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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가 된 빨대 바보 >>
제가 국민학교 때입니다. 우리가 “삼강돼지바” 하면 반사적으로 “꿀꿀” 하던 바보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이는 ‘중딩’이었습니다.(물론 학교를 다니진 않았습니다) 빨대를 가지고 다녀 ‘빨대바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틀 전, 홍대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빨대를 쥐고 있었습니다. 40대가 된 그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고 배는 더 나왔습니다. 국민학교 때의 추억을 소환해주니 고마우면서도 왠지 미안합니다.
잠시 버스를 기다리며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그의 곁에 머물렀습니다. 다가오는 이들에게 “저리가 씨발놈아. 보지마. 보기만 해봐. 오지마. 가!” 하면서 정류장 한편으로 사람을 쫓아내면서도 사람들 곁으로 가려고 몸을 움찔움찔 합니다. 저는 그가 무섭지 않았습니다. 원래 사람을 공격하는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갑습니다. 기다리던 버스는 안 오고, 그의 곁에 계속 머물다가 말을 붙였습니다.
“나 빨대 하나만 줘요.”
지금껏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퍼붓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어린아이의 웃음을 지으며 “안돼요, 아저씨” 합니다. 그 미소가 너무 천진난만해서 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40대 아저씨가 이렇게 오염되지 않은 채 웃을 수 있다니. 그렇게 빨대 하나를 갖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게 뭐라고, 안 주니까 저도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고, 결국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멀어지는 그를 보며 ‘과격한 욕설’과 ‘해맑은 미소’ 사이의 어떤 아련함이 밀려왔습니다. 많이 맞았을 겁니다. 키가 훨씬 작았던 제 친구들한테도 곧잘 뒤통수를 맞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배운 말일 겁니다. 저 욕은…. 자기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배운 욕일 겁니다. 자기를 지키는 유일한 방어전략이 사람을 내쫓는 ‘욕’이어야 한다니. 누구보다 사람 곁이 그리워 해맑은 미소를 감추고 있는 그에게 유일한 생존전략이 욕이라니, 비극입니다. 그렇게 40대가 된 ‘빨대바보’에게 한마디 더 건넬 걸 그랬습니다.
“형! 미안.”
57. 예수께서 주신 삶
55. 약속을 붙잡고 기도합시다
