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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강민석 기자  kms6410@gmail.com
2016-03-21 12:28:14   조회 : 2934

성신여대 근처 상가. 빵집과 카페, 마트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곳. 겉보기엔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1층에 있는 마트 옆 계단에서 세미하게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발걸음을 따라 음악소리는 점 점 더 선명해진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의 입구에 도착하니 심플한 로고가 보인다. 『나니아의 옷장』. 이 쯤 되면 누구나 직감할 수 있다. ‘이곳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



(▲ 마트 옆의 계단에 입구가 있다.)

지난 3월 18일(금) 저녁 8시. 기자는 성신여대에 있는 『나니아의 옷장』을 방문했다. 『나니아의 옷장』은 주님의 숲 교회(담임: 이재윤 목사)가 운영하는 문화 공간으로, 방문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전해주기 위해 마련된 장소이다. 『나니아의 옷장』이란 명칭은 기독교 변증가로 유명한 C.S.루이스가 쓴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가져왔다.

이재윤 목사는 “나니아 연대기를 보면, 옷장 그 자체는 작아요. 하지만 그 작은 옷장이 넓고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됩니다. 이곳이 바로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이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뭔가를 경험하게 되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 나니아의 옷장 내부 모습1,2,3)
 

『나니아의 옷장』은 수준 높은 무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는 음향과 적절한 조명시설은 라이브 공연의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이 목사는 직접 『나니아의 옷장』의 공연기획 및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 나니아의 옷장 내부 모습4,5)

옷장에선 매주 금요일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백승환’과 ‘차빛나’. 백승환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과 동문회상을 수상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고, 차빛나는 얼마 전 SNS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여성 보컬이다.




(▲ 백승환의 공연 모습)


(▲ 차빛나의 공연 모습)


20여 명의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진행된 콘서트는 단백하면서도 진솔했다. 가수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 속에서 자신의 삶을 비춰봤다. 2시간의 콘서트는 아티스트에게도 관중에게도 ‘힐링’이었다.

(공연 분위기 살펴보기: http://youtu.be/3lof7XpReXI )


이 목사는 “교회가 세상과 접촉점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이러한 문화 예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열려있는 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따뜻한 만남과 교류가 있는 『나니아의 옷장』. 다음엔 그곳에서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강민석 기자(kms6410@gmail.com)


▼ 다음은 이재윤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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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목사)
 

▲ 반갑습니다. 목사님. 간단히 목사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재윤 목사입니다. 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이고요. 학부는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 문화에 관심이 있던 차에 대학원을 장신대로 가게 되었죠. 이후에는 문화사역을 주로 해왔습니다. 문화선교연구원에서 4-5년 정도 활동하면서 기독교 음악, 영화, 뮤지컬, 잡지 등 다양한 사역을 했습니다.

 

▲ 문화 사역을 하시게 되는 데 특별한 계기나 체험 같은 게 혹시 있으신가요?

-글쎄요. 딱히 강렬한 뭔가가 있었다기보다는 매순간마다 은은하게 은혜를 경험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이었고, 지역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쭉 신앙생활을 해왔거든요. 문화사역에 관심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습니다.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서서히 비전이 그려져 왔죠.

 

▲ 나니아의 옷장은 어떤 곳인가요?

- 쉽게 말하면, 문화활동 공간입니다. 명칭은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가져왔어요. 옷장 자체는 작지만,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자는 마음이었죠. 문화 사역을 해오면서 함께 활동 했던 멤버들과 의견이 모아졌던 부분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장소를 대여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10여년 전만해도 기독교 문화사역을 하는 사람들이 행사나 활동을 위한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교회에서 행사를 하자니, 세상과의 접촉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외부에서 행사를 하려니 현실적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았죠. 문화 사역을 해오면서 동역자들이 생기고, 서로 의견을 나누다가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자리가 저희가 들어오기 전에는 피시방이 있던 자리입니다. 피시방에서 해둔 인테리어를 적당히 손봐서 이렇게 디자인 했죠.(웃음)

 

▲ 운영되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사실 대여 수입만으로는 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역이죠.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교회가 운영하는 공연장으로 이곳을 디자인했습니다. 주일에는 『주님의 숲 교회』로, 평일에는 『나니아의 옷장』으로 활용되는 것이죠. 최근 많이 생기고 있는 카페교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 나니아의 옷장에선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 처음엔 다양한 활동들을 구상했었습니다. 미술, 연극, 콘서트 등 이것저것 시험 삼아 시도 해봤죠. 그러던 중 크리스천 아티스트 문화공연이 지금 이 공간에서선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콘서트가 진행 중입니다.

 

▲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 저희 같은 경우엔 매우 다양한 분들이 오십니다. 찬양 사역자가 오시기도 하지만 인디밴드나 재즈 뮤지션들이 오기도 하죠. 이 문화공연은 유료공연이기에,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섭외하고 초대합니다. 『나니아의 옷장』은 곡이 찬양이어야가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이 크리스천이면 CCM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섭외한 아티스트가 찬양이나 가스펠을 부를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죠.

 

▲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사역과 선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저는 세상과의 접촉점을 찾는 것이 사역과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와 예술은 교회가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남은 통로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제는 점점 교회가 세상과 대화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교회로 오라는 방식의 선교는 더 이상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문화사역이 쉬운 방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종 종 너무 쉽게 “1층에는 공연장 만들고 2층에는 카페 만들고, 3층에는 도서관 만들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 사역은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역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렸을 때는 교회와 세상을 구분 짓는 분위기가 분명했었습니다. 세상음악과 교회음악을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정서가 있었죠. 수련회를 가는 차 안에서 가요를 듣거나 부르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 시대 크리스천들이 현대적인 음악장르가 활용된 기독교 음악을 좋아하고 발전시켰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요즘 교회들을 가보시면 청소년들의 인식 속에 가요와 CCM이 그다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가요에 대한 터부시 하는 문화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교회에서도 가요를 듣고 부르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죠. 그런데 그러다보니 기독교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가요 들으면 되니까 구태여 CCM 들을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배타적이고, 이원론적인 생각을 깨뜨린 것은 좋은데, 그러다보니 기독교 음악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씨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문화사역, 문화선교인 것이죠.

 

▲ 나니아의 옷장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 우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문화적인 요소들을 통해 초월적이고, 복음적인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 장소가 교회가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게 전달되면 복음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덜하죠.

다른 한편 저희의 비전은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한 때 기독교 공연이 융성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갓피플에 올라오는 티켓 홍보 부분을 보면 그것이 분명히 보입니다. 예전에는 상당히 많았지만, 지금은 찾기 힘들죠. 그만큼 기독교 문화 영역이 위축됐다는 뜻입니다.

문화산업에선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자본싸움입니다. 돈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기독교 내부적으로 문화사역을 위한 후원과 모금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굶어죽는 사람들에게 쌀을 줘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기독교 문화를 위해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인색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많은 기독교 아티스트들이 설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독교 음악의 다음 세대가 없는 것이죠. 이런 분들에게 공간이나 무대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니아의 옷장』은 바로 이런 부분의 사역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 나니아의 옷장을 운영하는 주님의 숲 교회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저희 교회는 주님의 숲 이라는 말처럼,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아지트 같은 곳이 되길 기도하면서 세워졌습니다. 거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저희 교회의 꿈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교회는 “목사 주도 활동”이 아닌 “자연발생적인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목사가 하자고 해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성도들이 마음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부터 프랑스 성경 읽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자매가 한국으로 유학 온 프랑스 학생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자발적인 활동입니다. 청년 몇 명이서 모여서 진행하는 작은 모임이지만, 이런 것들이야말로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끝.> 최종수정일 2016년 3월 21일. 12:04분

 

* 나니아의 옷장의 공연 정보 및 대관 관련 업무는 나니아 옷장 페이스북 페이지 및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합니다.

- 나니아의 옷장 홈페이지: http://narnia-closet.com/

- 나나아의 옷장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narnia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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