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프론티어

시카고에 사는 선배 언니가 20여년 전에 한국에서 찾아 왔던 선배와 찍은 사진을 kakao talk 으로 보내면서 네 핸드백은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어 왔다. 사진에는 레돈도 비치 가에서 아주 예쁜 연을 선물 받은 아들이 즐거워하며 세 아줌마와 웃고 있었다. 선배는 사진에 네 아들이 핸드백이었던 시절이라고 멘토를 달아 보냈는데 나는 그대로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

“엄마 핸드 백이 무어야?” 사진에 붙어 있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해 왔다.

“네가 언제나 엄마 손에 잡혀 다녔기 때문에 네 별명을 엄마의 핸드 백이라고 했었단다.”

아이가 우습다고, 그것이 나의 별명이었었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내가 “엄마가 보이 후렌드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을 이제 이해 하겠니?” 하고 말했다.

10여년 전 대학생이었던 아이는 내 생일 케잌을 짜르는 우리 교회 마당에서 우리 집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엄마는 다른 것은 다 잘 하는데 남자 친구는 못 사귄다고 걱정 하면서 낄낄대던 것을 떠올리며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정색을 하면서
“엄마. 지금 남자 친구를 갖도록 해 봐.”

“지금은 너무 늙었다.”

“엄마! 엄마는 데이트 하기에 늙지 않았어. 얼마던지 할 수 있어”

“늦었다니깐.”

“내 친구들은 다 엄마가 40대라고 생각해. 그리고 누구도 데이트 하면서 엄마 나이를 물어 보지는 않아.” 하기사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나이를 알아 보지 못하지.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갔고,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깐 벌써 10년 이상을 각자 살고 있다. 아이가 이제 성년이 되고 보니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엄마가 염려스러운가 보다.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외아들의 기우라고 묻어 버리기엔 엄마가 폐를 끼치기도 했다. 3년 전 느닷없이 2개의 암을 떼어낼 때도, 아들이 일을 제쳐두고 좇아 올까 봐 수술 후에 의사와 통화를 주선해 주었을 정도로 나는 아들을 방해 하고 싶지 않았다. 뉴욕에서 자기 친구가 입원해야 할 때 아이가 곁에서 간호해 주면서 병원생활이 이렇게 힘든 것인데 엄마가 수술을 했을 때 엄마 혼자 병원에 있게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하며 나를 탓 한 적이 있었다.

모자만의 단조로운 생활 속에 자라서 아이는 세상일을 모르고 자랐다. 아이를 대학 보내면서 나는 이제 아이를 마음 속에서 떼어내자, 그렇지 않으면 아이 앞에 홀 엄마의 외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국인들 결혼 조건에 최악의 수사어 “홀 엄마에 독자”가 사랑하는 내 아들의 이름 앞에 붙을 것을 염려하여 나는 아들을 대학 보낼 때 내 마음에서 지워 버 고, 하나님께서 맡아 달라고 기도했었다. 집에서 2시간만 운전하면 찾아 갈수 있는 학교에 밑반찬 한번 해다 준 적이 없었다. 다른 집 애들은 주말마다 집을 찾아 오는데 아이는 일하며 공부를 해야 해서 주말은커녕 여름 방학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식당에서, 봉재 공장에서, 극장에서, T/A로 R/A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아이가 여름 방학이라고 집에 와서 놀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엄마를 향한 사랑과 존경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하루에 한번은 전화를 하고 자기의 스케쥴을 알고 있도록 배려 하는 아이었다. 각자의 삶이 있었다. 1세와 2세의 다른 삶이 있었다. 결코 다 이해가 가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며 서로 인정해 주는 상대의 삶이 있을 뿐이다. 각자가 자기 선 자리에서 반듯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이라기 보다 서로 지켜 보아 주는 거리의 간격이 있는 가족이다.

그 아이가 이제 혼자 있는 엄마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엄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안쓰러운 가보다. 책임 전가를 하고 싶은 걸까?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엄마가 남자 친구를 갖기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권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엄마 혼자 극장 가고, 혼자 식당 가는 것을 배우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젊어서는 가능 했는데 나이 먹고는 안 된다. 왠지 혼자 식당에 앉아 있는 것이 거북스럽고, 혼자 극장 들어서는 것이 쑥스럽게 느껴진다. 단조로운 엄마의 삶이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일까? 언제나 활발하던 엄마만을 기억하는 아이에게 집에만 칩거하고 있는 엄마가 부담스러운가 보다. 대학 때 혼자 집에서 사는 늙은이들을 위해 집으로 음식을 배달해 드리는 봉사를 했었기 때문에 늙은이 혼자 집을 지키며 사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양이다.

“엄마 뭐해?”

“엄마 건강은 어때?”

매일 같은 질문의 안부 전화가 싱겁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어려서는 엄마는 교회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성숙해져서 인생의 삶을 사는 방법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된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나 있는 아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또 하나 숙제를 가지며, 지금껏 고집해 왔듯이 아이한테 부담 주지 않을 나의 말년을 계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