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인 (칼럼)며칠 전 새벽 예배 가는데 밤새도록 비가 내리고 있었다교회 현관에 비를 피해 걸인이 기도 방석을 누가 내다 주었는지 깔고 자고 있었다. 잠을 방해 하지 말고 조용히 들어가자. 모든 교인이 같은 마음이었겠지. 예배가 끝나고 앞문으로 가면 그 사람 잠을 방해 할 것 같아 층계를 내려가서 뒷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또 다른 걸인이 거기서도 잠을 자다가 놀래서 깼다.
“아. 미안해. 네가 거기 있는 줄 몰랐어” 나는 급히 말하고 문을 닫았다. 어떻게 월 담을 해서 여기 누워 있지.나는 다른 문을 택해 나가면서 앞, 뒷문 쓰지 말자고 다른 사람을 권하며 교회를 빠져 나왔다.
오늘 새벽에도 또 현관에 누워 있는 걸인, 말씀 끝나고 기도 하고 있는데 아는 권사님의 큰 소리가 들린다. 급하고 놀란 음성. 쫓아 나갔더니 거지와 다툼이 벌어 졌다. 갖가지 쌍 욕을 하면서 서 있는 백인 여인. 젊은 전도사를 때렸다고 소리치는 권사님. 얼굴이 붉어 가만히 서 있는 어린 여자 전도사님. 갖 가지 더러운 욕을 퍼 붓기에 네 입부터 깨끗이 하라고 소리를 쳤다.
“야. 네가 뭔데 여기 있는 거야. 네 나라로 가! 중국으로 꺼지라고!” 동양인을 중국사람으로 부르는 상식적인 백인 말투를 쓰며 떠드는 여자.“너 잘못 알았어. 이 땅은 인디언의 땅이었지. 네 땅이 아니야.”“경찰을 불러야겠군. 너희들이 왜 이 곳에 있는지 물어 봐야겠어.” 적반하장이다.“그래. 불러!”성전으로 들어 오겠다고 입구로 오기에 내가 막아서면서 “예배는 끝났어.”누가 그녀를 위해 커피를 타다 두었는지 그것을 챙기며 누가 자기 백을 움직여 놨다고 투덜댄다.
착한 교인들이 커피 타다 주고, 방석 깔아 주는데 자기 백을 움직여 놨다고, 우리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소음이 난다고 화를 내는 거다.누가 더러운 백을 만지겠는가? 우리 교인은 아니다. 국제 복음 협회에 전화해서 너희가 왜 이 건물을 쓰는지 알아보아야겠다며 그녀가 떠난 뒤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실망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나는 한번 올라간 음성을 내리지 않고 그녀를 상대 했던 내가 미웠다. 소리 질러 보지 않던 내가 소리를 지르고 마음이 천근처럼 무거운 채 교회를 떠났다.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성경 공부 반을 갔다. Homeless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께서 터키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신 후 첫 시간이 오늘 인데 내 마음은 어두웠다. “왜 화장을 안 했어요? 권사님.” 간식으로 구워온 고구마를 내어 놓으며 “오렌지도 짤라 놓고 잊어버리고 왔네요.” 하면서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권사님 힘드시겠네”
고전 13:4-7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는 자가 되지 않으며, 사랑은 자랑하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으며, 무례히 행하지 않으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으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잠 15:1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가라앉혀도, 과격한 말은 화를 일으킨다. 말씀을 들으며 오늘의 교재를 펼치니 “성경적 사랑의 의미” 이었다. 내가 힘들어 하며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운전 중에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권사님. 점심 잡수시고 가세요. 식당으로 가세요.”마음이 힘들어 하는 나를 위로하시려는가?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미국은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될 수 있다. 18 살에 부모로부터 독립되어 나와서 극도의 개인주의로 살던 사람이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내 가족만의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배우자의 부정을 알게 되면 자연히 이혼으로 가고, 능력 있는 쪽에서 집과 자식을 맡으면 상대는 가방 하나 들고 그 집을 나온다. 배신 당한 아픔과 절망으로 의사, 목사까지도 직업을 팽겨쳐 버리고 걸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어려울 때 내 가족을 찾아 가지 않는 미국 사람들이다. 내 부모, 내 형제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거리로 나서는 이 사람들은 아픔 때문에 직업도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걸인 중에 고학력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외로워서 그 배신감에 술, 마약이 흔하니까 중독에 걸리기 쉬워 걸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살게 되는 거다. 또 집은 은행에 담보되어 있는 집이니까 몇 달만 월부금을 못 내면 은행에 빼앗기고 길로 나서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핵가족이고 개인주의가 팽창되어 있는 이 나라에서는 단체걸인 가족이 되기도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가족 단위 걸인들을 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나처럼 남의 나라에서 싱글 맘으로 자식을 키운 여자가 그 걸인들을 그냥 보았을 리가 없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나도 언제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 인데 그런 내가 새벽잠에 방해가 된다고 투덜대는 여자의 응석을 못 받아 주고 소리를 질렀으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어린 여자한테 손찌검을 했다는 소리에 분노가 일어났는데,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내가 소리를 질러 내 영을 소진해 버린 기분이었다. 그녀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는데…… |
15. 아프리카의 모슬렘화
13. 하나님! 저희에게 가르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