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주어들은 상식이지만, 우주가 시작되면서부터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창세기에도 첫째날, 둘째날---이렇게 세어가는 것을 보면 맞는 말인것 같다. 그렇다고 시간이 항상 같은 속도로흐른다고는 볼 수는 없다. 어떤 시간은 우리의 영혼 밑바닥에서 빙산이 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의식의 바다를 떠돈다.

알라스카의 빙산도 나에게는그렇게보였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만든 이야기가차가운 얼음 속에서 시간을 멈추고갇혀있다가 천둥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내렸다. 빙하가 떨어져 내린 조각을 우리는아이스버그(Iceberg), 빙산이라 부른다.

빙하가 생기는 이치는, 아주 오랜시간동안 눈이 쌓이게 되면 그무게에 눌린 바닥의 눈더미가 압축되면서 커간다고 한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한다면 빙산은얼음이 아니다.

얼음보다 더 단단하게 압축된 결정체이다. 주로 산과 산사이에서 생기는데 그 무게가 엄청나게 무거워지면서 움직인다고 한다.

하루에 30센티미터정도 천천히 움직이기도하고 빠르게는 15미터도 움직인다고 한다. 움직이면서 쓸어안은 흙과 바위조각들이 얼음 사이사이에 검은층을 만들어 물결 무늬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으나 빙산은 파란 하늘색이다.

쌓인 눈이 압축되는 과정에서 공기가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에 오직 푸른색만 햇빛에 반사되어 파란 하늘색으로보인다고 했다. 그야말로 산처럼 거대한 빙산 속에는, 흐르지 않고 압축된 시간이 푸른색을 내뿜고 있어서 더욱 신비하게 보였다. 그리고 천둥소리를 내고 있어서 더 엄숙하게 보였다.

우리의 영혼에서 빙산으로 떠도는 차가운 상처들은 어떤색으로 반사되고 있는지, 그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빙산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지난 해였던가 영혼의무게가 23그램이라고 발표한 연구보고를 신문에서 본적이있다.

스웨덴의 한병원에서 최신컴퓨터가달린 침대를 사용하여 환자의 임종직전과 직후의 몸무게 변화를 기록하여본 결과 임종직후에는 환자의 몸무게가 평균 23그램 가벼워지더라는 연구보고서였다. 한파운드가 450그램이니 얼마나 가벼운지 짐작이 가지만, 용서받은 죄인과그죄를 계속 끌고가는 영혼의 무게가같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어떤 영혼의 무게는 알라스카의 빙산처럼 무거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떠난 배는 꼬박 사흘 밤을 지내고나서야 알라스카에 도착했다. 알라스카는 일년 365일 중에 300일은비나 눈이 온다고 한다.

밤 10시에 해가 지고 아침 4시면 해가떴다.(여름에는 하루 20시간동안 해가 있다고 했다.)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1대 7이어서 싱글 여자들에게는 좋은 확률이지만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낮다고 버스를 운전하는 여자 운전사가 웃으며 말한다. 만년설을 머리에이고 금광의 열기가사라진 산에서는 쌓인 눈이 녹기시작하는 철이라서 계절폭포가 여기저기서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미국이 알라스카를 러시아에게서 720만불에 산것은 1867년이다. 미국 본토에서 제일 넓은 텍사스주보다 거의 두배가 되는 땅을 지금의 집한채 값으로 샀으니, 계산하면 한에이커에 5센트를 주고 산셈이라고 한다.

금이 발견되면서 그곳의 원주민이던에스키모와 인디언이 아닌 백인들이 몰려왔다. 철도가 생기고 도시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그열기는 짧았고, 미국의 49번째주로 승인된 것은 1959년이었다.

지금의 알라스카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밑에두고 어업과 관광사업으로 수입을 대신하고있다. 금을 실어나르던 기차도 관광객을 싣고 깎아지르듯 높은 산비탈을 오른다. 어떻게 이런 높은 곳까지 철로를 놓았는지, 금을 캐기 위해서라면 못할짓이 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는 것같아 아찔하게 보이는 계곡 바닥이 더 오싹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현상이 이대로 계속 된다면 2040년 무렵에는 빙산들도다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냉정하다. 빙산의 나이를 계산하고 그무게를 계산하여서 간단하게 숫자로 표현할 줄아는 재주가 있다.

마치 스웨덴병원연구팀이 영혼의무게가 평균 23그램이라고 발표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들었다. 시간이 다시 살아나는 소리를 들었다. 알라스카의 빙산 속에 갇혀있던 푸른시간들이 내 눈 앞에서 천둥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천둥 소리처럼 들렸지만 얼어붙어있던 시간이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다시 살아난 시간을 담고 아이스버그는 바다를 떠가면서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비록 2040년이 온다해도, 마치 우리의 영혼이 치유되고 용서받기를 계속하면서 본향을 찾아가듯이, 아이스버그도 어디에서인가 그무엇이 되어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알라스카에 가면, “옛날 옛날에- “하면서 시작되는 먼옛날의 시간들이 주고받는 소리를 당신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