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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단비
성령의 단비, 그 것은…. 인생의 시작이며 완성이었다.
어두움이 걷히지도 않은 이 새벽, 내 머리 안은 마치 맑은 밤 하늘의 별처럼 아프리카 생각으로 수놓아져 있다. 그 별들은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이슬에 적셔져 있던 수많은 보석 같은 검은 눈동자로 쏟아져 내려온다. 선교에서 돌아 온지 몇 달이 지나갔는데도 나의 마음은 아직도 검은 대륙을 못 벗어나고 있다. 그건 아마도 학생들한테 생소한 자아독립 개념의 신선한 단비가 뿌려진 것처럼 내게도 생소한 성령의 단비가 뿌려짐이 아닌가 싶다.
성령의 단비, 그건 마치 모차르트 귀에 인간이 노래 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고음과 피아노 건반이 두들 길 수 없는 선율이 들렸던 것처럼, 선교에서 내가 얻은 성령의 체험도 나의 말과 글로는 표현 안 되는 감정의 영역이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가장 값진 인생’이라 많은 성현들이 말 했듯이 아프리카에서 보낸 한 달간의 시간은 그동안 내가 살았던 모든 시간보다도 더 귀한시간 이었음을 깨닫게 해줌은 이전에 가치를 두고 추구하며 바쁘게 살던 것들에 대한 흥미를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검은 대륙에 살아서 역사 하신 주님이 이전의 나의 맘과 생각을 닫으시고 새 마음을 주셨다.
르완다 카욘자 선교 센터 가는 길목에 한 젊은 여자가 누런 쌀 거죽위에 누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삶의 찌들음과 죽음의 그림자가 얼굴을 덮고 있었다. 통역관 조셉한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보라 했더니...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은데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간다며 통역해 주었다. 그녀의 고통은 계속 얼굴을 땅속으로 파고들게 했고, 너무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과 몰골은 나의 가슴을 송곳으로 휘비고 들어왔다. 약간의 돈을 주고 조셉보고 같이 기도를 하자고 했다. “주님 여기 젊은 당신의 딸이 아파 누워 있습니다. 제가 이 여인한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 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님이 치유의 권능자이심을 압니다. 저의 암을 고쳐 주셨듯이 이 병든 여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소서”.
그 다음 날 그 여인의 집 앞을 지나가는데 문 앞에 깔려 있던 누런 도래방석도 아파 누워 있었던 여인도 없었다. 붉은 진훍으로 지은 집의 다 떨어져 가는 싸라기 문이 반쯤 열려 있고 창문 없는 집안은 칠훍같이 어두웠다. 학교에 있어야 할 또래의 아이들이 찢어진 훍 뭍은 옷에 신발도 안 신고 그녀의 집 앞에서 놀고 있다 나를 보고 쫓아온다. 수줍은 미소를 띄며 영어로 캔디를 달라 한다.
그녀처럼 뼈만 앙상한 개는 그녀의 뜰을 충성스럽게 지키고 있었다.
몇 일후, 그 집 앞을 또 지나가는데 그 젊은 여인이 문 옆에 기대고 서 있었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회복 안된 몸의 처진 옷자락이 황토 빛 마당을 부드럽게 쓸며 천천히 걸어 왔다. 나의 손목을 잡고..고맙다고 병원에 갔다 왔다며 …힘이 풀려 혼이 반쯤 빠져 나 간 듯한 까만 눈동자에 맺혀진 이슬은 그녀의 한을 고스란히 반사하고 있었다. 선교 센터까지 걸어 가는데 내 가슴과 눈이 젖어 들었다. 그녀가 치유된 기쁨보다도 몇 푼의 돈이 없어 죽어 가는 이들의 가난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몇일 동안 내린 비로 만개한 이름 모를 꽃들은 이들의 가난과 아픔에 아랑곳 없이 자기만의 빛과 향으로 카온자 거리를 진동하며 이른 봄을 알리고 있었다.
카욘자 강의 때, 맨 앞줄에서 열심히 강의 듣는 한쪽 손이 잘라져 나 간 중년의 여인, 메트릭이 있었다. 통역관 조셉한테 성경, 영어, 르완다어를 보충설명 할 정도로 다 방면으로 유식한 여인 이었다. 마지막 강의 날, 점심시간 후, 나 한테 노트 종이로 꼬깃꼬깃 싼 무엇을, 손 없는 팔과 성한 손으로 내 손안에 꼭 쥐어 주며 너무 고맙다고 껴안았다. 선물이라며... 언제 또 올 거냐고…. 보석 같이 큰 검은 눈동자 안에는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그녀의 강한 의지가 잃어 버린 손을 대신하고 있었다. 몇 겹의 노트종이 안에 싸여 있었던 것은 조그마한 다이어(?)알 들이 빠져 나간 오랜 손 떼가 묻은 금귀고리였다. 가난한 과부의 전부인 두 옆전을(막12:42) 받은 듯한 귀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하였다.
내 세울것 하나 없는 나 같은 사람의 강의를 무릎 끓고 감사 하다고 울며 성가를 부르는 이, 빳빳한 새 돈을 공손히 무릎 끓고 주는 이, 집 앞에서 수확한 곡식을 슬며시 책상위에 놓고 가는 이... 고맙다고 쉬는 시간에 눈으로 가슴으로 인사하며 주는 감당못할 축복들은...마치 옥합을 깨는 여인들처럼
(마26:7) 강팍한 내 가슴에 성령의 향유를 뿌렸다.
우간다, 강의 시간 전에 준비 찬양과 기도를 하는데 코메디언의 재치와 유모로 교실안의 분위기를 웃음으로 주도하는 에너지 많은 어린 아모스가 그의 외면과 너무 상반되는 기도를 하였다. 주님, 우리한테 좋은 강사를 보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러나... 우리 배.워.도...배.워.도.~~ 우리의 갈증과 가난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움에 너무 목마르고 배고파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쳐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하고 싶습니다. 저의 기도가 들리십니까?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십니까?....하며 대성통곡의 기도를 하였다. 변화와 의를(마5:6) 열망하는 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져 교실 안은 용광로처럼 달구어 지며 곧 울음바다로 변했다.
맑은 심령에서 간절하게 올려 퍼진 아모스의 절박한 기도는 피 끓는 젊은 야망과 가난한 족쇄를 잘라버리고 싶은 처절한 절규였다. 그의 절규는 강력한 폭풍처럼 나의 맘에 휘몰아쳐 간절한 전류로 나를 완.전.히. 소진 시켰다.
한달 동안 아프리카의 시간은 새로운 신세계의 경험 이였다. 선교가 처음도 아니요, 불쌍한 사람을 처음 만난 것도 적선이 처음도 아니다. 선교를 미지 세계의 동경과 거룩한 봉사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떠난 나한테 이들의 비극적인 생활과 따뜻한 교류는 내 남은 인생의 구도를 재설계하게 하였다.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를 돌면서 그들의 비극적인 생활을 보고 경험하며, 이들의 재앙은 왜 이리 오래 대물림하고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가를 생각 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가난과 무지보다 더 큰 재앙은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사는 나의 이.기.적.인.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베드로와 같이 나의 안위를 위해 시시 때때로 주님을 배반하고 도마와 같이 의심 많고 사변적인 나의 부끄러운 모태 신앙은 현 생활에서 어쩜 성령의 단비를 만끽할 수 없는 나 중심적으로 잘 포장된 건조 무의미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여태까지 내가 미디어에서 본 아프리카의 삶은 그들의 빈곤과 무지와 많은 문제들만 조명되었지, 그들의 ‘변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은 누락 되었슴을 알았다. 그들의 삶을 개선하고 싶은 애끓는 까만 눈동자들과 피눈물 나는 기도는 마치 맑은 성수처럼 척박한 나의 가슴을 적시며 소멸되어 있는 내 영혼에 새 소망을 소생시키고 헛되지 않을 결단을 다짐시켰다.
성령의 단비는 에너지의 원천이요, 영혼의 탄생이며. 삶의 윤활유였다. 그것은 은혜의 죄사함이며 거룩한 거듭남의 그루트기요, 회복의 시발점이었다. 또 새 비젼에 대한 구속이었고, 죽은 영혼의 부활과 환희이며 영원한~ 자유함이 주는 안식이었다.
성령의 단비는…. 생명의 단비였다.
그것은 인생의 시작이며 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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