펄쩍뛰셨지만 고집 불통 어머니는 막내딸이여섯살이니 피아노를 가르치면 된다고꿈적도 아니하셨다.

막내 여동생은 어머니 성화 속에서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웠다.

내기억 속에는 한번도 어머니가 나를 껴안거나, 내 바로 밑의 남동생들을껴 안아 주는 것을 본적이 없다.

다만 서너살된 여동생을 어머니 무릎에 앉히고 뽀뽀도 해주는 것을 많이본 시기는 첫돌을 넘긴 막내 아이가 갑자기 죽고 난다음 부터였다.

다커 버린 우리를 안아 주기에는 조금 어색해서 그랬을 거라고 나중에는이해했지만 오랫동안 나에게는 그것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2남 6녀의집에서 4째딸로태어나셨다.

1924년생이시니 그무렵 4째 딸의 위치가 어떠한지는 나이 먹은 사람만 안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있는 네째딸은 무엇이든 먼저 쟁취해야만 내것이되었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의 품도 차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모들의 증언에 의하면 어머니는 먹을 것이나 학용품이 보이면, 먼저 집어다가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두고 열쇠를 잠근 뒤 심부름을 해주거나 자기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나눠주었다고한다.

형제들이 용돈이 필요할 때에도 외할아버지가 계시는 사랑채에는 모두들 무서워서 가지 못하면 어머니만 들어 가서 외할아버지께서 용돈을 내어놓으실 때까지 꿈적도 안하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손님 대접하기를 좋아했다.

전화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친척들은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며칠씩 묵어가곤 했지만, 한번도 어머니가싫어 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불평하지않으셨다.

물건을 팔러다니는 상인들에게 물이나 점심을 먹여보내는 것 또한 당연한줄 아셨다.

내가 어머니를 훌륭하다고 처음 느낀때는 516 혁명이 나고 아버지 회사월급이 줄어 들어 경제적으로 힘이 들던해에, 추석이 다가오자 우리들에게는 추석빔이 없다 하시고 집에서 일하던 식모에게 만은 쉐타 한벌을 사주셨을 때 였다.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셔서 LA 어머니가 살던 동네 미장원에서는 어머니가 갑부라고 생각할만큼 팁도 듬뿍주셨다.

아들들이 보내는 용돈으로 남김없이잘 쓰셨다.

우스운 이야기는 그미장원 여자가 어머니에게 할아버지 한분을 소개해드릴테니 만나보라고 한사건도 있었다.

딸들은 어머니에게 정신차리라고, 80이된 어머니에게 70대의남자가 만나자고 할때에는 엄마가 돈많은 할머니 인줄 오해하고 만나자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핏대를 올리며 말렸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불효인 것을그때는 몰랐었다.

어머니의 집은 항상깨끗했다.

한국에서는 장판방이 반짝반짝빛이났었고 미국에 오셔서는 마루장을 뽀도독소리가 나도록 닦으시고 신혼집처럼 예쁘게 꾸며 놓고 사셨다.

마음에 드는 장식이나 그릇을 보시면 그것이 딸의 것 이거나 며느리 것이거나 가리지 않고 달라고 하셨고 그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드렸다.

우리집에 오시면 내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은 다챙겨 가지고 가져 가셨다.

“속없이 딸옷까지 뺏어 가는 어미도있구나”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들리는 것 같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은“너희들이어쩌든지 하나님을 알아야헌다”와“너희들 4남매가 우애있게지내거라”였다.

어머니께서 평생을 욕심대로 사시다가 마지막 일년을 하나님을 의지하며하늘로 가는 소망으로 사신 것은 참으로 기적이고 은혜였다.

폐암말기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조심스럽게 조직검사를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이제살만큼 살았으니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갈수있게 기도나 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마지막순간은 4자녀중에서오로지무릎에앉히고뽀뽀해주던막내딸의손을잡고,좋아하던찬송가를세번부르시고눈을감으셨다.

“날사랑하심, 날사랑하심, 성경에써있네“

어머니가 마지막 부르시던 찬송가처럼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고 세상을 웃으며떠나셨다.

나도 어머니처럼 떠났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