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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키갈리의 거리. 처음 왔을때 각자의 속도로 여유있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간 적이 있어도 일주일이상 그곳에서 살아본 적은 없는 나는, 진짜 온전한 단일 민족이자 영어도 잘 못하는 일반적인 한국인이다. 88올림픽의 해에 태어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사이를 어린나이에 누려본 운 좋은 세대이자, 굉장히 빠른 변화와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세대이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느낀 건, 이들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내 모습이였다. 뭐 그건, 아프리카에 도착하기도 전에 항공사의 굉장한 연착으로 느낄 수 있었기도 했다. 같이 갔던 아프리칸 유학생들과 길거리에 있는 꼬치 집에 가서 꼬치 6개를 시켰는데 30분을 넘게 앉아 기다리던 기억. 또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정류장에만 서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모두에게 클락션을 울리고 멈춰서 탈지말지를 정하는데 버스가 아무리 늦게 가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해외송금된 돈을 찾으러 간 아내가 3시간동안 돌아오지 않던 기억... 지금 다 나열할 순 없지만,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답답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딱 두 달이지만 이곳에서 이들의 삶속에 동참하며 살아보니, 이러한 시간들을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무엇이든 빠르게 하려는 우리들의 모습은 이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조급하게 살아야하지?’란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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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구구의 키부호수 주변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커다란 만이 나온다. 그곳에 있는 전통어선도 다들 멋스럽다. 바람을 맘껏 실컷 쐬고 올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했던 기억들이 많다. 대학을 다니던 주말 통학 길, 교무실에서 편히 쉴 수 있던 점심시간, 긁느라 잠이 안와 깨어서 보냈던 수많은 밤들. 그 시간에 마땅히 할 것은 없지만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뭐라도 하려했던 그 시간들이 이곳에서 많이 생각이 난다. 순식간에 다운받아 봤던 예능프로그램, 지하철 와이파이를 통해 보던 인터넷 서핑, 뉴스. 그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결국 허무하게 썼던 그 시간들. 이곳에선 그런 빠름과 효율이 없지만, 그 가운데 여유가 있다. 그들의 모습에 동참하기로 했다. 여유롭게 창밖을 보기로 했고, 음악을 들으며 걷기로 했고, 무언가를 기다릴 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것이 이 땅의 느린 시간에서 기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43. #아프리카에대하여, 05 아프리카에서 왔니.
41. #아프리카에 대하여, 03 선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